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No kids)족과의 동거 육아

부모는 소머즈가 된다

by 김탈탈

한국식으로는 No Kids Zone (노키즈존), 외국식으로는 Kids-free Zone (키즈프리존).

말그대로 아이들로 부터 자유로운, 아이들을 제한하는 공간이다.

'노키즈(No Kids)족'도 있다.


바로 우리집에. 우리집에 이렇게 '노키즈족'이 많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오늘도 노키즈족과 함께 동거를 하고, 함께 육아를 한다.


"현재 온도를 23도로 설정합니다."

"예약 설정. 3시간 뒤 백미밥을 완성합니다."

"띠딕. 띠~~~"


어느 집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 바로 전자제품이다. 어떤 놈들은 상시 주거하고 어떤 놈들은 계절마다 찾아온다. 에어컨, 히터, 선풍기, 도어락, 전자렌지, 써큘레이터...등.

이 놈들의 공통점은?


저마다의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너무 거슬린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신경도 안쓰였던 것들이 육아를 시작하면서 너무나 거슬리기 시작했다. 이 놈들은 어찌 조용한 법이 없을까? 전자제품을 만들 때 육아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모양이다.


무더운 여름. 우리 집에는 거실에 딱 1대의 에어컨이 있다. 아이들 방은 복도쪽 작은 방인데, 모두 피하라는 탑층 끝 집 타이틀에 걸맞게 여름에 덥고 겨울에 무척 춥다. 그래서 애로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아이들 방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재우기 최소 1-2시간 전부터 에어컨을 강풍으로 돌리고 써큘레이터 2대로 아이들 방에 강풍의 바람을 순환시켜야했다. 겨우 아이들이 잠들면, 에어컨과 써큘레이터를 약풍으로 낮춘다. 그럼 꼭 이 놈들은 자기 존재감을 내뿜는다.

"현재 온도를 24도로 설정합니다."

"띠-익."(써큘레이터 조작음)


정적이 깨지면 아이들이 깰까봐 나는 안절부절 못한다. 육아를 해본 사람은 모두 공감할 것이, 아이들이 자고 난 뒤는 조금의 소리도 거슬린다. 그런데 이 놈들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이다.


더 눈치 없는 놈은 히터다. 추운 겨울에 보일러를 최대로 돌려도 아이들 방의 공기는 찼다. 그래서 각 방에 히터를 두었다. 따뜻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방문을 어느정도 닫는데, 그 공간 속에서 히터 조작음은 '띡'하고 웅장하게 울려퍼진다. 그리고 이 놈은 정확히 8시간 이후, 즉 새벽 4시쯤에 또 한차례 '띡'하고 소리를 낸다. 바로 과열방지 시스템 때문이다. 왠만한 히터는 과열 방지를 위해 이미 설정된 시간 뒤에 자동으로 꺼지게 되어있다. 그럼 조용히 꺼질(?) 것이지, 왜 또 굳이 소란스럽게 꺼지는 것인가?


조용히 좀 꺼져!!


겨우 아이들을 침대로 들여보내고 야식을 먹으려고 전자렌지를 돌리면, 이 놈은 '띡'하고 완성을 알린다. 그럼 자러 들어갔던 민준이가 빼꼼 나온다.


"엄마 아빠, 뭐 먹게?"


낮잠 동안에 밥솥은 시끄럽게 '치-익'거린다. 그리고 "00가 밥을 완성하였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란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은 너무 친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참 말도 많고 친절도 과하다. 밥솥의 증기 배출 소리가 기차소리 같다고 좋아하는 수호가 소리를 가끔 소리를 나와서 '어!어!'(아직 말 터지기 직전)하고 흥분하며 밥솥을 가리킨다.


남편 출근 시간 6시 40분. 남편이 나가는 도어락 소리를 알람 삼아 두 아이들이 일어날 때는 미칠 것 같다.


참말로 너네들 참 시끄럽다! 시끄러워!


가만보면 이 놈들은 소리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로 '노키즈존'을 외친다. 선풍기는 아이들이 손을 넣을 것 같아서 안되고, 히터는 뜨거워서 가까이 할 수 없고, 밥솥은 뜨거운 증기를 내뿜기에 가까이 할 수 없다. 그런데 참 성가신게 아이들은 이 놈들을 무지 좋아한다. 마치 사운드 북을 누르는 것마냥 써큘레이터 버튼을 띡띡 눌러대고, 선풍기 대가리를 이리저리 돌려대며 낄낄댄다. 전자렌지 안에 음식이 돌아가는 광경을 입을 '헤-'벌리고 하염없이 바라보는가 하면, 세탁기 탈수가 돌아갈 때 민준이는 구경하고 싶다고 안아달라고 한다. 건조기가 다 돌아갔음을 알리는 멜로디가 나오면 또 수호는 '어!어!'거리며 나보고 빨리 빨랫감을 빼란다. 집에 들어올 때면 두 아이들은 경쟁하듯 도어락을 이리저리 눌러댄다. 그러다 아예 도어락 잠금이 걸려서 한동안 못들어간 적도 있었다. 이 놈들의 자매품 리모컨은 더더욱 인기만점이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이 놈들은 한 번 들이면 5년 이상은 데리고 동고동락하는 식구같은 놈들이다. 추운 날엔 우리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더운 날엔 아이들이 땀나지 않게 시원하게 해준다. 아이들의 밥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입을 옷들도 깨끗하게 세탁하고 말려준다. 긴 세월 동안 같이 육아를 하며 정이 들어버렸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의 육아 동지인 것이다. 오늘도 나는 '노키즈(No Kids)족'과 동거하며 함께 육아를 한다.




부모가 되면 모두 소머즈로 변한다.

아무리 작은 아기의 뒤척이는 소리에도, 울음 소리에도 온 몸이 듣고 반응한다.

이전에는 들리지도 않던 전자제품의 소리가 아이의 잠을 깨울까봐 크게 느껴진다.

온 세상의 소리가 아이에게 집중된다.


'쉿!'



*소머즈: 1970년대의 드라마 제목으로, 뛰어난 오른쪽 귀를 가진 주인공처럼 잘 듣는 사람을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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