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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귤 Jul 28. 2020

용기 내며 하는 말, ‘여기 담아 주세요’

[제로웨이스트 MT 여행기 02] REFUSE: 거절하며 장보기


지난 이야기

일회용품 없는 제로웨이스트 MT에 도전한 EOTD팀과 우리에게 소중한 주말 1박2일을 맡겨준 세 명의 고객들! 과연 ‘너 없이도 잘 살아’ MT는 무사히 굴러갈 수 있을까?


드디어 대망의 MT 당일, 빠질 수 없는 첫 관문인 장보기 시간이 다가왔다. 다회용기를 두둑히 담은 에코백을 들고나가는 EOTD팀에게 전운이 감돈다. 너무나 당연하고 편리한 포장재를 이제 거절해야만 하다니, 의아한 눈빛을 받지는 않을까?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시작도 전에 괜한 걱정으로 말수가 적어진 나. 들고 가는 건 빈 용기인데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이자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비 존슨은 제로웨이스트의 핵심 5가지를 Refuse, Reduce, Reuse, Recycle, Rot으로 꼽았다. 그중 첫 번째는 문제 원천 차단, Refuse(거절하기)이다.

우리의 목표는 필요 없는 비닐/플라스틱 포장 거절하기. 마트에는 이미 포장된 식재료만 가득할 테니 전통시장으로 향했다. 혹시 제로웨이스트 장보기가 지자체 숙원사업인 전통시장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것 아닐까? 그럼 난 두 가지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이 시대의 혁신가가 되는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개꿈을 깨뜨리는 건 역시 현실. 정육점에 들어서니 어떻게 말을 꺼내나 입술이 떨어지질 않는다. 앞사람이 산 소고기를 스티로폼 그릇과 랩으로 순식간에 포장하시는 사장님 앞에서, 그래도 우리는 용기를 내 보았다.


목살 2근 삼겹살 1근 주시구요,
여기에 담아 주세요.


목살만큼이나 두근두근한 심장박동소리가 무색하게 사장님의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예~”

뭐야, 이렇게 성공한다고? 이럴리가 없는데... 좀 더 역경을 극복해야 글이 찰진데... 사장님은 표정변화도 없이 다회용기에 고기를 차곡차곡 담으신다. 아무튼, 성공이다!


정육점의 승리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관문인 야채가게로 향했다. 그러나 버선발로 나오시며 검은 비닐봉지부터 뜯어오시는 사장님. 우리가 만류하기도 전에 날쌘 손놀림으로 비닐을 열어젖히셔서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지만, 여기 담아 달라고 에코백을 내밀었다.


다소 당황하신 듯 했으나 곧 어떻게 담아야 야채가 눌리지 않을지 고민하는 그녀의 스윗함에 우리는 모두 녹아내렸다. 게다가 초록초록한 야채가 가득 담긴 에코백은 바게뜨빵 담긴 프랑스 여인의 장바구니보다도 더 멋졌다!


비닐봉지 거절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 시국에 마스크를 잊지 않고 챙기는 것처럼 익숙해지기만 하면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삶의 대부분을 거절 못 해 묻어가기로 살아온 EOTD의 세 쫄보가 ‘거절하기’에 성공했다면,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두 식재료를 성공했으니, 이제 무서울 게 없다. 처음부터 수월한 성공으로 흥분한 EOTD팀, 과연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잘 마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을 찾아온 무시무시한 난관이 있었으니...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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