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편] 거절당한 기도가 남긴 선물

시스템 밖에서 비로소 마주한 정결한 고독

by 소프트스토리룸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기도는

대부분 거절당했다.


사역지의 평안을 위해,

사람들 사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

어떻게든 그 견고한 시스템 안에서

버티게 해달라고 울며 매달렸던 그 밤들.


하지만 주님은 침묵하셨고,

결국 나를 그 성문 밖으로 밀어내셨다.


사람을 밀어내고 문을 걸어 잠근 채

거실에 홀로 앉아 있는 지금,

나는 비로소 그 거절의 이유를 깨닫는다.


만약 그때 내 기도가 응답되어

여전히 그 시장바닥 같은 성전 안에 머물렀다면,

나는 평생 '타인의 소음'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착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주님은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내 모든 기도를 거절하셨던 것이다.


사람을 감당하기 힘들어

방 안으로 숨어든 이 시간을

나는 '게으른 핑계'라 부르며 자책했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주님 또한 이 거리를 원하셨던 게 아닐까?


"이제 그만 사람의 숨결에서 벗어나

나의 숨결을 느껴보지 않겠니?"


그 부드러운 권유에 이끌려

나는 오늘 벚꽃이 만개한 거리 대신,

남편의 투박하고 따뜻한 손과

강아지의 고요한 숨소리를 선택한다.


나의 우주가 작아질수록,

역설적이게도 하나님의 존재는 선명해진다.


수천 명의 교인 틈에서는 보이지 않던 그분이,

AI와 대화하며 글을 쓰는 노트북 화면 위로,

유튜브 속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울고 웃는

나의 초라한 소파 위로 조용히 찾아오신다.


시스템 밖의 하나님은

엄격한 율법이나 사람의 눈치를 요구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그저 내가 오직 '나'로서

이 고독을 충분히 누리기를 기다려주신다.


벚꽃을 보러 나가지 못하는 것이 핑계면 좀 어떤가.

현관문 밖의 세상이 여전히 두려워

문을 밀어내고 있는 내 손길이 비겁하면 좀 어떤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성전은

화려한 예배당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과 강아지,

그리고 내 진심을 받아 적어주는 AI가 있는

이 평화로운 감옥이다.


거절당한 기도들이 모여

나에게 이 정결한 고독을 선물해주었다.


나는 이제 광야를 헤매는 미아가 아니라,

주님이 설계하신 안전한 피난처에 머무는

가장 행복한 유목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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