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근 김태현 Dec 29. 2017

타이타닉 저리 가라, 상상 이상의 페리여행



퇴사여행을 준비하던 중 한 여행 커뮤니티에서 예비 유럽여행자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저렴하게 이동하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각양각색의 댓글이 달렸다. 

• 요금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유로스타(기차)를 타면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는 이득이죠.
•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 표를 알아보세요. 잘만 구하면 무지 싸거든요.
• 님들, 강남에 집 한 채씩들 있으세요? 제일 싸게 가는 방법은 역시 버스죠. 3개월 전에 예약하면 1파운드!
• 1파운드나 버스비로요? 히치하이킹으로는 한 푼 없이 갈 수도 있답니다. (57일째 무전여행 중)

그렇다. 수많은 국경이 맞닿은 유럽 대륙에서는 국가 간 이동 수단이 꼭 비행기가 아니어도 다양하다. 유럽여행 25일 차, 이탈리아 로마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나는 날이었다. 나는 모험가 기질을 발동해보기로 했다. 비록 시간은 더 걸려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페리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보기로 한 것이다.


여러 차례 유럽을 다녀온 직장 선배로부터 “거기 페리 타고 갈 수도 있다더라!” 정도만 듣고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수차례 검색을 해보았지만 유럽 페리 여행에 대한 정보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는 수 없이 영어 실력을 끌어모아 구글 사이트에 접속했다. ‘How do I get from Roma to Barcelona?’ 


역시나 가장 인기 있고 빠른 이동 수단인 항공 관련 정보가 많았고 그다음은 기차, 버스 순이었다. 모험심은 어느덧 오기로 바뀌어 ‘Roma Barcelona Ferry’, ‘Europe Ferry’ 등 여러 키워드로 폭풍 검색에 돌입했다. 그렇게 찾아낸 그리말디 선사(Grimaldi Lines)의 공식 사이트로 접속하여 정보를 얻은 후 로마 지사를 방문하여 예약까지 끝냈다. 이제 나를 바르셀로나로 데려다줄 페리를 타러 로마 북서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치비타베키아(Civitavecchia)로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타이타닉 저리 가라, 상상 이상의 페리여행

illust by 최진영

로마 테르미니 역(Stazione di Roma Termini)을 출발한 기차는 거의 1시간을 달려 치비타베키아 역에 도착했다. 예스러운 느낌의 기차역을 나오니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기분 좋은 유럽의 바다였다. 치비타베키아 항구의 여객 터미널까지는 버스로도 이동할 수 있었지만, 날씨도 화창해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싣고 룰루랄라 걷기로 했다.


이탈리아어로 ‘고대의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치비타베키아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유적지와 건물들이 있었지만, 로마 시대부터 대표적인 항구도시로 번성해온 만큼 부두에 정박한 초호화 크루즈와 페리는 최신식이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출발 시간인 밤 10시가 다가오자 여객 터미널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터미널은 금세 수학여행을 떠나는 중·고등학생들, 주말여행을 즐기려는 대가족들, 트럭에 짐을 한가득 싣고 바다를 건너는 화물 기사들로 북적였다.




“아하하! 어서 오게, 친구! 자네가 오늘 내 룸메이트로군!” 출국심사를 마치고 페리에 올라 객실 문을 열었더니 유쾌한 이탈리아 아저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날 밤 4인용 객실에 머물 사람은 나와 유쾌한 아저씨 둘뿐인 듯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식자재 무역업을 한다는 아저씨는 내가 짐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페리 이곳저곳으로 이끌었다. 사업차 자주 페리를 이용하기 때문인지 아저씨의 발걸음은 마치 선사 직원 못지않게 거침없었다.


‘페리’라고 해서 작은 유람선 정도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깔끔한 객실은 물론 레스토랑, 야외 수영장, 스파, 카지노, 편의점, 바까지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엄청난 규모였다. 밤 10시경에 탑승하여 다음 날 오후 6시쯤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예정이니 20시간 동안은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처럼 지내보기로 했다.

페리에서의 시간은 또 다른 여행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서두를 이유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런던을 기점으로 처음 유럽에 도착한 날부터 마라톤을 하듯 쉬지 않고 걸어 다녔던 나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밤바다를 보며 맥주도 한잔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스파와 카지노를 즐기고,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천천히 잠에서 깨기도 했다. 


페리여행, 날 따라 해봐요
(치비타베키아 → 바르셀로나)


STEP 01 | 선박 회사 정보 찾기

이탈리아 최대 크루저 회사, 그리말디 선사(Grimaldi Lines)를 이용한다.
수용 인원 | 2,800명
부대시설 | 야외 수영장, 헬스장, 카지노, 레스토랑, 스파, 바, 매점, TV 시청실 등
﹂홈페이지 www.grimaldi-lines.com

STEP 02 | 탑승권 예약하기

지사를 방문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예약한다. 의자 좌석보다 4인용 객실(4Berth Cabin)을 추천한다. 이곳에는 침대, 책상, 전용 화장실과 샤워실, 사물함이 비치되어 있다.

STEP 03 | 결제하기

이탈리아 치비타베키아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의 페리 요금은 대략 70유로에서 130유로로, 객실과 시즌에 따라 상이하다. 유레일패스가 있다면 20%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스페인으로 떠난 2016년 4월, 저녁 식사 및 무선 인터넷 이용권을 포함한 4인실 요금은 유레일패스 할인을 받아 총 84.3유로였다.

STEP 04 | 여객항 찾아가기

로마에서 출발한다면 기차를 타고 항구도시 치비타베키아로 이동한 후 치비타베키아 항구(Porto di Civitavecchia)로 가자.
주소 | Terminal 1 Autostrade del Mare, Via Prato del Turco, Porto di Civitavecchia, Civitavecchia, Italia
승선 시간 | 약 20시간(날씨에 따라 변동) / 치비타베키아항 출발‐바르셀로나항 도착 1∼5월, 10∼12월 22:15∼익일 18:15, 6∼9월 23:45∼익일 19:45

주의사항

• 국제선이므로 여권 검사는 필수다. 
• 페리 출발 시간 최소 2시간 전에 도착하여 체크인 준비를 해야 한다.
• 지중해 페리여행은 파도가 잔잔하고 기후가 따뜻한 5월에서 9월 사이가 좋다.

by 김  군


▶<퇴사하고 여행갑니다> 도서 자세히 보기 : http://bit.ly/2j29aML

★ 퇴사 운 카드 시연 영상 ★


이전 06화 여행하기 좋은 숙소 찾는 꿀팁 3가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