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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가 Mar 31. 2020

산책 안내서

도시를 사랑하는 새로운 방법

여러분은 여행 계획을 어떻게 세우시나요?


가볍게 나서는 주말의 나들이, 조금은 결심이 필요한 당일치기 여행, 작정하고 계획한 며칠 간의 휴가. 어떤 경우가 되었든 목적지를 설정하기 위한 첫 단계는 아마도 '가볼 만한 곳'들을 검색해보는 것이겠죠. 건축이 근사한 미술관, 디저트가 유명한 카페,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맛집... 가고 싶은 곳은 많은데 그 날의 동선과 일정, 내 취향과 동행인의 취향까지 딱 맞는 장소들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뚜벅이입니다. 면허는 있지만 운전을 해본 적은 많지 않고, 자전거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전히 서툴어요. 그래서인지 저의 하루에는 정류장과 그곳에서부터 걸었던 길에 대한 기록이 많이 쌓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여행에 있어서도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싣고 창 밖을 구경하고 있던 시간들, 정류장에 내려 목적지를 향해 터덜터덜 걸었던 순간들이 가장 고요하고 여유롭게 기억되어 있어요. 오늘따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을 달래기도,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버스에 오르기도 하는 공간. 그 누구도 정류장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도시의 분위기라는 걸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건 어쩌면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여행자에게 "스쳐 지나는 것들을 스쳐 보내는 " 가장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나를 이곳저곳으로 안내해주던 표지들, 여행  무심히  무수히 스쳐지난  공간에서 저는 영감을 얻기도, 위안을 얻기도 했던  같습니다. 우리 이번에는 목적지에 대한 기대나 걱정, 이런저런 시끄러운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평소와는 조금 다른 산책을 나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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