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못가진 여자는 강하다

튼실하고 확실한 그것..아들 둘. 연년생 추가요~~

by 김탈탈

민준이와 수호를 데리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좋게 룰루랄라 산책을 하다가도

꼭 나를 탈탈 털리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 안.


"어머~~어떡해. 아들만 둘인가봐. 게다가 연년생인가봐?"

"아들만 둘이에요? 엄마 힘들겠네~~힘들겠어. 엄마한테는 딸 하나는 있어야돼."

"아들만 둘이네..셋째 계획은 있고?"


특히나 예쁘장하게 생긴 둘째 외모를 보고 딸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항상 레파토리는 같다.


"아이고~~아들 하나, 딸 하나. 잘 낳았네~~"

"둘다 아들이에요."

"둘다 아들이야? 아니 둘째가 예쁘장해서 딸인줄 알았네. 아니, 아들 둘이라 엄마 힘들겠네. 엄마한테는 딸 하나는 있어야돼."

"아~저도 딸 낳고 싶었죠..."


.....


이런 소리를 들을 때면 괜시리 서글퍼서 집에와서 '딸 낳는 법'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아들 셋 맘이 되는 상상으로 이어지며 번뜩 정신이 든다.


참나... 성별은 내 맘대로 정하나요?

첫째 임신하고 초음파 보러갔을때, 초음파 화면으로 보이는 튼실하고 확실한 그것...을 보고 나는 직감했다.

아들이구나! 뭔가 아쉬움이 있었는지 나는 맘카페에 초음파 사진을 올리며 '이거 고추맞나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댓글 8개중 4개가 아들이라고 답을 했다. 특히나 초음파 질문방에 애매한 초음파 사진을 보고도 성별을 기똥차게 맞춰주는 유명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아들에 한표요'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둘째까지 계획이 있었던 나는 아무래도 좀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반반 확률인데 설마 둘째도 아들이겠어?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둘째 임신 후, 12주쯤 초음파를 보러갔을 때, 또다시 초음파로 보이는 튼실하고 확실한 그것을 보고 나는 쫄리기 시작했다. 다시 맘카페에 초음파를 올리며 '또 둘째 아들일까요? 꼭 좀 봐주세요ㅠ'라고 질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댓글 7개중 7개가 아들이라고 답을 했다. 그리고 16주쯤에 그 튼실하고 확실한 그것은 정확히 '고추'로 판명났다.


그때 초음파 방을 나오며 현기증이 나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분명 첫째 임신땐 고기가 땡겼고, 둘째 임신땐 과일이 땡겨서 딸일거라고 확신했던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 내 인생의 계획에 아들 둘은 없었는데...

성별 앞에서 계획형 인간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않아 아들 둘을 축복하는 의미인지 청약에 당첨되었다. 사실 둘째 터울도 철저한 계획에 의해 이루어졌다. 원하는 청약 신혼특공 지원시 2자녀일 때 소득기준에서 더 유리했고, 태아도 가족 인원에 포함되었기에 청약을 쓰기 전 임신을 해야했다. 그래서 임신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감사하게도나는 첫째에 이어 둘째도 한방에 성공하였다. 그래서 딱 계획대로 청약에 성공! 하지만 바로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뒤따랐다. 신청한것도 아닌데 아파트 1층 당첨. 그것도 놀이터 바로 앞....!!!! 주변에서는 아들 둘 낳을 팔자였다며 1층 당첨 소식을 축하해주었다.


이후 참 희한하게도 주변에 임신 소식이 들려오면, 곧 아들 소식도 같이 들려왔다. 주변 어린이집 성비를 봐도 아들이 참 많았다. 아들밭이었다. 그 와중에 딸 가진 엄마들은 뭔가 콧대가 높아보였다. 딸= 권력 이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놀이터에 가도 딸 엄마들은 딸이랑 예쁜 원피스도 맞춰 입고도 오던데.. 어째 아들 엄마들은 같이 놀이터에서 뒹굴며 노느라 츄리닝 바지+ 운동화 기본 장착이었다. 뭔가 아들 엄마들은 듬직해보이는게 동지애가 풀풀 느껴졌다. 여기에 쉰 목소리까지 추가되면 아들맘 간지가 장난아니었다.


또한 아들 둘을 키우면서 철저한 계획형 인간인 나는 끊임없이 계획의 무쓸모를 느낀다.

하원 후 한 엄마는 딸이랑 오늘 예쁜 카페를 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하루는 나도 꼭 아이들과 예쁜 카페를 가보고 싶어서 계획을 세웠다. 근처에 아이들과 갈만한 카페를 물색한 뒤, 아이들이 보챌 때를 대비해 자동차 장난감, 간단한 젤리류를 챙겼다. 하지만 카페로 향하는 길목부터 계획이 틀어졌다.

"엄마! 개미 있어요." 하고 개미 굴 찾기를 시작하는 아이들. 겨우 시선을 돌려 카페로 다시 항햐는데 이번에는 매미 허물이 보인다. 그러더니 매미 허물을 미끄럼틀 태워줘야해서 놀이터에 가야한단다. 엄마의 계획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렇지만 나는 끊임없이 '아들이 최고지!'라며 나를 합리화한다.


-아들의 장점:

1. 장보고 나서 짐 들어준다. (추후 희망사항)

2. 바쁜 아침에 머리 안묶어줘도 된다. 정돈 안된 머리도 오케이!

3. 옷 욕심도 별로 안부려서 대충 입힐 수 있다!

4. 혼나도 뒤끝없고 금방 헤헤거린다.

5. 단순하다

6. 잔망미 폭발한다.......음....그리고 또 뭐가있더라.


잔망미 폭발하는 아들의 매력

실제로 지난 교직생활을 돌이켜봐도 나는 남자 아이들과 더 죽이 맞았다. 일단 남자애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단도직입적으로 딱 할말만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싸움이 일어나도 원인과 결과가 단순하다. 방금 싸웠던 애들도 금새 좋다고 서로 헤헤 거리기 일쑤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피곤하다.

"쌤. 쟤가 저를 째려봐서 제가 어제 이렇게 톡을 보냈는데 쟤가 이렇게 답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맞받아쳤거든요? 그런데 쟤가 또 답장을...어쩌구저쩌구..."

"하나하나 나열하지 말고 중요한 것만 말해봐! 그래서 결론이 뭔데!"

"아 그니까요 쌤. 쟤가 저를 째려봐서요~제가 이렇게 이렇게~~(반복재생)."

(으아악!)



그래! 난 단순한게 좋다. 물론 내가 딸 키우는 것에 대한 환상과 욕심이 있었지만... 민준이랑 수호 중 한 명은 딸같은 아들로 키워서 나중에 같이 예쁜 카페도 가고, 내 옷도 같이 고르고, 팔짱도 끼고 다니면 되는거야!


나 세상 무서운게 없어! 나 아들 둘 가진 여자야!!! 게다가 쌍둥이보다 더 힘들다는 연년생이라구!!(+소리 지르느라 자주 쉰 목소리의 음성지원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