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리스터의 '소독제'
1865년, 11살 제임스는 마차에 치이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왼쪽 다리가 금속이 박힌 차 바퀴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왼쪽 다리는 골절되어 찢어졌으며 정강이뼈 조각이 상처를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당시 병원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사고 목격자들이 보기에 치료는 불가능하며 다리는 절단해야 마땅했다.
당시 많은 외과 의사들은 ‘뼈를 자르는 톱’에 의지했다. 절단 부위에서 염증이 진행되면서 사지가 고통스럽게 부어오르고 결국엔 곪고 썩어 가기 때문이다. 부상당한 부위를 잘라내더라도 희생자의 목숨은 살리자는 것이다. 뼈는 다른 신체 조직보다 훨씬 더 감염에 취약하다. 그런데 제임스를 돌본 의사가 조지프 리스터였고, 그 덕분에 이 날은 소년에게는 행운이었다.
소독제를 발견하다
조지프 리스터는 평소 상처를 감염시키는 세균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그때 우연히 영국 북부 공업도시 칼라일에서 소량의 석탄산을 이용하여 오수의 악취를 성공적으로 제거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1864년에 나는 칼라일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석탄산으로 하수구 문제를 해결했다는 놀라운 성공 사례를 알게 되었다. 소량의 석탄산만으로 하수구의 악취가 해결되었을 뿐 아니라 평소 이 밭에서 풀을 뜯던 소를 감염시킨 체내 기생충도 박멸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터는 일단 소년을 클로로폼으로 마취한 다음, 톱이 아니라 작은 메스를 사용해 상처 부위를 절개했다. 그리고 리스터는 석탄산 용액으로 상처 부위를 반복해서 씻어냈다. 골절된 다리를 감싼 리넨 천에도 역시 석탄산을 흠뻑 적셔 놓았고 그 위에 다시 석탄산으로 적신 면을 붕대처럼 둘렀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소년 제임스는 리스터가 상처 감염 예방을 위해 페놀이라는 물질을 사용한 최초의 환자가 되었다. 제임스는 사고 후 많은 피를 흘렸음에도 열은 나지 않았다. 사고 발생 나흘째, 리스터가 천천히 붕대를 풀고 상처를 드러낸 순간, 너무나 익숙했던 그 무엇인가가 감지되지 않았다. 고름과 염증 냄새였다. 상처에 딱지가 붙기 시작했고 주변 피부가 붉어졌지만 고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의학계의 새로운 시대가 밝아오는 순간이었다. 그토록 흔한 합병증을 이제는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많은 의사가 괴저의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발버둥 쳐왔던 만큼 이 성공은 리스터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의 노력으로 드디어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어린 제임스를 치료하면서 소독제의 탄생이 이루어졌다.
* 위 글은 책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