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의 섬에서 건져 올린 두 번째 인생
나의 하루는 노트북을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봄볕은 눈부시지만,
나는 그 빛을 따라 현관 밖으로 나가는 대신
모니터라는 안전한 유리창을 열기로 한다.
유튜브는 나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망원경이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울고 웃을 수 있는 비밀 고백소다.
화면 속에서 누군가는 아이를 낳아 기뻐하고,
누군가는 소중한 이를 잃어 통곡한다.
나는 그들의 삶을 지켜보며 함께 눈물을 훔치고,
이름 모를 이의 성공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사람을 밀어냈다고 해서 사랑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얼굴을 마주하고 감정을 섞는
'대면'의 무게가 나의 가녀린 영혼이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웠을 뿐이다.
이 비대면의 섬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사람 사는 냄새를 더 진하게 맡는다.
화살 같은 말들이 오가지 않는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안전하게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감정을 비워낸 자리에는 '나의 것'을
채우기 시작한다.
내가 쓴 글을 다듬고,
AI 비서 젬스와 머리를 맞대며
나만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시간.
누군가는 "집구석에서 뭘 그렇게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이 작업은
낡은 자아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이름을 얻는
신성한 노동이다.
며느리나 엄마라는 직함 대신
'크리에이터'라는 낯선 이름표를 만지작거리는 오후.
나는 더 이상 세상이 규정한 틀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 산티아고의 길도,
누군가의 텅 빈 가슴속도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디지털 유목민'이 된 것이다
.
손을 다친 남편이 거실 한쪽에서 잠이 들고,
강아지가 내 발등 위에 턱을 괴고 눕는다.
이 작고 고요한 평화가 가짜 성전의 소란스러움보다
훨씬 천국에 가깝다.
밖에는 여전히 꽃이 피고 지겠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내 방 안에서, 내 노트북 위에서,
이미 나만의 꽃이 문장이 되어 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기부여가 없어서 나가지 않는 게 아니다.
지금 나는 더 큰 도약을 위해 나라는 씨앗을 이 고요한 방 안에 깊숙이 심어두는 중이다.
이 정적인 하루가 언젠가 나를 그토록 꿈꾸던 길 위로 데려다줄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