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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름모 Oct 05. 2022

주의소년

소년은 언제나 시간을 한꺼번에 체험했다. ‘소년또한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에서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붙인 대명사일  그는 소년이면서 노인이면서 아이였다.  소년은 연극 공연을 좋아했다. 연극의 시간은 오늘도 내일 모레도 6살때도 아닌 이상하게 분리된 분침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이 결코 체험할  있는 시간이 아닌 것은 언제도 어디에도 소년이 들어있지 않은  무대  시간밖에 없었다. 공연을 보는 시간은 부유하는 시곗바늘에서 내릴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소년이 가장 좋아했던 연극의 이름은 ‘'이었는데 특히 고래지킴이 아란의 대사를 좋아했다. 저기 아주 멀리를 가리키며 혹등고래가 보인다는 아란에게 에일린은 묻는다. “아란, 너는 초능력이 있는거야?”​


아란은 대답한다.​

“아니, 그냥 주의를 기울이는거야.”

소년은 ‘주의를 기울인다 말을 처음 들었을   말을 이해하고자 -80일하고도 1시간을 고민했다. 시간을 한꺼번에 체험할  모든 것에 소홀해야 하는 것은 기본 소양이다. 너무 많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다가는 소년의 마음이 영영 풀리지 못할 실타래처럼 엉켜 버릴 것이다. 그래서 소년은 더더욱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의 철자 하나하나를 튿어보곤 했다. 그것은 유일하게 소년이 평생 주의를 기울여본 경험이었다.

소년은 연극이 끝나고 모든 것들이 떠나버리면 조용히 무대위로 올라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올라탄다. 그리고 내려왔을 때, 다시 소년만의 엉킨 시간 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한 발에 한 글자 씩

주 의 를 기 울 이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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