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했다.
혼자 살림이라 짐이 많지 않지만, 문제는 책이었다.
작은 방 한구석에 더이상 책장이 들어가지 않는 책들이 쌓여있다.
짐을 옮기는 용달아저씨가 책을 보더니 이사비용을 배나 더 요구한다.
혼자 옮길 방법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더 주기로 했다.
큰 책장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케아를 가서 한참을 둘러보다 깨달았다.
아.. 책장을 조립해야 하는구나... ㅡㅡ; 망치도 드라이버도 없는데 무슨 수로?
도무지 혼자 만들어 낼 재간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빠와 남동생에게 SOS를 쳤다.
어느새 내 짐의 8할이 되어버린 책들은,
더이상 나혼자 옮길 수도 없게 되었고 나혼자 정리하기도 버겁게 되었다.
내 삶도 옮길 수 없을만큼 무거워지고, 정리하기 엄두가 안날만큼 복잡해진 건 아닐까.
책을 읽는다는 것,
책이 쌓여가는 만큼 삶이 좀 더 가벼워지고,
정돈되어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삼독모임에 영감을 받아서 15분 글쓰기를 해보기로 했다. 15분 타이머를 맞춰두고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책'이라는 주제로 각자가 가진 다양한 생각과 경험들이 쏟아진다.
뭐라도 쓸수나 있을까 걱정하던 사람들은 15분간 자신과의 대화에 빠져든다.
누군가의 평가나 기준 없이 오로지 내가 나와 만나는 순간.
생각의 단편이나 언어의 흩어짐이 아니라 온전한 문장으로 쓰여질 때 느껴지는 새로운 감정.
그것은 내가 쓴 글을 내 목소리로 읽을 때 전해지는 잔잔한 떨림과 진정성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나의 생각인지 학습된 생각인지 모를 주입식 사색을 벗어나
나의 생각과 철학을 다듬어가는 15분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