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시골마을에 전원주택 짓고 살아간 지 10년 된 엄마에게 애정을 듬뿍 줄 수 있는 닭과 병아리가 생겼다.
8년 정도 키우던 설국이(잡종 몰티즈 : 하얀 털이 근사해서 지은 '하얀 눈' 의미를 지닌 애완견)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외로워했던 엄마에게 병아리와 엄마 닭 그리고 늘름한 수탉 식구를 안기게 된 사연이다.
초4, 초1 딸들에게 경험시켜주고 싶었던 달걀 부화 체험수업을 통해 획득하게 된 인공부화기가 엄마에게 새 식구를 만들어주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일은 어떻게 되었냐 하면~~~ 1일 체험수업으로 참여하게 된 달걀 부화기 수업에서 시작한다.
이때 받은 달걀은 경기도 광주 한 농장에서 새벽에 공수받은 가장 건강한 암탉이 낳은 유정란이라고 했다.
수업 때 수의사 선생님께 전수받은 대로 아이들은 12시간 간격으로 알을 위아래로 뒤집어주며 극진한 애정을 쏟았고, 21일 만에 깨어난 병아리 두 마리는 정말 정말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생각지도 못한 새 식구 때문에 병아리 사료도 사고, 게이지도 마련했다. 병아리가 어느 정도 자라기 전까진 부화기 안에서 따뜻한 빛을 쬐어줘야 한다고 해서 정성 들여 사료도 주고, 적외선전구도 꺼지지 않게 조심조심하였다. 그런데 잠시 전구가 꺼진 사이에 감기에 걸린 듯 잦은 기침(?)과 같은 증상을 보이더니 나중에 깨어난 작은 병아리가 먼저 죽고 다른병아리도 이내 죽어버렸다. 부화 후 한 달을 못 버텼다.
죽은 병아리를 작은 종이상자에 담고, 예쁜 비즈와 구슬, 꽃으로 장식하고 아파트 공원 전나무 숲 아래에 묻어주었다. 더 나은 다음 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도 담고, 짧은 생이지만 우리에게 주었던 즐거움에 감사함도 전해주며 나름의 장례식을 거친 후에 아이들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 줄려 마트에서 유정란 10알을 사서 다시 인공부화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엄마보다 더 커다란 마음을 가진 우리 아이들은 또 다시 죽음을 보고 싶지 않다며 부화하기를 거부하였다.
부화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시골에 살고 있는 엄마에게 조심스레 부화기를 양도받으실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게 되었고 그렇게 엄마의 병아리 인공부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마침 그 무렵 엄마가 자주 보는 아침 방송에서 달걀 중 탑 오브 탑으로 꼽는 게 백봉오골계 달걀이라는 정보를 알게되어 만약 닭을 키우게 되면 백봉오골계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찰나의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그 찰나의 생각이 지금의 백봉오골계 세계관을 형성하게 될 줄이야~~
부화기를 받은 엄마는 인터넷 구매로 백봉 오골계 유정란 20알을 샀고, 부화기에 넣고 인공 부화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주변 농가의 지인이 "달걀은 자고로 암탉이 품어야 한다"며 인공부화기 성능을 의심했고, 성질 급한 아버지는 인공부화 시도한 지 5일도 안 됐는데 동네 장터에 가서 암탉을 사오자고 고집이셨다. 그래서 장터 내 닭집에 갔고, 그곳에서 귀인을 만나게 되었다.
닭집에 가서 초보 티 팍팍 내면서 백봉오골계 암탉을 구한다고 주인에게 하는 얘기가 마침 토종닭을 사려고 들른 귀인의 귀에 들리게 된 것이다.
이 분은 엄마에게 살며시 말을 겁니다. "제가 얘기를 들어보니 알을 품고자 하는 닭이 필요하신 것 같은데 우리 농장에 딱 그러고 싶어 하는 튼튼한 암탉이 있어요. 사시겠어요? " 하길래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이 분을 쫓아 차로 40분 거리를 따라 운전해 갔고 그렇게 충청도까지 가서 입양하게 된 토종닭 암탉과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어여쁜 암탉은 붉은빛이 감도는 빛나는 검은 깃털을 가진 암탉이다. 심지어 이 농장은 넓은 야산에 풀어놓고 키운 닭들이라서 날아다니며 도망가는 통에 잡느라 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암탉을 상자 안에 담아서 넘겨주며 귀인은 이렇게 얘기했다. 닭장 안에서 상자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성질 급한 아버지는 트렁크 안에서 두 시간 넘게 있었던 암탉이 걱정된 나머지 집에 도착한 후 트렁크를 열고 바로 그 안에서 상자를 열어보는 실수를 하게 되었다.
이 토종닭은 넓은 야산에서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살던 이였다. 어두운 상자 안에 갑자기 들어온 빛을 따라서 날갯짓 한 이 암탉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아뿔싸. 아무리 소리 지르며 쫓아다니며 그 암탉을 잡으러 쫓아가도 집 바로 옆 작은 산속으로 숨어 들어간 암탉을 찾을 수 없었다.
본인의 실수로 놓친 건 어쩔 수 없으니 아무 말도 못 하고 인공부화기 속에서 유정란이 부화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진 아버지는 병아리들이 부화하기 전까지 조용히 엄마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는 약간 슬픈 이야기도 포함되는 이 이야기~~
과연 인공부화기 속 20개의 유정란은 무사히 부화 할 수 있었을까???
무척 다행스럽게도 8마리의 병아리가 인공 부화하게 되었고, 낮엔 따뜻한 햇볕 속에서 지내고, 오후엔 인공부화기 안에서 지내면서 무럭무럭 자란 병아리들은 엄마 닭도 없지만 씩씩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드라마틱한 일은 이제부터 벌어진다.
달아난 토종 암탉이 종종 근처에서 우는 소리를 들었다지만 잡을 생각은 진작에 접어둔 채로 34일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밭에서 일하고 있던 엄마의 귀에 삐약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살며시 고개를 들고 농작물 너머를 살펴보던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 질 장면을 목격하는데....
혹시나 싶어 밭 가장자리에 매일 놓아두었던 사료와 물그릇을 향해 앞서가는 암탉과 그 뒤로 얼룩덜룩한 색의 병아리들이 종종거리며 뒤따르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동물적인 감각으로 조용히 밭을 벗어나서 아버지에게 상황을 알리고 커다란 잠자리채처럼 생긴 그물(?)과 바구니를 들고 살금살금 병아리 뒤로 가서 한 마리씩 줍줍 줍기 시작했다고 한다. 삐약 거리는 소리가 없어질 때까지 줍다 보니 8마리의 병아리를 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 닭은 도망가서 잡을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그동안 전해 들은 여러 전술을 통해 필살 전략을 짜 놓은 엄마는 다음을 기약하며 병아리들을 인공부화기 안에 넣고 마당 한가운데에 놓아두고 날이 어두워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전략대로 어두워진 후 병아리들의 삐약 소리에 끌리듯 다가온 엄마 닭을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닭들은 어두워지면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주변 분들의 조언 덕이였다.
그렇게 자유를 추구한 토종 암탉의 탈주는 마무리 짓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의문이다. 이 암탉이 어떻게 낯선 장소에서 알을 낳고 병아리를 부화시켰으며, 아기들을 데리고 외출을 나오게 되었을지~
그 강한 모성애라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일이 있은지 2년이 지난 지금은 엄마 집 한 귀퉁이에 손수 지은 닭장이 2채가 있는데 그중 한 곳은 이 암탉의 공간이다. 모두 털이 하얗고 발가락이 5개이며 부츠처럼 흰 깃털을 덮고 있는 참 멋지게 생긴 백봉오골계들 사이에 군계일학처럼 오롯이 빛나는 검은 깃털을 자랑하며 토종 암탉 한 마리가 자리하고 있다.
엄마 집에 낯선 차량이 다가가면 꼬끼오하며 경계태세를 발동하는 대장 수탉도 사실 이 암탉보다 순위는 낮다. 엄마 집의 가장 빛나는 스토리를 지닌 이 암탉은 동네에서도 소문난 암탉이다.
트렁크를 탈출한 지 34일 만에 돌아온 쇼생크 암탉.
아침 점심 저녁 시시때때로 찾아가 닭장의 생태를 살피는 엄마 말로는 닭들 사이에서도 위계질서는 잡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또한 이 암탉은 암컷의 매력도 풍부한지 수탉의 구애도 많이 받는 다고 한다. 그 옆에 더 예쁘게 생긴 닭이 있어도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분명 다른 매력이 있는 게 분명한지 이 암탉은 항상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강한 생명력은 강한 어미로써의 본능도 일으키며, 여성성도 두드러져 보이는 걸까?
꾸준히 관찰하며 사랑으로 키우는 엄마와 닭들의 이야기는 들을때마다 재밌고 신기하다.
다음글은 어미닭이 되고싶었던 어린 암탉의 실수와 부화 한 후 잘못 발걸음 한탓에 괴롭힘 당한 어린병아리의 이야기이다.기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