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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글이 되는 순간
Nov 07. 2024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 본 적 있으십니까
어두컴컴한 관.
천년을 숨죽인 미라가 깨어나 반겨줄 법도 한데,
어디서 당신이 잠을 자다 '어 왔어 깜빡 잠들었네' 하고 나타나면 좋겠다는 몽상
온기라곤 간데없이 돌돌 말려버린 숨
천년을 멈춰 선 폭발직전 공기의 밀도
문을 열면
천년동안 숨죽인 외로움들과 조우할까 덜컥 겁이 나 숨이 막혀온다
얼마쯤 다가가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거리감
어디쯤 손을 짚어야 할지 감지할 수 없는 공간
외로움보다 더 엄습해 오는 낯설음 들을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
또다시 어디로든 달아나야겠다
(오랜만에 일상을 떠나 조금은 추상적인 시를 써보았습니다. 역시 추상적인 시는 어렵네요. 시란 놈이 참 그래요. 며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니 처음엔 짧았던 것이 자꾸만 길어져서 이제는 놓아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