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엄마의 방학을 기다렸다 아픈 둘째.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야호!!!!)
아뿔싸. 마음의 소리가 나와버렸다.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엄마들의 개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눈치를 챙겨야 한다.
교사가 미치기 전에 방학을 하고, 엄마가 미치기 전에 개학을 한다는 말이 있으니...
어머님들 파이팅!!!!
교사라는 직업을 꿈꾸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방학.
물론, 다른 이유도 무수히 많았다.
그것은 차차 이야기하도록 하고...
15년 차인 지금은..
방학이 없다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긴 하다.
방학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방학에 충분히 혼자 있지 않으면
학기 중에 난 어쩌면 정신병에 걸려버릴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어서....
방학이라고 특별히 뭘 하진 않지만,
교사에게 방학은 연수기간이기 때문에
주로 집이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행을 갈 때는 방학이어도 연가를 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학기를 위해 재. 충. 전. 을 한다.
어렸을 때, 외갓집에 가면 이모는 항상 9시 뉴스를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드셨다.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지? 싶었다.
그런데 교사가 되고 나서부터 그 이유를 알았다.
하루 중 대부분을 서있고,
계속 말을 해야 하고,
하루에 150명쯤 되는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고,
(한 반에 30명, 하루에 수업하는 반 5반... 나는 시수 부자 ㅠㅠ )
그중에서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을 데려다가 상담을 하고,
학부모와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견을 들어야 하고.
학급 전체를 위해서 일관성 있게.
한편으로는 개인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불만을 최소화해야 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요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세심하게 학급 관리를 해야 한다....
이 외에도 내가 맡은 업무는 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아무튼 한 학기 동안 다람쥐가 시속 100킬로의 속도로 챗바퀴 돌듯,
그렇게 동동거리며 집과 학교를 오갔다.
물론 친정 엄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그런데 엊그제 새벽, 우리 네 살배기 둘째 이마가 뜨거웠다.
어린이집에 수족구며, 백일해가 돈다더니 우리 아이도 혹시 병치레를 하려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 속에 약간의 안도감이 생긴 이유는 곧 방학이라서...?!!
아프더라도, 이틀만 있으면 방학이니까...
어떻게든 이틀만 잘 버텨보자!!
학기 중에 아이가 아프면 아이보다 학교가 더 걱정이다.
매정해 보이겠지만, 정말 그렇다...
혹시라도 아이가 많이 아파 결근이라도 해야 되는 날이면,
아침부터 난리 난리...
교감선생님,교무부장님,수업계 선생님,부담임선생님께 상황 설명하고..
우리 학급을 맡기고, 수업을 바꾸고...
그리고 다녀와서 다시 바꿨던 수업을 추가로 해야 하고...
하루 안 나가면 일주일이 초주검이다..
그래서 학기 중에 크게 안 아프고 잘 지내준 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바쁜 엄마 사정 봐주느라, 학기 중에 안 아프고
방학을 맞아 열이 올라줘서...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우리 둘째.
너도 참 눈치가 있구나....
다행히 열은 3일째 되는 날 떨어졌다.
단순 감기였던 것 같다.
헉헉대며, 숨이 목에 차오르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면서
100미터 달리기를 해 온 2024년 1학기.
집에서, 학교에서 열심히 뛰어다닌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