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맑음 Mar 13. 2022

[리뷰]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자매품: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몇 년 전부터 신랑이 말했다.

- 나이 오십이 되면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어!


2년 뒤면 신랑은 오십이 된다.

- 여보, 오십이 되면 뭐가 하고 싶은데?  


일단 대학원에 가고 싶단다. 그리고 이런저런 상세한 계획을 말해주었는데,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치밀해서 놀랐다. 사표. 은퇴. 퇴사.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화두다.


민현/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 김다현/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얼마 전 민현 브런치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이신 김다현 브런치 작가님의 책도 출간되었다.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부부가 함께 책을 출간하다니! 너무 멋진 거 아닌가? 그저 부럽고 부러웠다. 두 권을 나란히 놓고 함께 읽었더니, 여기서 생략된 민현 님 속마음을 저기서 발견하고, 저기서 생략된 다현 님 속마음을 여기서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 그랬구나! 그런 마음이었구나, 그럼 그렇지..’ 한 권만 읽으면 진심이 왜곡될 수 있으니,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꼭 두 권을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자매품이다.



https://youtu.be/4 Y03 WGQs7 ac

사실, 민현 작가님의 아내이신 김다현 작가님은 책으로 만나기에 앞서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 화면으로 먼저 만났다. 애기 애기한 외모에 똘망한 눈동자, 다부진 입매에서 사랑스러움과 프로의 향기를 동시에 느꼈다. 어찌나 말씀을 차근차근 잘하시던지 쏙 빠져들어 시청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 “우리 민현 작가님 결혼 참 잘하셨네!” 하하. 그 유명한 회사에서 왜 김다현 작가님의 은퇴를 한사코 만류했는지.. 동료들이 왜 그리 작가님을 아끼고 애정 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두 분은 서른다섯, 마흔 하나, 조금 늦은 결혼을 했다. 오! 여섯 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데? 여섯 살 연하의 아내라니.. “우리 민현 작가님 진짜 결혼 잘하셨네!” 하하. 그런 신혼부부가 어느 날 동시에 백수가 되었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가장 혈기왕성하게 일할 나이 마흔에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마냥 멋지다고 부러운 눈으로만 바라볼 수 없었다. 우선 아이를 키우는 주부의 시선으로 읽자니, “아이가 없으니 가능했던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45p
흔히 사람들은 이른 은퇴를 한다는 말에 ‘아이가 없어서 그렇지’, ‘아이가 있는 우리는 불가능해.’라고 이야기한다. 이른 은퇴란 경제적 여유 대신 삶의 여유를 ‘선택’하는 일일 뿐이다. 그리고 어떤 삶에 더 행복을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모두가 같은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아이가 있어도 이른 은퇴를 선택한 사람들은 있다.

47p
과정을 참으며 지금을 ‘희생’하는 대신, 지금 우리가 행복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

241p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마흔이 넘으면 자신만의 삶의 철학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간혹 사람들은 자신만의 관점에서 스스로가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상대를 질타하곤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조금 더 삶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면 좋지 않을까.

-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중 -

정말 맞는 말이다. 나 역시 학군이 좋은 아파트, 학원 공부를 모두 포기하고, 흙과 자연을 벗 삼아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 이곳 유량동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었을 때, 서로 다른 시선의 질문들을 동시에 받았다. 두 작가님 역시 이른 은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때론 불편한 마음도 들었을 거다. 두 분 작가님이 은퇴에 후회가 없으시듯, 우리 부부 역시 전원생활에 한치의 후회도 없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도 전원을 선택할 것이기에. 중요한 건 누구의 시선이 아니라, 그 선택으로 지금 내가, 우리가 행복한가이다.


부부동반 은퇴 이후, 휴식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민현 작가님 부부의 일과표를 보면서 너무 심플해서 웃음이 났다. 곳곳에 쉼표가 가득해서 내 숨통이 다 트이는 기분이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 로또라도 당첨됐나? 물려받을 유산이 많은가? 자칫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분은 어느 날 갑자기 충동적으로 퇴사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세부적으로 야무진 설계를 하셨는지, 책 곳곳에 기록된 플랜에 깜짝 놀랐다.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은 필독서다. 먼저 그 길을 가본 사람의 이정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아신다면, 책값은 거저가 아닐까 싶다. 책에서 직접 확인 하시라!



은퇴 후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며 살고 있다. 새로운 동네 산책 코스를 발견하거나, 달리기 기록을 달성하는 것도 하루를 풍족하게 하는 일이다. 긴 시간은 지루하지 않다. 회사를 떠나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소소한 발견을 하며 지내고 있다.

-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김다현 작가의 말 -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앞만 바라보며 달렸다. 모든 사람들이 달리고 있으니 나도 따라 달려야 했다. 그들이 왜 달리는지, 나는 왜 그들을 뒤쫓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익숙했던 길이 언젠가부터 가시밭길처럼 느껴졌다. 아내는 잠시 멈추어도 된다고 했다. 선택한 길에서 반겨주는 동네 개들한테 인사도 하고, 길고양이와 눈싸움도 하면서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했다. 언젠가 시간이 많이 지나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을 돌아본다면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할 거라고 했다. “이 길이 이렇게 이어졌었구나”

-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민현 작가의 말 -

나 또한 전원주택으로 이사 와서야 비로소 자연이,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네 아이들을 앞세워 동네 산책을 하면서 길가에 핀 민들레 홀씨를 처음으로 자세히 보았다. 강아지풀과 들풀을 손끝으로 느껴가며 새소리를 음악 삼아 천천히 걸었다. 풀 숲에서 무당벌레와 달팽이를 발견하는 기쁨은 보물 찾기와 같았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왜 멈춰야 하는지를.



책을 덮었다.


잔잔한 내 마음에 질문이 하나 던져졌다.




한 번뿐인 인생
다시 오지 않을 오늘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 마흔, 부부가 함께 은퇴합니다 (김다현)

https://brunch.co.kr/@illycoffee/98


*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민현)

https://brunch.co.kr/@illycoffee/124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니스트 조성진, 당신은 이미 전설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