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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 Jun 30. 2022

인터뷰를 쓰는 일

첫 번째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1호 인터뷰


첫 인터뷰 누구와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뷰 기획


 0호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예고했다. 이제 첫 인터뷰를 할 차례가 왔다. 어떤 취미를 가진 누구를 섭외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회의를 했다. 회의를 통해 인터뷰이 선정 기준이 몇 가지 생겼다. 가장 중요한 기준 2가지는 이것이었다.


쉽게 즐기기 어려운 특이한 취미일 것

우리가 해보고 싶은 일일 것


 첫 번째 기준인 ‘특이한 취미’는 구독자분들의 흥미를 이끌기 위한 기준이다. 너무 흔한 취미를 설정할 경우 인터뷰 진행도 어려울 것이고 콘텐츠의 매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기준인 ‘우리가 해보고 싶은 취미’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었다. 부담으로 안 느끼고 스스로 즐거워야 뉴스레터를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회의를 통한 기준을 바탕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가장 많은 득표를 차지한 ‘와인’이 우리의 첫 인터뷰 주제가 되었다. 인터뷰이 선정을 마쳤으니 이제 주제에 맞춰 뉴스레터와 인터뷰를 기획을 할 순서였다. 0호 뉴스레터가 발송된 후에 뉴스레터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0호 인터뷰를 읽은 독자분에게 취미 내용이 주된 내용일 것으로 추측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취미보다 인터뷰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나름 취미와 사람 이야기 간의 균형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독자 반응은 달랐다. 피드백을 수용해서 사람에 관한 인터뷰와 취미에 대한 내용을 담은 취미 가이드 두 가지로 콘텐츠 구성을 수정했다.



인터뷰이를 만나는 순간

사전 인터뷰부터 본인터뷰까지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있는데, 바로 사전 인터뷰다. 사전 인터뷰는 서면이나 비대면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서면으로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면으로 대화를 나눴을 때, 자연스럽게 추가 질문과 꼬리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점, 인터뷰이의 인상과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을 포기해야 했기에, 사전 인터뷰 질문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서면을 통해 인터뷰이를 파악할 수 있을까? 질문이 너무 추상적이면 구체적인 답변을 받기 어렵지 않을까? 질문이 너무 구체적이면 답변을 우리 의도대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질문의 가짓수가 너무 많아지면 인터뷰이에게 부담되지 않을까? 항상 중요한 것은 초기의 목적과 균형이었다. 우리가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우리의 입장과 인터뷰이의 입장을 고려하여 균형을 맞추어 사전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려고 했다.


 질문을 추려 인터뷰이께 전달했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든 질문에 답변할 필요 없이 할 수 있는 질문에만 답변해도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질문 전달 이틀 후에 사전 인터뷰 답변을 받았다. 사전 인터뷰 답변을 통해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했다. 한정된 정보 안에서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동시에 속단하지 않으려는 모순된 두 태도를 유지해야 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지를 준비했고 질문지 바탕으로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터뷰를 쓰는 일

다른 사람의 말을 번역하는 작업


 운이 좋게도 첫 인터뷰이께서 경험 폭이 넓은 분이셔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부터 와인 체험까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을 알게 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충만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녹취록을 듣고 글로 풀어나가는 순간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인터뷰의 현장감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인터뷰이의 매력을 어떻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인터뷰를 쓰면서 한 생각은 인터뷰는 번역과 매우 비슷한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번역가는 단순히 외국어 문장을 한국어로 통역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한국 사람들이 외국 작품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문장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번역가의 주된 업무다.

인터뷰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인터뷰이의 말을 어떻게 하면 인터뷰이의 의도대로 독자들이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어느 정도 글 쓰는 이의 해석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터뷰를 쓰는 내내 내가 인터뷰이가 한 말을 제대로 해석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항상 뒤따라온다. 어려운 작업이지만 인터뷰이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인터뷰이와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구어와 문어가 다르다는 것이다. 구어는 문어에 비해 표현이 자유롭다. 말을 더듬거나 주술 관계가 맞지 않더라도 듣는 이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어는 주술 관계가 명확해야 하고 표현도 구어와 차이가 있다. 인터뷰에서 나온 구어를 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글쓴이의 의지가 개입된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얼마나 인터뷰이의 언어를 수정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번역으로 치자면 직역과 의역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다소 매끄럽지 않더라도 인터뷰이의 언어를 최대한 유지할 것인가(직역), 아니면 독자가 매끄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언어를 수정할 것인가(의역). 두 접근 방식 중에 어느 것이 틀리거나 맞는 것은 없다. 두 접근 방식 중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둘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인터뷰이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고민과 더 좋은 콘텐츠를 독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의지이다.



✅ [다음 편 예고] 아마도 '독자 입장에서 인터뷰 개선하기'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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