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서 도덕으로: 새로운 지위 경쟁의 흐름과 정치갈등
인간은 본능적으로 지위를 추구한다. 그 지위는 명예, 능력, 부, 영향력과 같은 ‘성공’에서 오기도 하고, 물리적 지배력이나 도덕적 권위에서 오기도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적 성공을 중심으로 지위를 쌓아올리는 체제였다. 이를 통해 지식과 기술 수준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최근 들어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현 체제와 환경에서 젊은 세대가 기대한 만큼의 성공을 얻지 못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지위 추구가 등장했다.
성공이 좌절된 자리에 들어선 것은 도덕적 지위다. 많은 이들이 “나의 성공 좌절은 개인적 무능이 아니라, 불합리한 시스템 혹은 특정 집단의 잘못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역할에서 자신의 지위를 획득하려 한다. '공정'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흐름은 정치적 올바름(PC), 인권, 환경 문제 등으로 확산되며 ‘도덕적 정당성’에 기반한 새로운 좌파적 흐름을 형성했다.
문제는 이런 도덕적 비난이 특정 집단의 분노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백인 노동자’가 그 대표적 대상이다. 그러나 실상 이들 또한 경제적·사회적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권층으로 규정된 채 비난을 받으면서, 오히려 더 강한 반발심을 드러낸다. “나도 힘든데 왜 내가 가해자로 몰리나”라는 정서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 분열로 이어졌고, 이민자 문제와 맞물리며 극우 세력의 부상을 뒷받침했다.
한국의 상황도 흐름은 다르지 않다. 성공 좌절 속에서 도덕적 지위를 추구하는 흐름은 한국에서도 페미니즘, 소수자 인권, ESG, 환경 같은 의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담론이 반강제적 분위기를 만들며 진보 진영의 확장 토대가 된다. 그러나 서구와 달리 한국 사회에는 뚜렷한 비난 대상이 부족하다. 인종, 종교, 이민 문제 요소가 거의 없고, 지역갈등이나 재벌 비판 역시 역사적 경험을 통해 효용성이 떨어졌다. 계층적 불평등은 존재하지만, 비교적 활발했던 계층 이동이 그마저도 희석시켰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은 세대와 젠더로 향했다. 특정 정치 세력의 기반으로 여겨지는 노년층, 혹은 이들처럼 권위적·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젊은 남성이 서구의 ‘백인 노동자’와 유사한 표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근거 없는 도덕적 낙인에 분노한다”는 정서가 커졌고, 오늘날 세대와 젠더 갈등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지위 추구는 인간 사회에서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것이 성공 중심에서 도덕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과 분열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치전략적으로는 앞으로 이 도덕적 지위 경쟁의 구조에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각 진영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