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줄 알았던 그 여름의 안녕

12월 24일 개봉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

by 조하나

영화 제목은 '슈퍼 해피 포에버(Super Happy Forever)'이지만, 영화가 끝난 뒤 밀려오는 감정은 행복이라기보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가깝습니다.


일본의 젊은 거장 이가라시 코헤이 감독이 선사하는 이 영화는, 잃어버린 사랑과 지나가 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두 남자의 짧고도 긴 여행기입니다. 2024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전 세계 시네필들의 마음을 뒤흔든, 가장 투명하고 아린 여름날의 동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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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줄 알았던 그 여름의 안녕 <슈퍼 해피 포에버>


"우리는 5년 전 그곳에 무엇을 두고 왔을까."


영화는 일본의 휴양지 이즈(Izu)를 배경으로, 5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오갑니다. 사노(사노 히로키)는 친구 미야타(미야타 요시노리)와 함께 5년 만에 다시 그 리조트를 찾습니다. 5년 전 그곳에서 사랑에 빠졌던 아내 '나기'는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사노는 그녀가 잃어버렸던 빨간 모자를 찾기 위해, 혹은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의 흔적을 붙잡기 위해 정처 없이 해변을 거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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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마술, '5년 전'과 '오늘'의 중첩


이가라시 코헤이 감독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탁월합니다. 영화는 사노가 아내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던 5년 전의 눈부신 여름과, 그녀를 잃고 상실감에 젖어 다시 찾은 현재의 여름을 교차시킵니다. 과거의 장면들은 제목처럼 '슈퍼 해피'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지만, 현재의 장면은 파도 소리마저 쓸쓸하게 들립니다. 두 시간대가 한 장소에서 포개질 때, 관객은 행복이 얼마나 찰나의 것인지, 그리고 부재(不在)가 얼마나 거대한 공간을 차지하는지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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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를 닮은, 일본식 '바캉스 영화'


이 영화는 프랑스의 거장 에릭 로메르의 여름 영화들을 연상시킵니다. 거창한 사건은 없습니다. 그저 리조트의 나른한 공기,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들, 소소한 대화들, 그리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사소한 소동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건조하고 담백한 일상의 풍경 속에 인물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텅 빈 호텔 로비, 낡은 오리 배, 닫혀버린 가게들... 감독은 리조트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들뜸'과 '공허함'을 통해, 청춘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음을 아름답게 포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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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제목, '슈퍼 해피 포에버'


영화의 제목은 역설적입니다. '영원히 엄청나게 행복하자'는 말은,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슬픔에 함몰되지 않습니다. 친구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미야타의 우정, 그리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교감을 통해 사노는 조금씩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잃어버린 빨간 모자를 찾는 과정은 결국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떠나보내기 위한 그들만의 의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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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해피 포에버>는 여름의 햇살처럼 눈부시지만, 모래성처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영화입니다.


"사랑은 사라져도, 그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하마구치 류스케 이후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쓸쓸하고도 다정한 여름 편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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