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캘리포니아 롤 with soy wrapper

by 하나

저는 서양요리 바보입니다.

열무국수는 맛나게 비벼 드릴 수 있지만, 파스타는 매번 실망스러운 맛을 냅니다. 김밥은 순식간에 말아드릴 수 있지만 롤은 한 번도 말아본 적이 없습니다. 한식은 뚝딱뚝딱 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데, 서양 음식을 시도하려 하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초대받은 이웃집에 갔다가 아보카도랑 게살이 들어간 롤을 먹고는 눈이 똥그래졌습니다. 집에서도 이렇게 만들어 먹을 수 있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일반 롤과는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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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어요? 잘 보세요. 겉이 좀 달라요. 보통의 롤은 겉이 그냥 밥이잖아요. 아니면 누드김밥처럼 안쪽에 김이 들어가게 말거나요. 그런데 이 롤은 김도 없고, 그렇다고 겉에 밥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겉에 깨가 붙어 있는데, 밥 위에 뿌려져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잉, 이것은 무엇일까요?


Soy wrapper.


저도 처음에는 저것이 무엇인지 생소했습니다. 월남쌈 싸 먹는 rice paper는 많이들 알고 계시지요? 쌀로 만든, 종이처럼 얇게 생긴, 뭔가를 싸 먹는 식재료요. soy wrapper도 그런 느낌이에요. 종이처럼 얇고, 김처럼 다른 재료들을 싸기 위한, 콩으로 만들어진 식재료입니다. soy wrapper는 김과 다르게 찢어지기가 아주 쉬워요. 김은 밥이나 그 밖의 재료가 위에 올라가면 밀착되고 수분이 전해지면서 뭔가 질겨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soy wrapper는 점성이 전혀 없이 쉽게 찢어져요. 이 촉감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매가리 없는 한지라고 해야 할까요?


그럼 도대체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soy wrapper란 것이 여기에는 왜 있나? 궁금해졌습니다. 네, 이유는 미국 사람들이, 아니, 이 곳 사람들이 김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은 대부분 김을 참 좋아하지요. 한국 어린이들의 반찬 중 7할은 김이지 않던가요? 저희 아이들도 참 좋아합니다. 간식으로 김을 가지고 갈 정도로요. 그런데 같은 반 친구들이 그렇게 김 냄새를 싫어할 수가 없답니다. 둘째 아이는 호기롭게 친한 친구에게 맛이 아주 좋다며, 먹어보라고 건넸다고 하더라고요. 그랬더니, 조금 먹어본 친구가 하는 말이 맛은 뭐 나쁘지 않은데 냄새가 너무 역하다며. fish poop(물고기 똥) 냄새 같다고 하더래요. 참고로 저희 둘째는 만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얘네는 정말 물고기 똥 냄새를 맡아보긴 한 걸까요? 만 여덟 살 된 첫째는 조금 더 컸다고, 친구들이 냄새를 안 좋아하긴 해도 그렇게 대놓고 말하진 않는 것 같더라고요. 먹는 음식에 대해 서로 존중해줘야 하는데, 그렇게도 모두가 싫어하니 당분간 간식으로 김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의 음식 취향을 존중해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저희가 일보 후퇴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가 너무나 시골입니다. 그래서 여기 사는 이들에게는 김이 안 먹어본 생소한 식재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요. 뉴욕이나 LA 같은 큰 도시에 사는 미국인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여기는 그래요. 여기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미주리주 밖으로 안 나가 본 사람들도 너무나 많거든요.


이런저런 이유로 서양 음식 무식자인 제가 캘리포니아롤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해보고 생각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게 되면 애들 도시락 메뉴로도 괜찮겠다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도시락 메뉴로 김밥은 피하거든요. 김 냄새 싫어하지요, 또 단무지 냄새도 싫어해요. 참기름 냄새도 그다지 안 좋아하고요. 쩝, 어려운 동네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먼저 soy wrapper를 주문합니다. 동네 마트에서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Amazon에서 주문을 합니다. 이웃집에서 먹은 soy wrapper는 위에 깨가 붙어있는 것이었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저희 집 애들이 다 된 음식에 깨 뿌리는 걸 싫어합니다. 기웃거리다 보니 soy wrapper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딸들이 좋아할 만한 핑크색 soy wrapper도 있습니다. 한 팩당 20장 씩이나 들어있습니다. 이걸 얼마나 해 먹게 될지도 모르는데, 40장이나 사야 하나 거듭 고민을 합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깨를 싫어해서 아예 시도도 안 해보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과감하게 2팩을 사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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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저는 태어나서 처음 봤거든요, 이거 soy wrapper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캘리포니아 롤에는 아보카도와 게 살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재료는 아주 간단하지요? 저는 여기에 아삭 거리는 식감을 위해 오이를 더합니다. 오이는 씨를 빼서 길게, 김밥용 재료 손질하듯 썰어 놓습니다. 아보카도는 껍질이랑 씨 제거해서 적당한 두께로 슬라이스 하고요. 게 살은 잘게 찢어서 마요네즈랑 식초, 레몬즙, 설탕 약간 넣어 잘 버무려 놓습니다. 안에 들어가는 속재료 준비는 김밥보다 훨씬 간단합니다.


자, 이제 고난도 말기에 들어갑니다.

먼저 김발에 랩을 감습니다. 게 살을 마요네즈 범벅했잖아요. 그냥 말면 김발에 마요네즈랑 묻어서 안 좋더라고요. soy wrapper가 김발 하고 바로 만나면 쉽게 찢어지기도 하고요. 스킬 만렙이신 분들은 뭐 그냥 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감히 랩을 싸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랩 감은 김발 위에 soy wrapper 한 장을 올려놓고 밥을 올립니다. 아, 밥이요. 밥 설명을 빠뜨렸군요. 김밥 쌀 때처럼 참기름, 소금으로 간 하셔도 되고요. 그것보다는 단촛물 만들어 넣어서 양념하시는 걸 더 추천드립니다. 아무래도 롤이니까, 초밥 느낌으로 갈라면, 그게 더 좋은 궁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유부초밥 패키지 사면 그 안에 밥에 넣고 간하는 액상 소스가 들어 있잖아요. 그거 넣고 밥을 준비해도 딱 좋더라고요. 전 두 번째 만들 때는 단촛물 만들기 귀찮아서 냉장고 뒤져서 저렇게 했어요.


자 그럼 soy wrapper위에 밥을 올려 폅니다. 김밥보다 밥이 좀 더 많이 들어가게, 그러니까 너무 얇지 않게 깔아줍니다. 오이랑 마요네즈 범벅인 게 살을 넉넉히 올려주고 잘라놓은 아보카도를 겹겹이, 빈 공간 생기지 않게 넣어줍니다. 심호흡 한번 하고... 자, 맙니다. 이때 김밥 말듯이 너무 세게 힘을 주어서 꽉꽉 누르면 soy wrapper가 쫙쫙 찢어져요. 살살, 조심조심 말아줍니다. 아보카도는 길게 컷 하는 방법이 없으니까(저만 그런 건가요?) 여러 조각을 넣게 되어서 중간중간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잘 확인해가면서 말아줍니다.


마는 것까지 다 했는데 다음 복병은 자르기네요. 어떤 칼을 써도 잘 안 잘리고 터져요. 역시, 한식 이외의 음식은 쉽게 되는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쁘게 그릇에 올리고 위에 소스를 뿌립니다. 마요네즈 소스랑 장어 소스 뿌려줍니다. 아이들이 잘 먹어줄지 어떨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에 언제나 진리인 치킨 다리도 튀겨서 더합니다. 비주얼은 그럴듯하네요. 좀 더 예쁘게 담아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제 실력으로는 역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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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핑크보다 깨가 뿌려진 롤을 너무나 잘 먹습니다. 엄마는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냐며, 아무래도 엄마는 식당을 차려야겠다고, 고만고만한 아이 셋이 조잘대며 순식간에 자기 몫을 비워냅니다. 어깨가 하늘을 향해 승천하는 순간입니다.


여기사는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김밥 대신 종종 말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 입에도 잘 맞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우리 집 신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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