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끄적] 과거와 현재의 북경대학교

내가 오고 싶었던.

by 햄통

고등학생의 난 북경대학교에 가고 싶었다. 고3 내내 책상에 컬러프린트한 북경대 대문과 미명호(未名湖) 사진을 붙여 놓고 그런 꿈을 꿨다. 북경대를 가고 싶다고 주장했고,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팠고, 좌절됐다.(반드시 인과는 아니며 나열 구조임)

내가 고등학생 때 엄마는 아는 사람을 따라 우연히 점집에 갔다고 했다. 재미로 딸 점을 봤는데, 점쟁이 왈 둘째딸이 서울대 보다 좋은 대학을 간다 했다. 그 말을 들은 둘째딸은 역시 서울대 보다 좋은 북경대를 가는가 보다며 신이 나서 덩실거렸다. 둘째딸은 북경대는 가지 못했지만 나름 스카이 대학을 갔고, 어쩌다 보니 통번역대학원도 갔고, 돌아 돌아 오늘 북경대에 갔다.

북경대 총장 면담을 통역했다. 책상에 미명호 사진을 붙여놓고 딴짓거리하던 애가 다 커서 북경대 총장까지 만나다니. 윗분들 따라 미명호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미세먼지 속 희뿌연 미명호. 고등학생의 내가 사진으로만 보며 꿈꾸던 바로 그 미명호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지만, 나 빼고 아무도 관심없는 얘기일 거 같아 통역사의 체통을 지켰다.

내가 이곳에 와서 만나는 중국은, 가장 먼저 현재이지만 과거이기도 하고 어쩌면 미래이기도 하다. 직접 가본 곳도 있고 책으로만 접한 곳도 있고 상상했던 곳도 있다. 중국어와 함께 한 오랜 세월만큼 여기저기 이런저런 추억이 많아서, 그런 추억을 마주할 때마다 혼자 무지 감격한다. 베이징이 조금 익숙해졌고 그만큼 처음보다 무덤덤해졌만, 미래에는 이 또한 애틋한 과거가 되겠지. 아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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