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자, 완모의 길
"나오면 먹이고, 아님 말지"
출산 전 나에게 모유수유란 그 정도의 것이었다.
아이의 면역력과 건강을 위해라던가 아이와의 애착을 위해라는 거창한 결심은 없었다.
그저 나오길래 먹이기 시작했다.
그땐 몰랐지. 가볍게 시작한 이 애증의 모유수유를 11개월을 하게 될지...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고 어렵고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다. (지나고 보니 더 그렇다)
그 작은 아기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젖을 찾아 먹는 순간은 마치 지난 10개월을 함께했던 것처럼 다시금 아이와 내가 한 몸이 된 것 같은 일치감을 주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만약에 둘째가 생기게 된다면 나는 또 모유수유를 하게 되겠지. (어디까지나 만약에 말이다)
먹고 자고 2,3시간 간격으로 계속해서 젖을 먹던 신생아 시절부터, 새벽에 울며 깨어나도 젖을 찾지 않아 밤수를 끊게 되기까지.
새벽수유를 하며 아무도 없는 조용한 새벽 아이를 다시 재워두고는 짧게 짧게 일기를 썼다.
그날 하루 육아를 버텨내며 살아내며 아이와 보낸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몸으로 터득한 모유 수유의 노하우를 잊지 않기 위해...
이제 아이는 돌이 지나고 더 이상 모유도 분유도 먹지 않는다.
하루 삼시 세끼의 유아식과 하루 두 번의 간식. 조금씩 도구를 사용해 음식을 먹으려는 아이를 보면
'언제 이렇게 컸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시금 그때의 어린 아기를 기억하고 싶어 모유수유 시절 끄적인 일기들을 꺼내보고자 한다.
모두 잠든 새벽 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고, 젖을 먹다 잠든 아기의 등을 두드리다 나도 꾸벅꾸벅 졸던... 잠든 아기를 내려놓고는 다시 거실로 나와 키보드의 자판을 타닥타닥 두드리며 써 내려간
그때의 짧은 나의 수유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