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귀하게 여기기

by 한빛고은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나는 교과서에 있는 지문을 읽고 나서 되도록 아이들과 그 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 순간이 뜻깊은 경험이 되는데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교과서 지문에 “개 기르지 맙시다.”라는 수필이 나왔다. 개를 쉽게 입양해서 쉽게 버리지 말고, 가족처럼 끝까지 책임감 있게 기르자는 것이 요지였다.


그 글을 읽고 나는 학생들에게

“집에서 개를 기르는 사람?”하고 손들어보라고 하니 상당수의 아이들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기르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혹시 개와 이별하는 게 무섭지 않니?”라고 물어보았더니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도 왜 그런 걸 걱정해요?”라는 우문현답이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다.

출처-canva


나는 어렸을 때 엄마를 졸라서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들을 볼 때면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조그맣고 귀여운 것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온갖 애교를 부리면, 날 외롭지 않게 해 줄 것은 분명했지만 나는 한 번도 엄마에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말을 꺼내 본 적이 없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나는 강아지와 이별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최소한 나보다는 더 오래 못 살 텐데, 강아지가 늙고 병들어서 죽기라도 하면 그 허전함과 슬픔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두려웠었다.


당시에 주변 사람과 이별을 해 본 기억도 없었는데도 누가 죽어서 영영 헤어지는 경험 같은 것은 하기 싫었나 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영영 이별하는 게 싫었고

피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나는 8년 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빠와 이별하였다.


아빠는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병환으로 길게 고생만 하시다 그렇게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린 그때에 누구와도 이별하는 것이 싫어서 강아지조차 집에 들이는 것을 두려워하던 내가, 나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빠와 이별을 한 날,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릴 때에는 이별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못 견딜 것 같던 시간이.. 지금은 어느덧 8년이나 흘렀고,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다만, 가족들과 함께 좋은 것을 먹을 때, 멋진 곳을 갈 때,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늘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만, 그래도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이별의 아픔을 메워나가는 것 같다.




“얘들아, 선생님처럼 누군과와 이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 이별은 슬픈 일이 맞지만, 미리 겁낼 필요는 없어.. 주저하며 걱정하는 시간에 더 좋은 추억 거리를 만들면 되는 것 같아.”


강아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쩌다가 우리 아빠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는지..


오늘 국어 수업도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야 말았다. 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내 경험을 밑거름 삼아 희로애락을 느끼며 청출어람의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