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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라 Mar 01. 2018

뉴질랜드에서 바리스타로 살기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05 다섯 번째 이야기 #뉴질랜드 # 바리스타

세계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그 나라의 커피를 맛보지 않으면 아쉬움을 느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이다. 뉴질랜드는 커피 생산지는 아니지만, 커피 문화만큼은 고유의 색을 띠고 있을 정도로 잘 정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나라이다. 뉴질랜드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이유 중 한 부분이 바로 그런 이유에 있었다.







지난해, 카페 매거진을 통해 뉴질랜드의 커피와 카페에 대해 기록한 적이 있다.

[플랫화이트의 본 고장, 뉴질랜드 카페 여행(2017)]

[플랫화이트의 본 고장, 뉴질랜드 카페 여행②(2017)]


지난 매거진에 담았던 마음이 뉴질랜드를 여행 중이거나 거주 중이면서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몇몇 카페를 추천하고 싶은 것이라면, 이번엔 뉴질랜드의 바리스타로 일을 하면서 느꼈던 뉴질랜드 카페가 가진 특색에 대해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뉴질랜드, 이 먼 곳 땅에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반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을 모두 돌이켜보니 그 대 부분의 시간을 카페에 있었다. 카페 투어 하는 시간 이외에는 모두 바리스타로써 커피를 만들던 시간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지내는 동안은 쭉 바리스타로 일하고 싶은 바람을 품고 있다. 그것이 현재의 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지 경험이 없었던 이에게 처음부터 뉴질랜드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이 어찌 쉬웠으랴. 뉴질랜드가 품고 있는 카페의 특색과 고유의 문화, 커피 스타일 등을 읽히고 실제로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새로운 것이 익숙한 "내 것"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그렇듯이 말이다.



지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카페들은 거의 다 방문했을 정도로 원두의 맛과 고유 서비스 그리고 뉴질랜드 바리스타들의 동작과 그들의 태도를 읽히는 데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만나왔던 뉴질랜드 바리스타들에게서 배운 내공과 그들의 웃음에서 배운 것도 적지 않았다. 그 시간들은 기록하고 싶을 만큼 거름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기록한다. 아마도 뉴질랜드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바람과 같다고 볼 수 있다.








1) 뉴질랜드 카페는 공무원 카페

원두가 유명하다거나 입소문을 탔다거나, 괜찮은 카페는 모두 이른 아침에 오픈해서 오후 3-4시면 문을 닫는다. 물론, 오후 1시나 2시에 닫는 카페도 적지 않게 볼 수 있고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호주나 뉴질랜드의 카페 문화가 조금씩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늦은 저녁까지 하는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카페 영업시간이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을 커피와 함께 한다. 시작뿐만 아니라 아주 자주, 커피와 함께한다. 내가 일하는 카페의 레귤러 손님들은 출근하기 전에 한번, Coffee time에 한번, 점심시간에 또 한 번 더 들러서 커피를 즐기곤 한다.


보통 점심시간에 '브런치 손님'들로 붐빈다면, 이른 아침에는 줄을 서서 테이크 아웃 커피 하나씩을 손에 쥐기 위한 '커피 손님'들로 붐빈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큰 여유를 느낄 시간은 거의 없을 정도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2) Art of COFFEE

뉴질랜드 사람들의 대 부분이 즐기는 커피인 'Flat white(플랫 화이트)'는 미세하고 쫀쫀한 마이크로 폼으로 완성되는 커피이기 때문에 바리스타 자체의 기술이 요구되는 커피이다. 동시에 가장 무겁지 않은 우유 폼으로 가장 아름다운 아트를 그려낼 수 있는 커피이기도 하다. 플랫 화이트가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커피인 만큼,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뉴질랜드의 바리스타에게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은 'Latte art(라테 아트).' 때문에 뉴질랜드 바리스타들은 대부분 라테 아트 기술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며, 이 곳에서는 커피 잔에 담긴 바리스타의 아트를 보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당연히 라테 아트를 잘 다룰수록 바리스타로써의 잡을 구하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라테 아트에 자신이 있다면 CV의 한 부분을 라테 아트 사진으로 어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Latte art by' New Zealand barista








3) 식사와 커피, 디저트를 한 번에

뉴질랜드 카페는 10평짜리 작은 가게라도 대부분 메인 셰프를 따로 두고 있다. 바리스타와 셰프를 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보통 한국의 카페에서는 메인인 커피에 그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디저트를 기대하지만, 뉴질랜드의 카페에서는 한 가지 옵션이 더 있다.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브런치 메뉴이다. 이처럼 커피를 즐기는 카페지만 구인 시에도 대 부분은 바리스타와 셰프를 따로 구인할 정도로 각각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뉴질랜드 카페에 들어서면 '브런치 메뉴', '커피 메뉴' 그리고 통 유리의 케비넷에서 판매하는 '베이커리 메뉴(디저트나 간단한 샌드위치, 머핀 등)'가 각각 따로 있는 곳이 수두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커피 메뉴는 보통 카페를 들어서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놓지만, 식사 메뉴는 프린팅 한 형태로 준비해두는 곳이 많다.

커피 메뉴
케비넷 베이커리 메뉴





보통 아침에 카페를 오픈하면 셰프가 그 날의 베이커리와 샌드위치 등 케비넷에 진열할 음식을 준비하고 바리스타는 머신을 세팅하고 바로 커피 손님을 받을 준비를 하게 된다. 카페마다 다른 룰을 가지고 있겠지만, 셰프는 주방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주문이나 서빙은 모두 바리스타가 담당하거나 너무 바쁠 경우에는 'Cafe assistant'(FOH: Front of house)를 고용하여 따로 그 역할만을 부여하기도 한다.

커피와 식사





번외로, 이렇게 바로 음식이 조리되어 나오는 식사 메뉴가 있기 때문에 대 부분 뉴질랜드 카페에서는 Chips(칩스), 일명 감자튀김을 파는 곳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칩스 하나를 시켜 놓고 커피와 함께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그 조합이 의아하기도 궁금하기도 했다. 언젠가 친구의 권유로 칩스와 커피가 함께일 때만 나오는 완벽한 조화로움을 이해한 이후로는 자연스레 카페에서 칩스와 커피를 주문하게 되었다. 뉴질랜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커피와 칩스, 이 조합은 꼭 한 번쯤은 도전하기를 추천해주고 싶다.

커피와 칩스







4) 뉴질랜드 바리스타는 All-rounder

큰 브랜드의 카페는 간혹 바리스타가 커피만 만들고, 서빙과 계산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직접 경험하고, 다른 바리스타들의 통해 간접 경험했던 카페의 대부분은 커피를 만드는 역할만 부여되는 것이 아닌 것이 보통이었다. 처음 바리스타로 구직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당연히 커피만 만들고 커피 머신 앞에만 서서 일하는 것을 상상했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이었다.





물론 여기에 간단한 주문을 받는 것, 커피 머신과 그라인더 청소, 그리고 마감 청소까지는 예상 범위에 포함되었지만 그 이 외에 것들은 예상 밖이었다. 예를 들어 베이커리 종류의 음식과 커피를 서빙하는 것, 식사 종류가 아닌 베이커리 종류는 손님에게 서빙될 수 있도록 데우거나 플레이팅하고, 손님들이 나간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기도 하는 것, 커피를 만들면서 끊임없이 손님들과 대화하는 것(이 것 역시 뉴질랜드의 바리스타에게 기대되는 자질 중 하나이다.)과 같은 역할 등이 있다. 나의 경우 작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했을 때 '주문', '커피', '서빙', '마감', '재고 관리' 그리고 마감 시에 그 날의 수입에 대한 '정산'도 할 줄 알아야 했다. 이런 경우를 'All rounder' 포지션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다재다능하게 모든 일을 돌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카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점을 염두하지 않으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알아두는 것이 좋다. CV를 작성할 때에도 'All rounder' 포지션이 문제없다는 점을 언급하는 것도 좋겠다. 물론 실제로 문제없을 정도의 마음의 준비와 현실적인 노력도 곁들이고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재다능한 바리스타를 선호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바리스타의 역할이 '바쁜 환경에서도 동일한 품질의 커피를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커피 원두가 갈리는 그라인더의 상태와 추출 시간, 머신의 환경, 라테 아트 연습 등은 당연히 놓쳐서는 안 되겠다.







5) 아이스보다 핫 커피

한국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아이스커피가 많지만, 뉴질랜드는 반대이다. 한 여름의 땡 볕일 경우에 아이스 라테 등을 찾는 수가 늘어나긴 하지만, 사실 여름에도 판매에 주를 이루는 것은 뜨거운 커피이다. 핫 커피의 대표적 메뉴는 '롱 블랙'과 '플랫화이트'이다. 롱 블랙은 아메리카노와 만드는 방식만 정반대이고 아메리카노보다 더 진한 블랙커피라고 할 수 있다. 물 위에 보통 2샷의 에스프레소가 올라가기 때문에 크레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플랫화이트는 우유가 들어가는 라테나 카푸치노 등의 커피보다 더 얇고 미세한 쫀쫀한 거품이 올라가는 커피이다. 뉴질랜드 사람들의 80%는 플랫화이트를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나라의 대표적인 커피이다. 점점 뉴질랜드와 호주의 플랫화이트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속도가 급증하는 만큼, 우유의 밀키 한 맛보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느낄 수 있는 플랫화이트에 강한 매력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음료만 고집하던 나도 롱 블랙과 플랫화이트의 맛을 알아버린 건지 이제는 뜨거운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곤 한다.







6) 아기를 위한 커피, "Babyccino"

뉴질랜드 카페 문화 중에 컬처 쇼크로 다가왔던 것 중에 하나이다. 'Babycchio' 또는 'fluffy'라고 불리는 이 커피는 아기들을 위한 커피이다. 하지만, 실제로 에스프레소가 들어가진 않는다. 뜨겁지 않게 거품을 낸 우유 스티밍을 에스프레소 잔에 담고 초콜릿 파우더나 마시멜로우 등으로 데코 하여 서빙되곤 하는데, 그 모습이 깜찍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커피가 아닐까 싶다. 커피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아기들을 위한 카페 문화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정말 많은 아기 엄마들이 당연스럽게 아기를 위한 베이비 치노를 주문하고, 아기들도 카페에 오면 'My Fluffy!', 'My babycchino!'를 연신 외친다.

Babyccino








7) 디테일한 주문 스타일

단 하나의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더라도, 현지인들의 주문은 실제로 정말 디테일하다. 처음에는 우유의 종류와 설탕의 종류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릴정도였다. 뉴질랜드에서는 자신의 커피 스타일이 확고하고 그만큼 커피의 맛에 세심한 변화를 느껴서 원하는 스타일이 아닐 경우에는 냉정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설탕은 보통 3-4종류, 우유도 역시 4종류 이상이다. 설탕이나 우유의 종류가 다양해서 주문이 다양하다는 고충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익숙해져야 하는 부분이다. 주문의 디테일은 훨씬 다양한 옵션으로부터 온다.


우유를 3/4만큼만 채워달라는 사람, 롱 블랙에 크림을 달라는 사람, 디 카페인으로 해달라는 사람, 커피 위에 시나몬이나 초콜릿 파우더를 올려달라는 사람, Extra hot으로 해달라는 사람, 테이크 아웃 컵에 반절만 채워달라는 사람.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각자만의 커피 스타일을 그대로 요구하곤 한다. 때문에 한 문장으로 주문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글자로 문장을 써놓고 본다면 이해하기 쉽겠지만 이 모든 요구가 회화로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다.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뉴질랜드 카페에서 사용하는 설탕, 우유, 재료 등의 이름에 익숙해지고, 레귤러 손님들 마다의 커피 스타일을 외워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조금 언급했듯이 모든 서비스직이 그렇겠지만, 손님과의 대화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만났던 바리스타들은 커피를 만들면서도 손님과 일상 대화를 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당연히 커피 스타일을 외우는 것 이외에 서로의 이름을 알고,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오늘 저녁에 무엇을 할 것인지, 요즘 무엇에 취미를 두고 있는지 등 생각보다 세심하고 세심한 대화들이 오간다. 마치 정말 가까운 친구처럼.


내가 일하는 카페 매니저는 새로 방문한 손님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손님을 다 외우고 있고 나에게도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특징을 설명해준다. 그렇게 실제로 그렇게 친구가 된 단골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카페에서 꼭 무엇을 사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바리스타의 얼굴을 보러 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은 선물을 주러 일부러 들리는 경우도 있다.


그 안에서 오고 가는 웃음 피는 대화들이 참 따뜻하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되어가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진심을 담은 대화와 베풀었던 관심들은 오히려 내가 받은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느낄 이 곳 고유의 문화와 분위기를 또 배워나가야 할 것은 글로 다 적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커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뉴질랜드의 바리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작은 용기를 심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마친다.






『ㆅㅏ나유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매거진


『ㆅㅏ나유 In Cafe 매거진 』


『ㆅㅏ나유 캘리그라피 에세이 매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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