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니요 저 아직 아줌마 아닙니다.

결혼했지만 갑자기 어른이 되지 않았다.

by 감정수집가

최근 들어 나에 대한 호칭이 달라졌다.

신혼여행을 갔을때 호텔 직원이 나를 ‘마담’이라고 불렀다.

‘Mrs’라고 부르는 호칭에서 내가 결혼을 했구나 실감이 났다.


아이도 없는데 애기엄마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고

지하철에서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할머니도 만났다.

이때는 결혼 전이라 더 당황스러웠다.

내가 그렇게 보일 나이인가 싶어서.




결혼 한지 얼마 되자 않아 사람들이 결혼하면 어떤지 많이 물어본다.

남편과 나는 같이 산지 반년 정도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자취를 오래 했지만 신혼집은 완전히 달랐다.

이사 준비, 혼수, 생활용품, 끝없이 이어지는 택배들.

회사 다니면서 결혼 준비를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집에 또 놀러 오는 손님들이 얼마나 많았다.




결혼해서 좋은 점이라고 하면

‘남자친구가 이제 집에 가지 않아서 좋아요’가 정답이겠지만

현실은 적응의 연속이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했고

길치인 나는 출퇴근 길을 매번 헤맸다.

결혼 전에 살던 집으로 지하철을 탈 뻔한 일도 있었다.




조금 솔직해지자면 결혼해서 좋았던 점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내 나이에 내가 할 일 해냈다는 성취감.

20대에 대학, 취직 말고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는데

결혼이라는 인생의 타이틀을 하나 얻은 기분이었다.


원룸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것도 그랬다.

20대 내내 원룸에서 생활했었는데

창문이 건물이나 가림 판으로 막혀 있었다.

이제 창문을 열면 밖이 보인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나에게는 너무 경이로운 일이어서

베란다에서 종종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았다.

혼자일 때는 대충 먹던 밥을

둘이 먹으니 조금 더 신경 쓰게 됐다.

남편이 출장 갔을 때 혼자 밥 먹다 보면 괜히 그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오래 연애하고 결혼하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는데

20대 대부분의 추억들이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다 헤어지면 사진을 지우게 된다.

20대 사진을 정리하는데

대학생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 추억들을 모두 남길 수 있었다.



결혼 후 생각보다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때때로 여전히 외롭고
나는 아직도 사랑이 뭔지 고민한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분명한 건,

결혼했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아줌마’가 된 건 아니라는 것.

아직은 그 호칭이 조금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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