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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 Dec 28. 2021

바보야,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 꾸밀 줄 모르는 거야

증명하기의 기초,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기

 증명하기의 기본 중에 기본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정말 정말 못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 본인 서류도 잘 못쓰면서 작성요령에 대해 써도 괜찮은 걸까? 연애 상담도 원래 글로 연애를 배운 사람이 더 잘한다고, 설명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예전에 나는 서류와 면접에서 무척 솔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사실 꽤 자주 그랬다. 솔직함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중하게 여겨지던 가치이므로 나는 이 평가가 당연히 긍정적인 평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 꾸밀 줄 모르는 거였다. 이제부터 왜 내가 이런 평가를 받았는지 원인을 살펴보고 반면교사 삼아 자신을 매력적으로 꾸미는 서류 작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꾸미는 것도 능력이다


 『착각하게 하는 힘』(후루 무다 지음, 비씽크, 2021)에서는 '착각 자산'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살다 보면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데, 나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럴 때면 억울하고 한 없이 답답해지고, 나의 노력이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그 푸념은 언젠가는 실력대로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는 근거 없는 자기 위안으로 끝난다. 왜 저 사람은 실적에 비해 더 좋은 평가를 받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이 '착각 자산'이다.


 착각 자산이란 누군가가 나를 평가할 때 유능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자산이다.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경제적으로 판단한다. 즉, 어떤 두 가지 요소를 두고 두 요소 사이에 전혀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두 사이에 연관성을 찾아 스스로 착각을 만들어내는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진면모를 알아주는 때가 올 거라는 기약 없는 기다림은 끝내 찾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이 더 빛나 보일 수 있는 후광 효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똑같은 경험이라도 더 좋아 보이게, 더 매력적이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왜 꾸밀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까?


 이력서라고는 양식에 맞춰 시간순으로 활동 내역을 적어본 적밖에 없었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괜찮을 만큼 경력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운 필드로 나가기 위해서는 나를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꾸밀 줄 알아야 했다.

 이전까지 내가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작성하는 순서는 이랬다. 시간순으로 활동 경험을 나열하기, 자기소개서 문항에서 요구하는 질문에 알맞은 경험 선정하기, 질문에 맞춰 경험에 대해 서술하기. 이렇게 작성한 서류에는 3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있었던 사실 그대로만 썼다. 두 번째, 이력 최상단에는 가장 오래된 경험이 배치되어 있었다. 셋째, 기술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1) 사실 관계만을 그대로 적기 >>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잘 보이게 적었어야지

2) 리스트업 하기 >> 이력은 최신순, 매력적인 순으로 적은 것

3) 기술적으로 표현할 줄 몰라서 >> STAR, SOARRR


매력적인 요소 뽑아내기


 첫 번째 문제와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 여러 경력 중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를 뽑아내야 한다. 내 여러 모습 중 어떤 모습이 매력적으로 비칠지 알아야 강조할 경험과 이력서 최상단에 기입할 경험을 정할 수 있다. 나를 매력적으로 봐줘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바로 채용자, 내가 지원한 회사이다. 그리고 이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내가 여려 경험 중에서 뽑아내야 하는 것은 내가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경험이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해 조사하는 방법은 기업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다. 따라 하기 쉬운 구체적 방법으로는 다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잡 디스크립션 읽기
2. 구글링, 로켓펀치, 링크드인


 채용 공고 또는 잡 디스크립션에는 어떠한 이유로 사람을 뽑는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잡 디스크립션을 자세히 읽는다면 기업의 근무환경이나 취직 시에 담당하게 될 업무에 대해 알 수 있다. 또한 자격요건과 우대사항, 인재상이 구체적을 적혀있다면 내가 어느 역량을 어필해야 하는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잡 디스크립션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무엇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통해 어떤 역량을 기준으로 평가될 것인지 예측해봐야 한다. 예측을 통해 도출한 인사이트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녹여내야 한다.


 기업명을 구글에 검색한 뒤에 10페이지 내에 있는 내용을 모두 읽으면 기업의 역사와 주력 사업, 최근 관심 분야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링크드인과 로켓펀치에서 현직자 프로필을 통해서 잡 디스크립션에 적혀있지 않던 업무에 대해서 알아낼 수도 있다. 현직자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자소서나 이력서에 사용한다면 더욱 좋다.


 이렇게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어필해야 하는 부분을 찾아낸 뒤에는 나의 경험 중에서 적합한 경험을 골라내야 한다. 경험을 고를 때의 우선순위는 실제 직무 경험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표현하기


 매력적인 경험을 찾아냈다면, 이제 매력적으로 표현할 차례다.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쓸 수 있을까? 스토리는 인간이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흐름이 느껴지도록 쓰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글에서 그리고 서류 전체에서 흐름이 느껴지도록 구성해야 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있어서, 스토텔링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STAR 기법과 SOARRR 기법이 있다. STAR기법은 S(상황), T(역할, 과제), A(행동), R(결과) 순으로 작성하는 방법이다. 우선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처해 있던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해결해야 했던 과제와 내가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행동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를 기술함으로써 인과관계를 가진 흐름이 발생한다.


 또 다른 방법인 SOARRR은 상황-대안-행동-이유-결과 구조로 작성하는 방법이다. STAR과 같이 인과관계를 통해 스토리(흐름)를 만드는 기법이다. STAR에 비해 대안과 이유 2가지 요소가 더해져 더 생생하게 상황을 표현할 수 있다. 갈등 상황을 해소한 경우이거나 나의 결정 또는 어려웠던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 SOARRR 기법이 STAR보다 유리할 수 있다.


무조건 자세히, 무조건 수치로


 이때, 중요한 것은 무조건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력서는 1장 미만으로 자기소개서는 한 문항당 500자 미만으로 적정 분량이 정해져 있다. 인사 담당자(결정권자)는 시간을 내어 수많은 이력서를 읽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길게 적지 않으며 적정 분량을 지켜주는 것이 배려다. 이렇게 한정된 분량 안에서 무작정 자세히 적을 수는 없다. 구체적 서술의 적정선은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울 때까지이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프로그램 명 대신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적는 것이 낫다. 퍼포먼스 마케터 직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퍼포먼스 마케터 직무 원격 체험'보다는 'OO기업 매출 증대 프로젝트'처럼 해당 프로그램에서 내가 한 역할을 적어주는 것이 더 직관적이며 읽는 사람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언제나 이해하기 쉬운 것이 어려운 것을 이긴다.


  다음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무조건 수치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성적 평가보다는 정량적 평가가 더 객관성을 보여주기 쉽고 평가관도 이해하기 수월해진다. 예컨대, '영화관 상영관 매니저로서 관객 안내 및 행사 보조 업무를 하였다.' 보다는 '하루에 2,000명의 관객의 안내를 도와주고 행사 보조 업무를 했다'가 낫다는 것이다. 만약 기억이 안 나거나 수치 기록이 없다면 대략적으로 표현해줄 수도 있다. 내가 담당했던 관이 총 3개 관이며 각 상영관의 수용인원이 200명이었고 하루에 5회 상영을 했고, 관객은 평균적으로 상영관 정원의 2/3만큼 왔다고 한다면, 나는 하루에 약 2,000명(200 × 3 × 2/3 × 5)의 관객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되도록이면 큰 숫자가 유리하다. 같은 인원수지만, 하루에 30명보다 한 달에 900명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큰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무조건 구체적으로 프로그램 명 대신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적는 것이 낫다.



불필요한 이야기 줄여내기


 마지막으로는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낼 차례다. 불필요한 부분이란 문장에서 반복되는 요소를 합쳐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회사 이야기를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회사가 궁금해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회사의 이야기는 내부자들이 나보다 훨씬 더 잘 안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내가 그들이 찾고 있는 사람과 부합하는지 아닌 지다. 회사 이야기와 연관 지여 적되 회사 이야기를 줄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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