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인생은 우리가 원하지 않은 길로 우리를 떠밀어낸다.
15년간 달려온 회사를 떠나는 것도, 갑작스러운 암 진단을 받는 것도, 모두 내가 계획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모든 '예상 밖'의 순간들이 나를 가장 소중한 곳으로 이끌었다.
암이라는 혹독한 스승은 나에게 멈추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끝없이 달리기만 했던 내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정적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나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예전처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는다. 집에 일찍 들어가 아내와 저녁을 함께 먹고, 주말에는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제 글을 쓴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 있다.
1년 반 전, 수술실 앞에서 떨고 있던 그 남자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기적 같다.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다 잘 될 거라고.
혹시 지금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당신이라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강하다. 당신이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을, 당신은 이미 견뎌내고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반드시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이 연재의 마지막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내일 있을 초창기 멤버들과의 저녁 약속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그들과의 시간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다.
예전 같았으면 업무 뒤로 미뤘을지도 모를 그 시간을, 이제는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일을 인생의 전부로 여겼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그리고 다시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일 뒤로 미루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이제 내 인생의 다음 길목으로 향한다. 두렵지 않다. 어떤 길이든 결국 나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당신의 길목에서도,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