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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맑음 Dec 12. 2021

피아니스트 조성진, 당신은 이미 전설입니다.

벌써 오래전 이야기가 됐다. 2015년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 발표가 있던 날, 가슴 졸이며 현지 중계를 지켜봤었다. 대한민국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자가 나올 줄이야! 그 역사적인 순간 나는, 조성진의 살아 펄떡이는 연주처럼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었다. 밤잠을 설쳐가며 그의 연주를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워도 좋을 만큼 그의 연주는 대단했다. 수상자가 호명되었을 때 그레이 카디건을 입고 활짝 웃던 뽀얀 피부의 조성진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어쩜 옷도 저리 센스 있게, 귀티 나게 입었을까.. 의상 선택도 탁월했다 극찬해가며 그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었다. 그 해 쇼팽 콩쿠르 경연 참가자는 160명이었다. 이중 단 10명만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마지막 결선 무대를 치렀고 거기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 당시 나는 한동안 조성진 앓이를 심하게 했다.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쇼팽 콩쿠르가 한 달 전에 열렸고 다른 우승자가 나왔지만, 여전히 나는 2015년 우승자인 “조성진의 파이널 결승 무대”를 잊지 못한다. 지금도 카페에서 이 글을 쓰며 조성진의 당시 파이널 연주 영상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40분에 가까운 긴 연주지만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이번 우승자도 훌륭했지만 미안하게도 조성진의 연주와는 비교 불가가 아닌가 싶다. 국뽕때문 아니냐 따질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듣더라도 그의 테크닉은 넘사벽이다.


나는 피아노 전공자도 아니고 음악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지만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 단짝 친구가 피아노를 전공했고 현재 피아니스트인데 어쩌면 중학생 때부터 친구의 뛰어난 연주를 많이 보고 곁에서 들어서 였는지 약간의 듣는 귀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들어보면 미스터치가 있는지 없는지 물 흐르듯 또랑또랑 음들이 뭉개지지 않고 잘 들리는지 정도는 아주 조금 알 수 있다. 테크닉과 기교 뭐 깊은 해석은 전문가처럼 자세히 해부할 수준은 못되지만 말이다. 내 귀에 들린 조성진의 연주는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정갈하다. 듣고 있으면 내 영혼이 샤워를 하는 느낌이랄까? 영혼이 맑아지고 죽은 세포들이 다시 재생되는 느낌이다. 그의 손끝에서 연주되는 선율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고 심장이 저려온다.


몇 년 전, 오매불망 짝사랑해 온 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이 지역 예술의 전당에 온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다.


- 여보! 죽기 전에 조성진 공연 한번 보면 나 진짜 소원이 없겠어.

- 티켓팅 시작되면 한번 해봐. 되면 꼭 보내줄게.


드디어 조성진 리사이틀 티켓팅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컴퓨터에 가장 능한 아니, 키보드를 쥐락펴락하는 과장님 한 분을 섭외했다. 빛의 속도로 표를 공략해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며 과장님(여자)의 고귀한 손가락을 조물조물 풀어주며 시계를 심하게 째려보다가 10시 땡! 과 함께 폭풍 접속을 하였으나.. 이건 뭐, 접속 자체가 불가했다. 메크로? 뭐 그런 걸 돌린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내가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나의 꿈은 사라져 가고 추억으로 남을 위기에 처한 그때, 신랑의 전화를 받았다.


- 여보! 티켓팅 2장 성공했어! 자리도 앞이야, 당신 원 없이 조성진 얼굴과 손가락 볼 수 있겠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너무 기뻐서 그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며 환호를 질렀다. 그때 지나가시던 부장님 한분이 무슨 일인지 영문을 물었고 이러이러 하노라 말씀드렸더니 부장님이 이렇게 말했다.


- 조성진? 그 사람이 누구야?

- 헐, 부장님 그 유명한 조성진을 모르세요?


그래서 이 글을 준비했다. 조성진 그가 누구인지 더 잘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해!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로 1994년 생이다. 우승했을 당시 그의 나이 고작 만 21세였다. 쇼팽 콩쿠르는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린다. 퀸 엘리자베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다.



“전문가들의 어록”
“피아노 앞에서 손가락으로만 치는 것이 아니라 곡 하나를 두고 관련 책을 수십 권 찾아 읽고, 음반도 100번씩 돌려 듣고, 미술관, 박물관에도 자주 가며 다채롭게 공부를 많이 하는 아이였다.”
-조성진의 은사 박숙련 교수 인터뷰-
“대단한 소리를 가진 아이를 찾아냈다”
-정명훈(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저는 이 젊고 위대한 건반의 시인과 연주하게 된 것에 대해 너무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결선에서 협주곡을 이렇게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크리스티안 짐머만(7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 특히나 마지막 어록을 남긴 크리스티안 짐머만은 그날 심사위원이었는데, 조성진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다른 참가자의 연주는 들어보지도 않고 “조성진이 우승할 거다”라는 문자를 정경화(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님께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조성진의 어록

“한 번도 피아노 자체가 지겨웠던 적은 없어요, 시간이 갈수록 피아노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물론 완벽한 음악은 없지만 저는 완벽에 가까워지려고 항상 노력하거든요. 잡을 수 없는 별을 잡으려고 노력을 하면 좋은 연주가 나오더라고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정말 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오늘 일에 최선을 다하자”
“연주는 손이 저절로 하고 있었고, 나는 내가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면서 듣고 있었다.”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인터뷰에서-

* 마지막 말을 조성진이 남겼을 때 그 경연을 본 혹자는 그런 말을 했다. 쇼팽의 영혼이 조성진이 연주할 당시 그곳에 다녀갔다고.. 그 정도로 쇼팽에 빙의된 듯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고..


이렇듯 만 21살의 어린 나이에 쇼팽 콩쿠르 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의 말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비범한 사람인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배울 점이 많아도 너무 많다. 조성진은 실제 공부까지 잘해서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의사가 되었을 거라고 한다. 그가 피아노를 선택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공연장이 아닌 병원에서 만날 뻔했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피아니스트가 된 내 단짝 친구도 중 고등학교 때 항상 1,2등만 했었는데, 아무래도 피아노와 공부는 그 상관관계가 매우 큰듯하다.


당시 프랑스 심사위원이 10점 만점에 1점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조성진의 우승은 더욱 화제였다. 그 심사위원은 사심 심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인터뷰를 남겼고, 그 이야기를 들은 조성진은 “그분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대인배 다운 인터뷰를 남겼다. 하.. 진짜, 이리 멋져도 되는 것인지.. 이러니 조성진에게 어찌 반하지 않을 수가 있나!


75년 우승자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결선 무대, 피날레 협주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극찬했던, 보자마자 우승자 임을 확신했던 바로 그 영상! 프랑스 심사위원이 1점을 준, 천만뷰의 신화를 쓰고 있는 영상을 올려본다.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그 레전드 영상! 나 역시 지금도 듣고 있고 이미 수십 번은 보고 들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이게 무슨 경연이지? 그냥 공연 아닌가 싶다.


40분간 신들린 연주를 마치며 그의 손끝이 건반을 힘차게 떠날 때, 울컥! 뜨거운 감동과 전율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영상은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 보세요.


https://youtu.be/614 oSsDS734


조성진! 당신은 이미 전설입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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