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키워드는 ‘신사(gentlman)’다. 극중에서 영국의 국제 비밀정보 기구인‘킹스맨’의 요원들은 그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신사다운 면모를 보인다. 킹스맨 요원 해리 하트는 전직 동료의 아들인 에그시를 새 요원으로 영입하고자 훈련시키는 한편, 고귀함을 잃지 않도록 가르친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몇 차례 언급되는 ‘페어 마이 레이디’는 오드리 햅번이 출연한 할리우드 고전 영화로, 지금도 ‘꼭 봐야 할 명작’으로 손꼽힌다. ‘페어 마이 레이디’는 언어학자 헨리 히긴스가 하층 계급인 일라이자 둘리틀을 6개월 만에 상류층 귀부인으로 탈바꿈시키는 이야기다. 원래 사투리를 사용하던 일라이자는 혹독한 훈련을 받은 끝에, 상류층의 발음과 억양을 익히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히긴스 교수는 일라이자가 귀부인처럼 바뀌었어도 하층민을 대하듯 무례하고 강압적으로 대한다. 사실, 이 영화의 원작은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희곡인 ‘피그말리온’이다. ‘피그말리온’이 뮤지컬로 각색돼 인기를 끌자, 영화로도 제작됐던 것. 뮤지컬과 영화에서는 일라이자가 헨리와 결혼하는 것으로 결말이 나지만, ‘피그말리온’에서는 일라이자가 신사답지 못한 헨리 곁을 떠난다. 결국, <킹스맨>의 해리가 생각하는 신사의 이미지는 버나드 쇼의 생각과 가깝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투나 행동보다는 그 이면에 가려진 생각과 신념이 더 중요하다. 재력과 권력만으로는 ‘신사의 품격’을 갖출 수 없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매너’부터 장착하는 게 우선이다.
# 빈민가에서 흙수저로 거칠게 살아온 에그시는 해리를 만나고 나서 ‘젠틀맨 스파이’로 거듭나려고 노력한다. 에그시가 상류층처럼 교양 있게 말하는 법이 궁금하다고 하자 해리가 헤밍웨이의 명언을 들려준다.
에그시: So are you gonna teach me how to talk proper, like in My Fair Lady?
해리: Don't be absurd. Being a gentleman has nothing to do with one's accent.
It's about being at ease in one's own skin.
As Hemingway said, "There is nothing noble in being superior to your fellow man.
True nobility is being superior to your former self."
에그시: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처럼 교양 있는 말투를 가르쳐 줄 거예요?
해리: 한심한 소리 하지 마. 신사가 되는 건 억양하고는 상관없어. 너답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돼.
헤밍웨이가 그런 말을 했지.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어야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삶에 밑줄 긋기 - 책, 영화, 미드에 밑줄을 그으며 삶을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