5년 전 이야기입니다,
제가 22살에 처음 취업을 했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가 공식적은 근무시간이었습니다.
변변한 살림살이도 없이 대 학대 쓰던 이 물한 채, 그리고 옷 가방 하나, 그리고 책가방 하나를 들고 혼자 자취방을 구하고 혼자 짐을 옮기고 그저 잠만 자던 그런 곳이었어요.
하루는 출근을 하고, 일할 준비를 마치고 함께 일하던 선배 언니가 빵을 두 개 사 오셨어요.
칼칼한 입에 들어가는 이제 갓나온 따뜻한 빵이 참 맛있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맛있게 먹는 저를 보고, 선배 언니가 한 말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없는 집에서는 먹어 조진다더니 너를 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부산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눈치로 알게 되는 순간 손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저는 그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 자취방에 누워서도 쉽게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내일 가서 따질까? 어떻게 말을 그렇게 쉽게 못 떼게 하냐고 따질까? '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넘겼습니다.
제가 대놓고 따졌다가는
그 가족 같은 회사에 가족보다 더한 그 선배 언니가 저를 가만히 놔두질 않을 거란 걸 저는 알고 있었거든요.
본능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던 거죠.
지금 당장 이 직장을 그만두면,
다음 달 생활비며, 집세는 어떻게 하며, 팍팍한 객지 생활에 대책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돈 앞에 제 자존심도 제 인격도 챙겨 주고 지켜주질 못했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돈 없고, 백 없고, 가진 거 없는 저에겐 다음 달 방세 내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저축을 해야 더 좋은 집, 한 달이라도 쉴 수 있는 대책을 세울 수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15년간 가계부 쓰기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회사에서 공짜로 뿌리는 수첩에 쓰다가 A4 용지에 옮겨 쓰다가.
가계부를 쓰는 데는 가계부보다 더 중요한 게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쁘지 않더라도,
내가 사용한 돈을 정확하게 알고 가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야 나를 알 수 있고, 다음 소비를 계획할 수가 있거든요.
꼭 가계부 쓰기를 하셔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