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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남이 Nov 01. 2021

유교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하남 광주향교’

경기도 광주목의 중심지로서 광주향교가 자리한 하남시는 천년의 역사를 품은 도시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가을은 우리 곁에 있는 중요 역사 문화유산이자 고려, 조선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역 내 유교 교육의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광주향교에서 우리 역사의 가치를 다시금 느껴보면 어떨까.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온 광주향교


교산동의 너른 들판에 자리한 광주향교는 조선의 통치 이념이었던 유교문화를 중앙의 성균관과 연계시키기 위해 지방에 설치했던 국립 교육기관이다. 광주향교의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조선 후기 숙종 때 현재 위치로 이건했다는 기록이 비교적 명확하다. 향교의 명칭은 지역 이름을 따는 것이 일반적인데, 하남시는 과거 광주군이었고, 광주향교가 문화재자료로 처음 지정된 당시에도 광주에 속해 있었다. 넓은 고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광주는 조선시대 한강 남쪽의 넓은 영토를 관할하는 지역이었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을 증보해 이후에 편찬된 『신증동여지승람』에 고려 태조 23년(940)에 이 일대 고을을 광주라고 명명했고(성종 2) 983년에 전국 12 고을의 지방 통치 거점으로 12목을 설치했는데, 그중 하나가 광주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시대의 교육 정책과 당대의 문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광주향교는 지난 1983년 경기도 지정문화재(문화재자료 제 13호)로 지정된 이래 하남시의 대표 문화재이자 시민들의 전통문화 이해를 돕는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사와 교육을 함께한 전학후묘의 구조 


하마비라 적힌 곳에서 담장을 돌아 들어가면 향교의 정문이 보인다. 몇 번 개보수를 거쳤지만 명륜당을 비롯해 동재, 서재 뒤편에 제사를 지내는 제향 공간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향교는 일반적으로 제사를 지내는 배향 공간과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강학 공간으로 구성된다. 배향 공간과 강학 공간은 방향과 지형에 따라 배치가 달라진다. 평지에 세워진 향교라면 전묘후학(전면에 배향 공간, 후면에 강학 공간 위치)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정반대로 돼 있다. 즉 전학후묘의 구조인데, 그 이유는 마을은 자연 그대로 배산임수인 반면 향교는 한강을 등지고 산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문을 남쪽으로 내다보니 산이 있는 앞쪽이 강학 공간이 되고 강이 있는 뒤쪽이 제향 공간이 된 것이다.


광주향교의 정문 격인 외삼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법 너른 마당 가운데 명륜당이 당당하게 서 있다. 양편으로는 아담한 동재와 서재가 나란히 마주 보고 있다. 유생들은 이곳에서 글을 배우고 익혔으며 동재와 서재는 학생들의 기숙사로 사용됐다. ‘명륜(明倫)’이란 인간 사회의 윤리를 밝힌다는 뜻으로, 『맹자』 등문공 편(滕文公篇)에 “학교를 세워 교육함은 모두 인륜을 밝히는 것이다”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500년 된 향교의 수호목 은행나무


향교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은행나무다. 이 은행나무는 광주향교의 수호목으로 약 500년이 넘었으며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그 위풍을 자랑한다. 향교나 서원에 은행나무가 자리한 건, 공자에게서 유래한다. 공자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은행나무의 독특한 향 덕분에 벌레가 꼬이지 않아 그 아래에서 가르치기를 좋아했고, 이후로 은행나무 아래를 의미하는 ‘행단’은 학문을 닦는 곳으로 상징됐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옛 교육 시설인 향교에는 은행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았으며, 전국의 향교와 서원에는 은행나무가 없는 곳이 없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향교 안팎을 물들이는 노란 은행잎이 장관을 이룬다. 하남시는 코로나19로 작년에는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으나 2019년까지 노거수 은행나무 축제를 열며 광주향교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광주향교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하남시는 역사·문화 콘텐츠 발굴로 ‘하남 정체성’를 확보하고자 중요 자원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그중에서 광주향교 일대를 문화유산 체험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으로 11월 중순까지 ‘우리 곁에 광주향교’를 진행한다. 문화재 활용 사업은 지역 문화재에 담긴 역사·문화적 가치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시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3년째 추진해 오고 있다. 하남시는 향교가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문화재가 아닌 우리 곁에 항상 이웃하고 있는 곳임을 널리 알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하남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우리 곁에 광주향교’는 ▲별에서 온 선비(미취학 아동 대상 유생 문화 체험) ▲향교로 떠나는 문화여행(문화예술 공연) ▲향교로의 과거여행(가족 단위 1박 프로그램) 3개 테마로 나눠 운영된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다시 또 어우러지고 광주향교의 가치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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