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 Mar 26. 2024

새벽 수유 일지 #02 새해 새(세) 식구

Happy new family!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조리원 천국이라고들 하지만 ‘밥젖젖밥젖젖밥젖젖’의 24시간을 지내다 보면 내려다 보이는 이 가슴의 본래 목적과 사명(?)에 대해 깨닫게 된다.


가슴이 찡하고 젖이 돌며 초유가 나오던 날. 이게 내 몸에서 나왔다고? 현실을 자각하기도 무섭게 아이는 젖 먹던 힘 까지라는 말처럼 열심히 젖을 빨기 시작했다. 

2주 동안 연습했던 모유수유를 이제는 집에서 아이와 나 둘이서 해내야 하는 시간. 


남편과 둘 뿐이던 고요한 이 공간에 새로운 생명이 하나 더 숨 쉰다는 것만으로도 1년을 넘게 살아온 이곳이 낯설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해 미리 마련해 둔 작은 침대에 그보다 더 작은 아기의 몸을 조심스레 눕혀보던 날. 

그때의 설렘과 불안과 기대감과 걱정의 복잡 미묘한 감정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2022년에서 23년으로 넘어가는 새해를 새 식구의 합류로 세 가족이 되어 처음으로 집에서 보낸 날 

평소라면 12시 카운트다운을 끝으로 그날의 하루는 마감을 했겠지만, 나에겐 아직 새벽 수유가 남아있다. 


잠이 많은 내가 육아에서 가장 걱정했던 새벽 기상. 새벽에 두세 번씩 깨어 수유를 한다. 


비몽사몽 정신에 빨리 분유를 먹일까 하다가도 품에서 젖을 찾아 먹는 아기를 보는 게 좋아 결국 직수를 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물론 처음 몇 주 정도만...)


아기와 단 둘이 있는 고요한 새벽 시간.

얼른 커서 통잠을 자길 기대하면서도 빨리 지나가버릴 이 꼬물이 시절이 아쉽다. (돌아보니 역시나 너무나 그리운 시절이다)


아직까지 거창한 모성애는 모르겠고, 자식에게 애착이 가는 나날들의 시작.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 수유 일지 #01 신생아 관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