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의 귀여운 강여사
며느리의 남편으로 좀 봐주면 좋으련만 오롯이 당신 아들이길 원하신다
토요일만 되면 아들이 좋아하는 나물과 국을 만들어놓고 목을 빼고 베란다에 눈을 박고 계신다
나도 참 어지간하다 이제 익숙할 만도 한데 아직도 나의 남편이길 기대하고 있으니
내 나이도 이순을 접어들었다
남편의 손길은 마다하면서도 마트 갈 때, 운전이 필요할 때 찾게 된다
이렇게 두 여인 속에서 늘 피로한 일주일을 살아간다
오늘도 여지없이 남편은 엄마에게 갈 준비를 하고 난 며칠 전부터 통도사에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했다
듣는 둥 마는 둥 난 지켜보았다 어찌하나 이번에도 그러면 이제 끝장이다 라면서
새벽부터 설친다
빛인 들기도 전인 첫새벽에 통도사를 가자고 빛이 있어야 꽃사진도 잘 나오는데 중얼거리며 따라나섰다
마침 통행료 주차비가 무료라네
카메라를 몇 컷 누르기도 전에 이제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난 커피도 한 잔 하며 꽃비를 맞고 싶었는데 아휴 그럼 그렇지 내가 우선순위일리가 없지
부리나케 집으로 와 나를 내려주고 엄마에게로 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하지는 않는다
우린 그렇게 평생을 한 남자를 나누어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최여사가 귀여운가 하면
얼마 전 막내가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할머니께 인사를 갔다
안 와도 된다고 한사코 만류하셨지만 자식욕심이 얼마나 많으신 분이데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딩동 문이 열리고 화사한 분홍빛 캉캉시스루 치마를 입으신 최여사 순간 이 무슨 시추에이션 며느리보다 더 곱게 차려입고 계셨다
아 속았다 또 내가
정말 늙은 여우라는 생각이 소름이 돋았다 너무나 머리가 좋으셔서 며느리 셋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다 며느리 셋 어디까지 건드려야 하는지를 적확히 알고 계신다 며느리가 화를 내면 몹쓸 년이 되고 가만있자니 속이 부글거린다
손자와 그의 여자 친구 인사를 받고 내민 봉투
솔직히 난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 손자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또 한 번 놀라며 난 아무리 해도 우리 강여사를 이길 재간이 없었다
아들의 여자 친구는 이 이야기를 친구한테 친정엄마에게 당연히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난 이렇게 또 강여사에게 한 방 먹었다
정신줄 놓지 않고 계셔 줘서 참 고맙고 감사하지만 난 언제까지 강여사의 그늘 아래 살아야 하고 남편의 울타리를 기대하지 않을까?
고부사이가 좋아 보인다
난 그냥 친정엄마와 올케사이를 보아왔기에 나도 그리 살고 싶어 내색하지 않고 살아왔다
어느 해 섣달그믐에 막내아들이 할머니 옆에서 하룻밤 자고 오더니
아이고 우리 엄마 고생했네 하면서 안아 주는데 왜 그리도 서러웠는지~밤새 한 이야기하고 또 하고 난 그냥 예, 예 하고 수십 년을 들었다 그게 이혼의 사유는 되지 않으니 지금도 살고 있다
막강한 최여사님 지금처럼 기죽지 말고 건강하게 사세요
제가 당신의 밥이 되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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