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아빠의 달콤한 행복 육아의 저자의 두 번째 책.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라는 책이 며칠 전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돌연변이 아빠의 달콤한 행복 육아”를 이미 출간했던 박태외 작가님인데요, 제가 몸담은 독서모임의 호스트입니다. 9명의 작가님으로 이루어진 모임인데, 유일한 청일점이세요. 지난번 제 글씨에 “유혹체”라는 이름을 붙여주신 작가님이시기도 하니, 저와 인연이 깊습니다. 브런치 공간에서는 “막시”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살펴봐 주세요.
https://brunch.co.kr/@topofk/147
가까운 지인 작가님의 출간 소식은 저를 몹시 들뜨게 했고, 흥분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번이 첫 출간은 아니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하는 사심 가득한 응원을 담아 책 추천을 해보려고 합니다.
목요일, 교보문고에 입고된다 하여, 점심시간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가 뜨끈뜨끈한 신간을 구입했습니다. 책의 출판사는 ‘더블:앤’이라는 아주 작은 출판사입니다. 대형 출판사와 비교하면 광고가 매우 적습니다. 평대에 올려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외로이 꽂힌 책을 평대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며 베스트셀러가 되길 염원했습니다. 그리고 교보 매니저님께 이 책을 좀 많이 가져다 놓아달라 부탁을 드렸습니다. 제가 오늘 세 권을 사고 싶었는데, 책이 한 권 밖에 없어서 못 샀다고 하면서요.
평소 저는 책 읽기를 즐기지 않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님의 책이라도 앞부분을 읽다가 흥미를 잃으면 참지 못하고 슬그머니 뒤로 돌아가 넘겨보는 독서광의 반대 “독서꽝”입니다. 그런 저에게 이 책은 너무너무 재밌고 쉬웠습니다. 그냥 술술 읽혀서 걸어 다니며 또는 밥을 먹으며 손에 들고 다녔습니다. ‘너 참 낯설다’며 독서하는 제 모습에 스스로도 깜짝깜짝 놀랐어요. 이건 아무리 사심을 섞는다 해도 억지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만큼 이 책은 정말로 재밌습니다. 그건 독서꽝인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이렇게 작가님이 손수 싸인해 주신 책이 도착했습니다. 와! 작가님의 친필 싸인북 이라니! 감동이 얼마나 컸게요?! 하하. 거기다 맞춤 문구와 필체 좀 보세요.
인생이 늘 조이 하길,
가정은 늘 모두 맑음이길,
항상 꽃길만 걷길!
독서모임, 글 쓰는 카페에서의 제 닉네임이 “조이”입니다. 제 자체가 기쁨이라고.. 흠흠.. 친한 작가님이 ‘조이’라는 태명 같은 깜찍한 닉네임을 붙여주셨어요. 부끄럽지만 네, 그렇습니다. 헤헤. 조이 닉네임과 모두맑음 닉네임을 섞어 멋진 말을 책에 써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산 책은 제 딸 세아에게 선물했고요. 저는 이 싸인북을 자랑스레 들고 다니며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달려왔고,
지금도 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달릴 러너들을 위하여
저는 현재 달리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만, 궁금해졌습니다. 달리기의 매력은 뭘까! 도대체 왜 달릴까! 달리기에 빠진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린다고 하는데, 그 심리는 뭘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건 흡사 글을 쓰는 사람이 날씨와 상관없이 쓰는 것과 같을까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제가 점심, 출장 중 그림을 그리는 것) 날씨와 상관없이 그리는 것과 같은 걸까요?
그렇지만 다른 활동은 날씨가 나빠도 실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달리기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비와 눈을 온몸으로 맞서며 달려야 하니까요. 훨씬 더 자신의 몸을 혹독하게 다뤄야만 가능한 취미활동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러너들의 그 재미와 쓸모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책 제목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옵니다. ‘상실의 시대’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뒤흔들었던(그러나 제 마음은 못 흔들었던;;) 그리고 여전히 왕성한 집필을 하고 있는 노장 작가님. 그는 작가님들 중 가장 유명한 러너라고 합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에세이가 유명하다고, 저는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을 책 제목에 넣은 것은 독자들을 유혹함도 있지만, 세계 곳곳을 달린 하루키가 이 글을 쓴 작가님의 달리기와 여행에 지평을 넓혀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루키가 일흔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총명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건 어쩌면 달리기의 원동력 때문일 것입니다.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제 달리기 일화들이 머릿속에 훅훅 지나갔습니다. 저는 몸이 가볍고 날 샌 편이라 초등시절 내내 계주 선수였어요. 4학년 운동회로 기억하는데, 100미터 달리기에서 무조건 1등을 하고 싶었던 저는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흙바닥을 마구 달렸습니다. 왜, 운동회마다 그런 이상한 애 하나쯤 꼭 있지 않던가요? 제가 바로 그런 친구였네요. 하하.
결과는 어땠을까요? 애석하게도 간발의 차이로 2등을 했습니다. 한 손에는 운동화와 양말을 들고, 한 손으로는 눈물 콧물을 닦느라 꼬질꼬질한 못난이 얼굴이 되었답니다. 저를 바라보던 그날 엄마의 표정과 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주 또렷하고 생생합니다.
운동화를 벗고 맨발로 뛰었으면
1등을 하던가!
2등을 할 거면
운동화를 벗지 말던가!
캬!! 정말 뼈 대리는 명언 아닙니까?! 친엄마 맞습니다. 하하. 정말 엄마 말이 정답이었어요. 만약 그때 제가 운동화를 벗지 않고 2등을 했다면 절대 울지 않았을 거예요. 진짜 창피해서 울었거든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16년을 달렸지만 여전히 달리기에 진심이신 작가님은 에필로그에서 이런 말을 남기셨어요.
아직 해보지 못한 달리기가 많습니다. 보스턴 마라톤도 참가하지 못했고 100km 울트라마라톤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의 달리기와 여행도 글로 쓰고 싶은데, 미래의 일을 장담하진 못하겠지요? 내일도 달릴 거라는 건 확신합니다. 달리기의 재미와 쓸모를 너무나 잘 아니까요.
하루키가 일흔이 넘어서도 글을 쓰는 것처럼 저는 일흔이 넘어도 계속 달리고 싶습니다. 달리기와 여행이 만들어낼 내일이 무척 기대됩니다.
저 혼자 누리기엔 아깝습니다.
여러분도 꼭!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327p 작가의 말
이 책을 읽는 내내, 달리기 출발선에서 서서, 총성을 기다리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쿵쾅쿵쾅! 펄떡이다 못해 몸을 뚫고 밖으로 뛰쳐나와 저를 밀치고 심장이 달리기를 뛸 것만 같았던 그 숨 막히는 긴장감과 압박감! 그 자리에서 딱!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았었나요?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파팟! 앞으로 달려 나갈 때의 그 시원함! 헐떡이며 결승선 테이프를 끊었을 때의 그 희열이란! 돈 주고 살 수 없는 날것의 감정이지요. 그런 심장박동을 느껴본지가 언제였던가! 지금껏 나는 너무 미적미적하게 살아왔던 건 아닌가! 제 심장을 너무 방치한 건 아닌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뜨겁게 달려볼까?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한번 느껴볼까? 저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꼬물꼬물 속에서부터 차올라왔습니다. 이제 보니, 달리기 전도사인 우리 작가님께 철저하게 영업을 당하고 말았네요. 설득당했어요. 지금 뛰면 일사병 열사병으로 실려갈지도 모르니, 조금 선선해지면 신랑과 함께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가 살살 달려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어.
처음 사는 인생이야.
이만하면 됐지, 안 그래?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만만치 않겠지만,
잘 완주해낼 거잖아?
그렇지? 넌 잘할 거야!
달리기가 내 삶을 어루만진다는 생각에
뭉클했습니다.
달리기가 준 응원과 위로로
삶도 잘 완주해내리라 다짐했습니다.
327p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