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시리즈의 링클레이터 감독의 개봉 신작 <누벨바그>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시리즈로 유럽의 낭만을, <보이후드>로 시간의 마법을 보여줬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그가 이번에는 영화 역사가 가장 뜨겁게 요동쳤던 1959년의 파리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영화광들이라면 제목만 들어도 심장이 뛸 신작 <누벨바그>입니다.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데뷔작 중 하나인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엉망진창이고도 혁명적이었던 제작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이 영화를 "영화 만들기에 관한 코미디"라고 정의했습니다. 1959년 파리, 20대의 괴짜 비평가 장 뤽 고다르는 기존의 영화 문법을 모조리 파괴하는 새로운 영화를 찍기로 결심합니다. 카메라는 핸드헬드로 흔들리고, 배우들은 즉석에서 쪽 대본을 받아 연기하며, 편집은 뚝뚝 끊깁니다. 영화 <누벨바그>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극을 통해, '현대 영화'가 탄생하는 순간의 스파크를 포착합니다.
<비포 선셋>에서 파리의 오후를 아름답게 담아냈던 링클레이터 감독이지만, 이번엔 작정하고 100% 프랑스어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물론 미국인 배우 진 세버그 역은 영어를 섞어 쓰지만요.) 그는 1950년대 파리의 공기, 카페의 담배 연기, 재즈 선율,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영화를 바꿀 것이다"라고 믿었던 젊은 예술가들의 오만함과 열정을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감과 링클레이터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대화가 만나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의 가장 반짝이는 별은 단연 조이 도이치입니다. 그녀는 <네 멋대로 해라>의 히로인이자 누벨바그의 아이콘인 진 세버그 역을 맡았습니다. 짧은 픽시 컷 머리에 "뉴욕 헤럴드 트리뷴!"을 외치던 그 전설적인 모습을 완벽한 싱크로율로 재현해 냅니다. 할리우드에서 온 스타로서 겪는 문화적 충격, 괴짜 감독 고다르(기욤 마르케)와의 갈등, 그리고 점차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잡습니다.
영화는 거창한 위인전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수와 우연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창작의 블랙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돈이 없어서 촬영을 멈추고, 필름이 너무 길어서 가위질을 막 하다가 우연히 '점프 컷'을 발견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도둑 촬영을 감행하는 에피소드들은 킬킬거리는 웃음을 줍니다. 영화를 너무나 사랑해서 기존의 영화를 부숴버린 악동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무기력해진 시네마에 보내는 링클레이터의 가장 뜨거운 러브레터입니다.
<누벨바그>는 영화광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고, 일반 관객에게는 '무언가에 미쳐본 청춘들의 유쾌한 드라마'입니다. 1959년의 파리, 그 자유로운 공기 속에 잠시 머물다 오고 싶다면,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가 얼마나 섹시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놓치지 마십시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당신은 당장 집에 가서 <네 멋대로 해라>를 다시 틀어보고 싶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