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개봉하는 짐 자무쉬의 신작
'미국 인디 영화의 아이콘'이자, 세상에서 가장 쿨한 멜랑꼴리를 그려내는 거장 짐 자무쉬(Jim Jarmusch). 그가 <데드 돈 다이>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제목 그대로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짐 자무쉬의 가족 영화가 평범할 리 없습니다. 눈물 콧물 쏟는 신파도, 시끌벅적한 소동극도 아닙니다. 대신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부유하는 관계들을 엮은, 한 편의 시(詩)이자 블루스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하나의 긴 서사가 아닌, '아버지(Father)', '어머니(Mother)', '자매와 형제(Sister Brother)'라는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을 띱니다. 미국 북동부, 아일랜드 더블린, 그리고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성인이 된 자녀들이 부모와 맺는 기묘한 거리감과, 그럼에도 끊어낼 수 없는 혈연의 중력을 짐 자무쉬 특유의 건조한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캐스팅 라인업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짐 자무쉬의 영원한 페르소나 아담 드라이버와 <커피와 담배>의 케이트 블란쳇, 그리고 톰 웨이츠, 샬롯 램플링, 비키 크립스까지. 이 명배우들은 짐 자무쉬의 영화 속에서 연기를 '뽐내지' 않습니다. 그저 그 공간에 '존재'합니다. 특히 별다른 대사 없이, 낡은 소파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거나 어색한 침묵을 견디는 아담 드라이버와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은, 가족이기에 더 타인처럼 느껴지는 순간의 공기를 완벽하게 체화해 냅니다.
영화는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 하나의 거대한 정서로 흐릅니다.
아버지: 부재하거나 혹은 너무 거대한 아버지의 그림자.
어머니: 이해할 수 없는, 혹은 영원히 미스터리한 존재로서의 어머니.
남매: 그 사이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독을 견디는 형제자매들.
각기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짐 자무쉬는 관광지로서의 풍경이 아닌, 인물들이 머무는 낡은 아파트나 뒷골목의 정적을 비춥니다. 이를 통해 "가족은 어디에나 있고, 외로움도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웅변합니다.
<패터슨>이 '시'였다면,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음악'에 가깝습니다. 짐 자무쉬는 극적인 사건 대신 일상의 소음과 침묵, 그리고 엄선된 사운드트랙으로 영화의 빈 곳을 채웁니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는 짐 자무쉬 특유의 '무표정한 유머'로 가득 차 있어 피식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 한구석을 툭 치는 묵직한 페이소스를 남깁니다.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저 보여주고 들려주는 방식. 이것이 바로 짐 자무쉬가 가족을 위로하는, 혹은 응시하는 방식입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가족 영화의 탈을 쓴 '관계의 허무와 연대'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짐 자무쉬는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기에 가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쉬는 그 짧은 순간이 기적처럼 소중한 것이라고. 올겨울, 가장 시크하고도 뭉클한 가족사진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가 정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