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1년 5개월. 암 환자의 시간은 병원 예약 달력 위에서 흐른다.
처음에는 매달, 그다음엔 석 달, 이제는 여섯 달. 나는 어김없이 병원을 찾아 차가운 CT 기계 위에 눕는다. 굉음 속에서 늘 같은 기도를 한다.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기를. 이 평온한 일상이 부서지지 않기를.
1년 주기 PET-CT 검사 전날 밤은 유독 잠을 설친다. 수술로 재건한 혀는 여전히 입안의 낯선 이물감으로 남아,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일상으로의 복귀 후 또다시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나를 발견할 때면 '아직 큰 일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라고 호통 치는 듯하다.
나는 살아내기 위해, 가장 소중했던 것을 내려놓았다. 15년간 내 인생의 전부였던 동료들과 회사.
사모펀드가 휩쓸고 간 자리. 내가 참 좋아했던 CTO님과 사장님을 비롯한 창업 멤버들이 하나둘 떠나간 빈자리에서, 나는 버티고 있었다. 새로 온 COO님은 수술하러 가는 나에게 "건강이 먼저야. 언제든 돌아올 자리는 있으니까"라며 따뜻하게 배려해 주셨지만, 그래서 더 떠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회사를 떠나면 그 안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람들까지 모두 잃게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렸다.
먼저 떠났던 CTO님은 근처에 새 사무실을 얻어 종종 만나며, 여전히 나를 챙겨주신다.
이제 우리 대화는 긴박한 장애상황 보고나 프로젝트 진행율 따위가 아닌 서로의 일상과 안부로 변했다.
초창기 팀 멤버들과도 주기적으로 만난다. 상사와 부하 직원이 아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료로서.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자, 우리 관계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비워진 내 손에는 새로운 행복이 채워졌다.
새 직장에서 나는 다시 실무 개발자가 되었다. 관리직의 무게를 내려놓고, 젊은 시절처럼 키보드 앞에 앉았다. 내가 만든 기능에 사용자들이 만족할 때, 잊고 있던 순수한 성취감이 되살아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길이 기대되는, 그 행복을 다시 느낀다.
3개월마다 돌아오는 검사는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이제 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채울 기회라는 것을. 회사라는 튼튼한 버팀목을 잃은 것 같았지만 평생 함께할 더 좋은 회사를 얻었다. 새로 몸 담은 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많은 부분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분위기 또한 희망차다. 직원들에게 또 직원들끼리 아낌없이 나누는 회사이다.
오른쪽 혀를 잃었지만 살아있음의 진짜 맛을 알게 되었다.
병원 복도에서 망연자실하던 당신의 뒷모습에서 1년 전, 과거의 나를 보았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당신의 미래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암이라는 낯선 이름 앞에서 홀로 무너지고 있을 당신에게, 먼저 걸어온 사람으로서 이정표를 남긴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이 어둠의 터널 끝에는 분명 새로운 아침이 기다리고 있다.
6개월 후, 나는 다시 CT 기계 위에 누울 것이다. 여전히 두렵겠지만, 이제는 안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무언가를 잃었을 당신의 이야기도, 이제 막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