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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안하나이하나 Sep 17. 2022

불안하지만 익숙한 여행의 맛

 '서른아홉도 무섭다' 무색할 만큼 리에 잘 도착했다. 바다가 보이는 카바나에 누워 맥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행기를 놓치면 어쩌나 했던 경유지에 나처럼 홀로 여행을 하는 두 명의 여행자들과 수다를 떠느라 5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들은 환승 대기소 의자에 길쭉이 몸을 뉘인 채 가방을 베고 잠을 청하던 나를 보고는 발리에 여러 차례 다녀온 여행자인 줄 알았다고 했다. 나의 불안은 내 안에서만 가득히 피어날 뿐, 남들 눈에 나는 천하태평한 여행자의 모습을 하고 있나 보다. 한 명은 양양에서 아르바이트로 서핑을 가르치다가 발리 서핑 캠프에 온 대학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덴파사르에서 인도네시아 친구와 함께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청년이었다.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착지인 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랩 라운지 언니 도움을 받아 호텔까지도 무사히 왔다. 영어를 못하는 택시 드라이버 아저씨께 영어와 인도네시아어 그리고 만국의 의사소통 무기인 손발 짓을 섞어 편의점에 들러달 요청을 했다. 처음 들른 곳에서 맥주를 팔지 않아 편의점을 두 곳이나 들렀다. 덕분에 시원한 빈땅 맥주와 안주를 사들고 호텔에 누구보다도 무사히 입성했다. 아저씨 1.5달러 정도 되는 잔돈을 팁으로 드렸더니 이를 드러내 환한 웃음을 남기고 떠나셨다. 

           

 10시도 되지 않아 호텔에 도착했는데 친절한 호텔 직원분은 얼리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목에 걸어준 웰컴 꽃목걸이와 시원 달콤한 웰컴 드링크보다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짐을 풀고 따뜻한 물에 피곤한 몸을 녹였다. 창밖으로 펼쳐진 힐사이드의 푸릇푸릇한 풍경을 바라보며 편의점에서 사 온 불닭 까르보나라 볶음면과 빈땅 맥주로 여독을 푼다.


'그래, 여행은 이런 맛이었지.'


3년 만에 느껴보는 여행의 맛. 새롭고 한편으론 익숙하고, 불안하면서도 설레는 이 느낌. 오래도록 묵혀둬서 잊고 있었던 내 몸 여행 DNA가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지금 온전한 나의 시간과 여행의 맛을 만끽하는 중이다.


지금, 여기, 발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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