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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선생 Jun 30. 2023

혹시 제가 궁금하시다면..

한의사 혜선생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한의사 이혜정입니다.

혜선생이라는 필명은 레지던트 시절 교수님께서 이선생~ 이선생~ 하시던 것에서 착안하여 누구나 편하게 혜선생~하고 찾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자 함입니다.



왜 한의사가 되었을까?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교대를 다녔습니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몸이 붓고 어지러워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졌어요. 병원에 갔지만 혈압이 조금 낮은 거 빼고는 특별히 문제가 될만한 게 없다고 하셨어요. 저는 너무나 힘들고 아픈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막막하고 두려웠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 1층에 있었던 한의원에 들어갔고 따뜻한 손으로 맥을 짚으신 후 말하지 않았던 증상까지 얘기해 주시며 "힘들었겠네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어떻게 맥만 잡고 아시지? 이건 마법이다!"

한 달 정도 한약을 먹고 정말로 건강해졌고, 그 길로 휴학을 하고 수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교사는 적성에도 잘 맞았고 너무나 좋은 직업이었기에 주변의 만류가 컸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건강과 희망을 건네고 싶다는 열망은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저의 신념이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니 웃음이 납니다.

마법도 아니었고, 맥으로 모든 것을 다 아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의사는,

환자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실 때의 모습과 체형, 피부색, 목소리, 맥, 증상

모든 것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때 막연히 느꼈던 한 가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 몸의 불편감이 병으로 진단되기에는 어려운 기능적인 문제라도 한의학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한의사도 인턴, 레지던트 하나요?


한의사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하고 전문의를 취득하는 비율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문의인 한의사가 일반한의사보다 치료를 잘한다고 말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의가 아니셔도 너무나 훌륭하게 치료하는 한의사 분들이 많으세요.



제가 한방부인과 전문의가 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저희 집은 부잣집이고, 중고등학교나 교대를 다닐 때도 여자의 비율이 항상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여성의 건강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한의학에서는 한 명의 여성을 치료하는 것이 열 명의 남성을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만큼 여성의 몸은 섬세하며, 초경과 임신, 출산, 완경을 거치며 호르몬의 변화들을 크게 겪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검사에서 잡히지 않는 기능적인 문제들에 강점을 보이는 한의학의 특성과도 결을 함께 합니다.



초음파를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데 생리통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 나팔관이나 자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임신이 되지 않는 분들, 검사하면 정상인데 여기저기 아프고 춥고 시린 산후풍 환자분들, 빈혈수치는 정상인데 어지럽고 매일 피곤한 분들, 찬 음식만 먹으면 바로 화장실에 가시는 분들, 갱년기에 등에서 불이 나는 듯 화끈하고 화가 나고 잠이 안 오는 분들, 나도 모르게 항상 두근거리거나 불안하신 분들을 매일 진료실에서 뵙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 중 하나가 한의학입니다. 한약을 먹지 않는 한의사는 없습니다. 한의학으로 가족과 저의 건강을 지키고 있고, 가족을 대하는 동일한 마음과 동일한 치료로 환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건강을 잃었을 때의 불편감을 잘 알고 있기에 언제나 희망과 건강을 드리는 한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료실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 때문에 다 전해드리지 못해 아쉬웠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려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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