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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반. 또 노스쿨(no school)이라고 문자, 메일, 전화까지 3 연타 난리 부루스였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노스쿨이 잦네요. 눈, 아이스 스톰, 너무 낮은 기온 등의 이유로요. 오늘은 icy road conditions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올 겨울 중 도로 상황이 가장 위험한 날이었던 것 같긴 해요. 하늘에서 얼음이 쏟아지고, 극심하게 낮은 온도 때문에 그대로 얼어버렸거든요. 하루 종일 히터가 돌아가는데도 너무나 으슬거렸습니다. 그나마 세 아이들이 집에서 뛰어다니는 통에 실내 온도가 유지되긴 했지요. 이런 날에도 신랑은 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일기예보 보고 노스쿨 될 것 같다 싶으면 마트에 가서 미리 장을 잔뜩 보는데요, 오늘은 예상치 못한 노스쿨이었어요. 냉장고를 들여다보니, 유통기한이 제법 길어 사다 놓은 등갈비가 보였습니다.
좋았어, 오늘은 너로 정했다. 등갈비.
등갈비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점심, 저녁 두 끼나 온 가족이 함께 해야 하니 푸짐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먼저 등갈비를 쪽으로 잘라 물에 담가놓습니다. 밥통을 들여다보니 밥도 새로 해야 하겠네요. 압력밥솥에 쌀 7컵을 넣어 밥을 합니다. 다섯 식구 이니까요. 또 오늘의 메뉴가 김치찌개 아니겠습니까? 밥을 부르는 반찬이지요. 쌀을 씻으면서 쌀뜨물을 받아놓습니다. 김치찌개를 끓일 때마다 매번 쌀뜨물을 사용하지는 않는데요, 오늘은 타이밍이 딱 맞았습니다. 있으면 써야지요. 잡내 잡기에 그만이니까요.
1-2시간 물에 담가 등갈비 핏물이 적당히 빠지면 물로 한 번 헹궈내어 넉넉한 냄비에 쌀뜨물과 함께 넣고 끓입니다. 김치찌개는 돼지고기 국물이 중요하니까, 애벌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떠오르는 거품들을 계속 걷어내줍니다. 안 걷어내면 돼지 비린내 날 수도 있어요. 귀찮아도 잘 건져내야 합니다. 뭐든 정성이 들어가야 더욱 맛나지는 건 안 비밀.
등갈비가 속까지 익었다 싶을 정도까지 끓입니다. 그러고 나서 김치를 포기째 넣어요. 물이 많이 줄었을 테니, 물도 보충해주고요. 너무 많이는 말고요. 김치 끓이면서 물이 또 나오니까, 김치를 넣었을 때 잠길락 말락 자박한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물론 국물 위주로 공략하실 거면 물을 많이 잡으시면 되겠지요. 뭐 개인적 취향이니까요. 저희는 김치찌개 끓이면 김치 위주라서요. 항상 고기만 남는 희한한 광경. 그래서 저는 항상 김치 2포기 넣습니다. 처음부터 2포기 넣을 때도 있고요, 한 끼 먹고 남은 국물과 고기에 김치 한 포기 더 넣어 또 한 번 끓여낼 때도 있고요. 오늘은 처음부터 2포기 넣기로 합니다. 점심, 저녁 두 끼를 모두 김치찌개로 해결할 작정을 하고요.
김치찌개가 뭐 별거 없습니다. 이제 거의 끝났어요. 김치를 넣는다까지 했지요? 거기에 김치 국물 있으면 좀 넣어주시고, 간 마늘 쪼금, 신김치일 테니(김치찌개는 당연히 신김치로 끓여야 맛나죠.) 설탕 조금, 미림 약간. 팔팔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중간으로 줄이시고 김치가 야들야들 해질 때까지 한참을 푹 끓여냅니다. 쌀뜨물을 넣으면 보통 간이 안 모자라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김치를 2포기나 넣었으니 더 더욱요. 그래서 오늘은 정말 다른 간을 하나도 안 했어요. 맛보시고 국간장이나 소금 첨가하시면 되겠지요. 정말 끝났네요, 김치찌개.
먹기 전에 파를 넣어 파르르 끓여내면, 이런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아, 저는 김치찌개를 먹을 때 항상 계란 프라이와 구운 김이 생각납니다. 왜 그런지, 무슨 조화인지, 이게 맞는 음식 궁합인지는 몰라요. 그냥, 막 계란 프라이랑 구운 김이 김치찌개의 영혼의 단짝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오늘도 김을 굽고, 계란 프라이를 3개 정도 했습니다. 구운 김에 넣어먹을 간단한 초간장(간장, 식초, 참기름, 미림)도 더하고요. 김치찌개랑 같이 먹을 때 만드는 구운 김용 간장은 부드럽고, 순하게,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어요. 제 입에는 그게 좋더라고요.
온가족이 정말 말도 없이 코를 박고 먹습니다. 역시나 고기보다는 김치 애정자들이군요. 김치를 2포기나 넣었는데도, 점심을 먹고 나니 저녁 먹을 때는 김치가 부족했습니다. 밥 한 그릇 뚝딱하고, 밥 더! 를 외치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다들 입이 짧은 편이라, 이렇게 한 번씩 숨도 안 쉬고 먹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를 지경입니다. 아, 잠시 잊고 있었군요. 우리집의 김치 애정자 일 번 타자는 신랑입니다. 김치찌개 끓이면 가장 많은 양의 김치를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김치찌개에 김치를 2포기씩 넣기 시작했어요. 먹으면서 역시 와이프 김치찌개가 최고라나 뭐라나. 그런 아빠를 보며 아이들은 아빠는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다고 놀려댑니다. 조만간 3포기 넣어야 하는 날이 오는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다 먹고 난 식탁이 난리도 아닙니다. 김치 국물은 여기저기 튀어있고, 구운 김 부스러기도 사방에 조각조각. 막 애들 턱에도 김치 국물 묻은 밥알이 붙어있습니다. 오늘 점심은 정말 너무 맛있었다며 엄지를 척 올려주는 아이들과 신랑 덕에 추운 날씨도 잊은 듯합니다. 역시, 김치찌개는 요란스럽게 먹어야 제 맛인가 봐요. 적어도 저에게는 김치찌개가 오래오래 그런 음식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요란스럽게, 김치찌개 한 냄비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