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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정식 Nov 15. 2021

시내의 자전거

멈춰있는 것에 대하여

<사진: 시내의 자전거, 오사카, Photo by  함정식, 2015>


시내 한가운데 놓인 자전거들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

달리지 못하는 채로 가만히...


저 자전거들은 그 주변을 거닐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보다도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세워진 자전거를 보고

그 누구도 폐물이라 손가락질을 하거나

멈추어 있다고 무어라 하지 않는다.


멈춰 있는 것도,

그래서 이들을 달리게 해 줄 사람들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도,

자전거의 역할이니까.


세상은 바삐 움직이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순간이

어쩌면 바쁜 세상보다 더 바쁘게

나의 역할을 하는 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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