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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뮈 Nov 11. 2020

[번역] 게이미피케이션: 실패의 중요성

Part 2

역자의 말.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다. 그중 상당 시간을 실패하는 데 쓰는데, 필자는 단지 성공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는 과정 또한 즐기는 그들의 흥미로운 모습에 주목한다. 게임에서 실패를 즐길 수 있는 이유와 필요조건들을 한 연구와 두 작가의 책을 인용하며 소개한다. 과연 실패는 게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현실의 실패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원문의 'grind'(반복적이고 단순한 일)라는 단어를 의역할 한국어가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 '노가다'라는 속어(?)를 썼습니다. 혹시 더 적합한 단어를 알고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근데 왜 게이머들은 실패하는 데에 80%의 시간을 소요하고,
그러고 있는 걸 그토록 좋아할까?
— Jane McGonigal


앞의 아티클에서, 훌륭한 게이미피케이션 모델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적인 동기부여 원칙에 대해 다뤘다. 이번에는, 내가 실패에 대해 배운 것과 실패가 왜 게이미피케이션에서 중요한 요소인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게임 연구원인 Nicole Lazzaro는 그녀의 한 연구에서 게이머들이 거의 모든 시간을 실패하는 데에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플레이 시간의 80%가 미션 또는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고, 시간을 다 소진하고,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데에 쓰인다. 그래도 게이머들은 실패하는 것을 즐긴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제대로 설계된 게임을 할 때는 실패가 우릴 낙담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시 시도하길 부추긴다.


위 연구 "#1 게임 연구에서의 발견"(그렇다. 이게 연구 제목이다.)은 게임에서의 실패가 게이머들의 정신적 강인함을 기르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며 발견이다. 반면 현실에서는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매번 실패할 때마다 흥미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왜 실패는 우릴 즐겁게 하는가?

위 연구를 진행한 The M.I.N.D. lab 은 플레이어들이 실패할 때 가장 강력한 긍정적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게이머들의 뇌 활동과 혈액 수준을 분석함으로 발견했는데, 뇌 활동의 정점은 그들이 실패할 때였다. 우리 대부분은 그 정점이 게임을 다 깨거나 새로운 레벨에 도달할 때, 혹은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때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실패하고 다시 시도할 때다.


이 연구는 플레이어들이 실패할 때(단, 재미있는 방법으로) 긍정적 감정의 정점을 경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에서 플레이어들은 Monkey Ball 2라는 게임을 플레이했다. 이 게임의 주요 목표는 공에 갇힌 원숭이를 현재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조이스틱을 이용해 바닥을 기울이면서 조종한다. 그렇게 공안에 있는 원숭이를 굴려 떨어지게 하거나 시간 부족으로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하면 원숭이는 울부짖으며 벼락 바깥의 우주로 빙빙 돌아 날아간다.


이런 독특한 애니메이션은 실패를 유쾌하게 만든다. 한 플레이어는 "내가 원숭이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정도면 이 게임을 분명 깰 수 있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플레이어를 웃게 한다. 알다시피 웃을 때는 심리적인 괴로움이 견딜만하다.


재미있는 게임에서는, 실패할수록 더 다시 시도하고 싶어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냐하면 우리가 이게 단지 게임이란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퍼즐이든 액션물이든 어떤 게임이든 간에 결국 이겨야 한다. 어떻게 이기는가? 충분한 연습, 시간, 동기부여로 이긴다. 물론 게임이 그 자체로 할 만해야 하고, 실패했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위 경우에서는, 실패를 견딜만하게 해 준 우주로 날아가는 원숭이가 이에 해당된다.


성공을 바라야 한다.
게임에 비해서 현실은 희망이 없다.
게임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많은 경우에 성공을 향한 기대가 성공 그 자체보다 자극적이다.
— Jane McGonigal


위의 인용에 덧붙여 Jane Mcgonigal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던진다.: "성공은 즐겁지만, 해야 할 흥미로운 일을 잃은 상실감을 남긴다. 만약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면, 적어도 우린 아직 사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 첫 아티클에 설명했듯이 우리에겐 승리보다 노가다 혹은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왜냐? 그건(노가다 혹은 과정 자체가) 곧 내적 보상이기 때문이다. — 우린 유의미한 일을 원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게임을 다 정복하거나 끝내면, 게임은 십중팔구 지루해질 것이고 우린 더 이상 플레이하거나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은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당신이 어떤 종류의 게임을 설계하든, 그게 얼마나 괜찮든, 어떤 종류의 게이미피케이션 모델을 적용하든, 언젠가는 게임은 지루해질 것이다. 그게 게임 수명 주기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이 현상은 우리가 어떤 것에 숙달되는 걸 즐기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린 진보하는 과정인 노고(勞苦)를 즐긴다. 그리고 무언가를 숙달하고 나면 지루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게다가,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결정적인 점은 당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이의 경험, 즉 즐거움의 정도를 영원히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번역본,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 : 역주)의 저자인 Raph Koster 가 말하길:


게임은 마스터하지 않는 한 재미있다.
게임의 운명은 지루해지는 것이지 재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게임이 재미있어지길 원하는 이들은 인간의 뇌에 맞서서 지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를 인간으로서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좌절에도 다시 일어서게 하고 더 강하게 만든다. 이는 사람들의 삶을 발전시키는 훌륭한 방법이다. McGonigal 이 그녀의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실패 앞에서 초연해지길 배우는 것은
게임에서 배우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정서적 힘이다.
우리는 실패로 충전되었을 때 정서적 체력을 형성한다.
이 정서적 체력은 우리가 무언가에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한다.
또한 더 열심히 움직이고 더욱더 복잡한 도전들에 맞서게도 해준다.



긍정적인 실패 장려하기

긍정적인 실패 장려는 게임 숙달까지의 지속적인 유저 참여를 위한 열쇠다. 낙관주의 자체는 더 나은 건강, 더 높은 삶의 질, 더 적은 스트레스, 더 낮은 불안과 상호 연관되어 있다. 또한 더 성공적인 관계와 경력을 의미한다. 꽃에게 물과 해가 그렇게 하듯 낙관주의는 우리를 건강하게 해 준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실패 후에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려주는 시각적 피드백이다. 유저는 자신의 성장 정도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포인트나 퍼센티지로 그들이 얼마만큼 성취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유저는 다시 시도할 때 얼마나 더 움직이고 연습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 그럼, 당신의 게임이 유저에게 열개의 질문을 던졌고 유저는 여덟 개의 질문에만 대답했다고 해보자. 이때 정답의 개수와 이전 시도와의 비교를 보여주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럼 그가 이전보다 40% 더  나아졌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들이 더 못했는지는 알려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기를 꺾는다.


마침내 당신의 제품에 레벨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보자. 다음 레벨에 도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져서 결국 유저들이 실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실패하는 것이 사람들을 더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군분투는 게이미피케이션의 필수적인 측면이다. 물론 제품이 제대로 설계되어 있어야 유저들이 다시 시도할 것이다.


과하게 단순화하진 마라

우리는 실패가 성장에 불가결한 요소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걸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낙관론을 과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게이미피케이션 실행을 목적으로 한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발짝 나아가야 할 때도 있고 선을 넘으면 안 될 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추가 글. 많은 데이터와 정보는 Jane McGonigal의 저서 Reality is Broken에서 차용했다. 만약 수치가 중요하다면 모든 데이터와 연구를 보기 위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다.



Eugen Eşanu의 게이미피케이션 시리즈 번역본 보기


Part 1. 게이미피케이션: 기초 이해하기 (이전 글)


Part 3. 게이미피케이션: 포인트로 유저에게 보상하기 (다음 글)


Part 4. 게이미피케이션: 동기부여 모델



저자: Eugen Eşanu

번역자: 조하민

원문: https://uxplanet.org/gamification-part2-5d9a3888c5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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