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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비즈 Jun 13. 2019

목요일_소통은 습관이다

다름의 심리학


상담과 심리치료를 진행할 때 내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제 성격이 변할 수 있을까요?”이다. 그럴 때마다 내 답은 단호하다. 





성격이란 작은 습관이 모여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좋지 않은 습관을 좀 더 건강하고 바람직한 행동으로 바꾸어가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내 성격그리고 관계 패턴은 타고난 기질이나 특성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경험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습관이다. 변화는 성격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거나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다. 작은 습관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렇게 변화된 조각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통을 늘려가고, 나와 타인의 다름을 조화로 이끌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은 습관부터 조금씩 바꿔야 한다.  여기서는 건강한 습관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듣고 판단은 나중에

‘경청하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생각만큼 경청하기가 쉽지 않다. 
타인의 의견을 나의 프레임에 끼워 맞추기 때문이다. 즉,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다는 얘기다. 내 주관적 기준이나 평가를 개입해 검열하는 단계를 선제적 판단이라 하는데, 그전에 필요한 것이 경청이다. 
최소한의 판단이나 평가를 하지 말고 단순히 경청하는 게 우선이다.

부부간에 자기 입장만 내세워 일방적으로 대화하면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한 부부싸움은 끝내기 어렵다. “저 사람이 문제다” 혹은 “저 사람이 바뀌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라며 서로를 비난하는 부부는 아무리 좋은 치료자를 만나도 관계를 개선하기 어렵다. 결국 파국에 이를뿐이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이야기를 걸러 듣는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요원해진다. ‘게임은 무조건 안 좋은 것’이라고 단정 짓는 부모는 자녀의 입장을 공감하기 어렵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게임이 어떤 문화인지 묻고, 유용한 수단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비로소 소통의 문이 열린다.





이번에는 회사를 들여다보자. 고객의 입장에서 의견을 듣지 않으면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다. ‘고객 입장에서 이런 점이 불편할 수 있겠네’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고객이었을 때의 입장과 감정을 떠올려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상대방은 지금 그저 ‘고객’으로서 ‘고객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를 역지사지의 자세로 공감하지 않는다면 평행선을 달리며 일방통행식 대화를 주고받을 뿐이다. 결국 감정 대립으로 치닫고, 각자 벽을 보며 자신의 입장만 되풀이하는 모양새가 된다.
선제적 판단을 자제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는 판단이나 평가를 미루는 것이다이야기를 듣는 도중 내용이 자꾸 거슬리거나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판단해보자’ 하고 생각하면서 판단 자체를 미루는 편이 좋다. 두 번째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몰입하는 것이다이야기 자체에 집중할수록 내 안에서 일어나는 다른 생각이나 판단은 줄어든다. 즉 선제적 평가나 주관적 판단이 끼어들 틈을 애초에 주지 않는 것이다.






역지사지로 공감하기 


부모와 아이들의 갈등 사례를 다루다 보면 으레 듣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불만을 토로했을 때 부모가 나타내는 반응이다. “너희 얘기가 다 맞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그런데 너희가 나중에 커서 보면…….” 
언뜻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부모 입장만 내세우면서 자녀를 설득하는 데 그칠 뿐이다. 
이런 대화 방식은 공감이라 할 수 없다.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동조일 뿐 진정으로 위로를 주는 공감과는 거리가 멀다. ‘공감하는 척’하면서 동시에 자녀의 입장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미래의 일’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회사생활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부하 직원에게 “예전에는 더 힘들었어!” 혹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려서 그런 거야”’라고 대꾸한다면 공감이 아니라 비난이다. 수십 년 전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부하 직원을 해석하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가진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형식적 공감도 무용지물이다. “그래,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겠네”처럼 영혼 없는 추임새에 그치는 공감은 진정한 공감이 아니다.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이해를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대방은 안다. 
진정한 공감은 역지사지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내 입장에서의 공감은 피상적이고 공허하다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역지사지에 기반을 둔 공감은 어떤 말로 표현될까? “맞다, 나도 학생 때는 그랬지.” “그래, 다른 사람이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기분이 무척 나쁠 수밖에 없지.” “하긴, 나도 저 사람이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으면 짜증이 났지.”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안 나와서 나도 너무 힘들었지.”
이렇게 상대방의 특성이나 상황을 고려해 역지사지하는 공감을 표현하면 상대방도 나를 같은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상대방 역시 역지사지해서 나와 소통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참지 말고 표현하기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라는 건 생각보다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내 상태를 알기 어렵다. 결국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잘못된 추론이나 오해를 하게 된다. 또 표현하지 않고 오래 참으면 그게 다 내 ‘마음의 병’이 된다.
정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게 분명한 의사소통의 시작이자 믿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기초다. 그렇다고 느끼는 대로 막말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상대방과의 관계나 상황에 맞춘 표현 방법이 중요하다.



누군가 딱히 문제 삼기에는 애매한 수준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상사나 선배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요즘 일찍 퇴근하네뭐 좋은 일 있나 봐애인 생겼나?”라고 말을 던졌다고 치자. 
이런 식의 참견이 반복되면 심리적으로 불편해진다퇴근은 당당해야 하며사생활은 직장 선배나 상사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영역 아닌가?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난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을 참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부정적 감정이 차차 쌓이다 갑자기 폭발할 수도 있다.
 
내 마음을 표현할 때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면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1. 내가 하고 싶은 말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2.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기.
3. 표현한 후의 결과 생각해보기.





 

직장에서 애매한 농담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선배에게는 존중을 담되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선배님, 관심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씀은 조금 불편하네요. 조금 자제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보자. 그리고 미소와 함께 이런 말을 덧붙이면 좋다. 

“이렇게 말씀드려야 선배님과 더 편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마음을 표현했을 때 결과적으로 내 속이 시원해지거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보자. 각각의 상황과 대상이 다르므로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내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서로 감정을 상하고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은 없는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처음 시도할 때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연습해보는 것도 괜찮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전환, 전진에 이은 네 번째 관계 출간!

본 글은

<퇴근길 인문학 수업 : 관계>의 제3강 다름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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