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노의 '죽음의 지도'
1854년 8월 28일, 세라 루이스라는 여성은 딸의 기저귀를 빨고 있었다.
어린 아기는 심한 설사를 하는 중이었다. 세라 루이스는 런던 브로드가 40번지 집 앞 정화조에 빨래한 물을 버렸다. 정화조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식수 펌프가 있었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런던 하층계급의 생활환경에는 더러움과 전염성 질병,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이 만연해 있었으며 처참한 굶주림 속에서 살아야 했다. 이 같은 생활환경은 도시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한 것이었다. 런던의 인구는 1800년~1851년 사이에 100만이 채 안 되는 인구에서 250만 명까지 증가했다. 도시가 확대되거나 공간이 넓어진 것이 결코 아니었다. 1제곱킬로미터 내에 주거하는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1831년 유럽에 도착한 콜레라는 수만 명의 죽음을 초래했다.
콜레라의 원인과 전파 경로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대부분 몇천 년 전 장기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장기설은 ‘땅이나 물에서 나온 부패 물질이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침투한다’는 이론이었다.
존경받던 의사 존 스노는 장기설이 터무니없는 이론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공기 중의 알 수 없는 병균에 노출된 상황이라면 어째서 이웃집이나 맞은 편의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일까? 콜레라 환자를 돌보면서도 전염되지 않은 의사들을 보면서 스노의 의심은 한층 깊어졌다. 공기가 감염 경로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스노는 ‘물’을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했고, 주민들이 식수를 얻는 펌프에서 물 표본을 채취했다. 그리고 그 지역에서 콜레라로 사망한 사람을 까만 막대기로 표시하는 지도를 만들었다. ‘유령 지도’라고도 불린 이 죽음의 지도는 의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다. '브로드가의 펌프'에서 걸어갈 수 있는 구역의 집들은 대부분 까만 막대기로 가득 찼다. 나중에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에 의해 밝혀졌지만, 물 속의 미생물은 바로 ‘비브리오’였다.
도시, 특히나 인구가 밀집된 도시들은 감염이 확산되기 좋은 곳이다.
바이러스 같은 병원균은 주로 다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통해 배출되거나 기침을 통한 물방울의 형태로 분비된다. 인구가 밀집된 생활권은 병원균이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옮겨 가기 좋은 환경이다.
오늘날 모든 대륙의 대다수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있다. 어쩌면 전염병이 확산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의학의 성장을 통해 도시에서의 삶을 계속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도시의 도로와 수도를 따라 퍼져나갔던 콜레라를 막아낸 것처럼, 새롭게 출현한 질병도 결국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 위 글은 책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