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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난 May 10. 2024

윤리란 존재하는가?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

해당 글은 필자의 백지노트로 실제 사실과 상이할 수 있음을 밝힙니다.


 긴 동양사상을 끝내고 서양사상에 들어섰다. 서양사상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는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의 관점을 살펴보기 전, 서양의 철학 변천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서양철학은 신화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시작되었다. 우리가 흔히 보며 자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한 각종 신화들. 고대의 서양인들은 이러한 신화를 토대로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보다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이치를 궁구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의 법칙을 연구한 것이 자연철학이다. 자연철학에서 철학자들은 무엇이 세상을 구축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피타고라스가 수가 세계를 구성한다고 주장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 이해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이해에 이어, 철학자들은 인간에 대해, 인간사회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이렇듯 철학의 관점이 '인간'으로 옮겨지기 시작한 것이 고대 그리스 아테네,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 때이다.


 소피스트는 지혜로운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특정한 관점을 제시한 하나의 그룹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점은, 소피스트가 스스로를 소피스트라 칭했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을 지혜로운 자라 일컫다니 그들이 진정 고명한 철학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운데 실제로 현대에는 그들을 궤변론자라 이르기도 한다.


 당시에는 각광받았으나 현대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소피스트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궤변론자라는 칭호에 걸맞게도 그들은 변론술을 가르치던 직업적 교사였다. 당시 그리스 사회는 직접 민주주의로 통치되었기에 언변술은 당대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였다. 현대에 면접을 위한 학원이 있는 것처럼 당시에도 언변술을 가르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바로 소피스트였다.


 세속적 가치에서 벗어나 정신적 가치를 추구했던 여느 철학자들과는 달리 소피스트는 물질적 가치를 추구했다. 그들은 감각적 경험과 유용성이 바로 진리(윤리)이며, 감각적 경험으로 금전이 이로웠고, 용이했기에 돈, 명예와 같은 물질적 가치가 진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때 감각적 경험과 용이함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그들 모두가 경험하는 것이 진리이며 때문에 진리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윤리)를 부정한 이들의 관점을 '상대적 윤리주의'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소피스트 철학자로 프로타고라스, 트라시마코스, 고르기아스를 꼽을 수 있다.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 말한다. 여기서 인간은 개인을 가리키며, 만물을 진리로 이해할 때, 프로타고라스는 개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이 진리가 된다는 상대성을 긍정한 것이다.


 정의와 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왕왕 등장하는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그는 강자가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약자를 구속하며 그들의 이익에 맞춰 처벌한다고 말한다. 약육강식과 다를 바 없는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트라시마코스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차이점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고르기아스는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 하여도 알 수 없고, 알 수 있다 하여도 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어떠한 것은 '진리'를 말한다. 고르기아스의 이와 같은 발언은, 윤리적 상대주의가 극에 치달으며 진리 존재 자체에 대한 의심을 품는 회의주의로 변화한 것이라 평가된다.


 소피스트의 철학은 지나치게 세속적이며 극단적 상대주의로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진리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주의 또한 비판을 받는데, 사실 이 부분은 왜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다. 진리를 궁구 하는 자로서, 그것의 정의 이전에 존재 여부를 의심하고 고민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 아닌가?


 소피스트의 관점이 과하게 치우쳐져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그들이 절대적이라는 명분으로 세워진 강압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불어, 트라시마코스의 관점은 우리가 흔히 정의라 칭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보다 나은 정의를 궁구 하도록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법을 당대의 정의에 부합하도록 제정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정의란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가 바뀌며, 세상이 변화하며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소프스트의 관점은 퍽 흥미로운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의 관점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진리가 상대적이라면, 상대적이라고 말하는 당신들의 주장 또한 상대적이다."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진리란 상대적이며 가변적인 것이 아니고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을 윤리적 보편주의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보편적 진리를 인지하는 방법은 감각적 경험이 아닌 이성이라고 생각했다. 감각적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나, 이성은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을 통한 참된 앎의 습득을 강조하며, 알면 덕이 생기고, 덕이 생기면 행복하다는 '지덕복합일설'을 주장한다. 그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예로 들며, 이런 상태는 선악이 없으나 이 성질이 지식과 결합할 때 용기라는 덕이 되고, 무지와 결합할 때 만용이 된다고 봤다. 어떠한 성질도 선악이 없으나 그것이 지식과 결합하느냐, 무지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듯 지식, 지혜를 중시한 그의 관점을 또 다른 말로 '주지주의'라 칭한다.


 그는 알면 행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봤다. 어떠한 것이 옳다고 안다면, 반드시 그것을 행하게 된다는 지행합일을 주장한 것이다. 행하지 않거나 행복하지 않다면 모르는 것이며, 알면서 불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는 문답법과 대화법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것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자신과 타인의 차이는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뿐이라고 하며, 스스로의 무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일례로, 소크라테스는 한 장군을 만나 용기가 무엇인지 아느냐 묻는다. 장군은 호기롭게 '용기란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 했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 '한 장군은 치열한 전투에서 상황이 불리해지자 후퇴한 뒤 다른 전략을 세워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는 용감하지 못한 것인가."라고 묻는다. 소크라테스와 장군은 비슷한 식의 문답을 이어가고 결국 장군은 '나는 용기란 것을 몰랐다.'라고 답한다.


 이런 식으로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왔는데 이것이 아이가 태어나도록 돕는 산파와 유사하다고 하여 '산파술'이라 부른다.


 또한 그는 영혼의 수련을 강조하며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화끈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견해에도 의문점은 많다. 보편적 진리가 존재한다고 하였는데 그것을 설명하지 않은 것이 그러하고, 모든 사람의 이성은 같은 것을 사고한다고 본 것 또한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애초에 감각과 이성은 완벽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이성이란 무엇인가. 보다 객관적인 사고, 보편적인 사고를 이성이라 한다 하여도 이성 또한 주관적 존재인 개인에 의해 활용된다. 인간 자체가 주관적인데 온전히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그가 말하는 '안다'의 정의 또한 모호하다. 어떤 것이 아는 것이고, 어떤 것이 모르는 것일까. 타인을 도우면 상대가 보다 불편한 상황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선을 아는 것인가 모르는 것인가. 내 행동의 결과를 추론할 수 있음을 '안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지라도 받아들이는 것을 그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가?


 소크라테스에 대해서도 깊이 공부한 것은 아니기에 의문점이 많았으나 동시에 그의 견해가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현대에 와서 메타인지라 불리는 '무지의 지각'.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그가 행한 문답법 또한 스스로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살피고, 상대의 행동양상, 사회의 구성을 파악하는 데 꽤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서양사상의 문을 여는 두 갈래의 상이한 철학. 다음은 소크라테스를 이은 후대 철학자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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