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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안 Mar 14. 2020

'오늘,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산다는 것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면서 집에 가서 무슨 일을 할지 생각했다. 일본어 공부부터 시작할까 하다가, 30년 안에 일어나는 것으로 거의 예정되어 있다는 도카이 대지진을 떠올렸다. 도호쿠 지진보다 훨씬 강력할 거라던데?ㄷㄷㄷ 게다가 지금 2시국도 그렇고… 여러모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난 다음 달에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 지금 하는 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


하지만 과거에 했던 행동 중 지금 나에게 중대한 의미가 있는 게 뭘까? 인생극장처럼 그래 결심했어 하고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엄청난 선택 같은 건 없었고(기껏해야 대입일 텐데, 난 근 2년을 꿈꿨던 전공에 들어간 거라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었다. 지금은 다른 게 낫지 않았나 싶긴 한데ㅋㅋ), 매일매일 쌓아온 작은 분기점이 지금의 삶을 만들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진짜 재밌게 본 '인생극장'. 여기선 무조건 오른쪽이다

예전에 들었던 메모 강의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지금 쓰는 메모들 중 어떤 게 미래에 필요할지 지금의 나는 알지 못한다고. 지금 배운 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미래의 나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와 연속성만 있다 뿐이지 필요로 하는 것도 집중하는 것도 다른 사람일 것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에 필요할 법한 자원을 최선을 다해 최대한 많이 개발해두는 것이다. 킹시국이야 어떻게 변할지 아베도 모를 것이다. 지금 쌓아둔 체력이 수술 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 가수가 죽은 동생에 대해 쓴 에세이가 있다. 동생은 사진작가를 꿈꿨고, 죽는 날에도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사진기가 동생을 죽였다며 안타까워했지만, 요조는 동생이 그 순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을 때에는 거의 어김없이 그 에세이를 떠올린다. 그러면서 삶은 늘 현재성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자려고 누워서 내일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옛날 일을 떠올리며 그때 왜 그랬냐고 자책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로 지금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삶인 거라고.

그러니 오늘을 살아나가자,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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