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죽음은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것

12월 24일 개봉 영화 <척의 일생>

by 조하나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과 '호러의 장인' 마이크 플래너건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비명이 없습니다. 대신 춤과 노래, 그리고 생의 찬란한 순간들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2024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라라랜드>나 <그린 북>의 뒤를 이을 걸작으로 공인받은 영화. 세상이 멸망하는 순간에 가장 신나게 춤을 추는 한 남자의 이야기, <척의 일생>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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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죽음은,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것이다 <척의 일생>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척 크란츠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힐 하우스의 유령>, <닥터 슬립>을 통해 공포와 슬픔을 절묘하게 엮어냈던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스티븐 킹의 단편집 <피가 흐르는 곳에>에 수록된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습니다. 영화는 39세의 나이로 병상에서 죽어가는 평범한 회계사 '척(톰 히들스턴)'의 이야기를 역순(3막→2막→1막)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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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순으로 흐르는 시간, 죽음에서 삶으로


영화는 기묘하게 시작합니다. 인터넷이 끊기고, 도시가 무너지고, 별들이 떨어지는 전 지구적 종말. 사람들은 공포에 떨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곳에 "척 크란츠, 39년 동안 고마웠어"라는 전광판 문구가 뜹니다. 관객은 이 아포칼립스가 실제 지구의 멸망인지, 아니면 척이라는 한 인간의 뇌 속 세상이 무너지는 과정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죽음(종말)에서 시작해 그의 가장 찬란했던 중년, 그리고 비밀을 간직한 어린 시절로 향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우리는 비로소 '죽음'이 아닌 '삶'의 시작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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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히들스턴, 인생을 춤추다


마블의 '로키'로 익숙한 톰 히들스턴이 주인공 '척'을 연기합니다. 그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회계사지만, 그의 내면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리듬이 살아있습니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드럼 연주에 맞춰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입니다. 세상의 근심을 모두 잊은 듯 땀에 젖어 춤추는 톰 히들스턴의 모습은, 삶이란 결국 고통 속에서도 잠깐의 환희를 붙잡는 것임을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마크 해밀, 치웨텔 에지오포, 카렌 길런 등 플래너건 사단의 화려한 조연진이 더해져 깊이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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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대하다(I contain multitudes)"


월트 휘트먼의 시 구절처럼, 영화는 "한 인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척이 사랑했던 기억, 불렀던 노래, 스쳤던 인연들이 곧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별이고 강물이었습니다. 마이크 플래너건은 한 사람이 사라질 때 그 안의 거대한 도서관이 불타 없어지는 상실감을 아름답고도 슬프게 그려냅니다. 무섭지 않은데,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삶의 유한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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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의 일생>은 <쇼생크 탈출>, <스탠 바이 미>의 계보를 잇는 '스티븐 킹 원작의 비(非) 호러 휴먼 드라마'입니다. 세상의 종말보다 더 거대하고 신비로운 한 남자의 평범한 일생. 영화가 끝나면 당신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내 안에도 이토록 거대한 우주가 숨 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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