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처음으로 접했던 쵸코빵
두근대던 어린 마음
기억에 아주 늦은 밤이었다.
서울 친척집에 다녀오신 부모님께서 자고 있던 나를 깨우셨다.
일어나봐라. 이거 한번 먹어봐라.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나서 바라보던 내 앞에는
와...세상에 이런 빵은 듣도 보도 못했던,
작은 머핀 크기의 빵인데 위에는 두툼한 쵸콜릿이 예쁘게 물결무늬를 그리며 덮여 있었고 그 한가운데 몇개는 루돌프의 코같은 빨간 젤리가 얹혀 있었고 몇개는 하얀 크림이 같은 모양으로 동그랗게 얹혀 있었다.
갯수도 기억난다.
직사각형의 상자에 가로 세로 총 24개의 예쁜 빵이 얌전하게 담겨 있었다. 상자뚜껑의 사진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빵모양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 프린트된 상자뚜껑이었다
비몽사몽이면서 동시에 경이로움을 가지고 빨간 젤리가 달린 빵 하나를 집어 쵸코렛이 묻은 윗부분을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무는 그 순간
온 잠이 다 달아나고 나는 행복함에 빠져 들었었다. 달고 부드럽던 쵸코렛의 그 맛과 향에 흠뻑 취해 버려 정신이 반은 나간듯한 나를 바라보시던 엄마가 활짝 웃으시며 나와 같은 마음으로 행복해 하시던 것도 기억난다.
이 상자를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져 오시는 동안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기차안에서도 분명히 끌어 안고 계셨을 것이다.
행여나 상자가 눌리거나 어디에 부딪혀서 예쁜 빵이 망가질까봐 그 늦은 밤에 졸음을 참고 꼭 잡고 오셨을 것이다.
그 후로 꽤 오랫동안 엄마는 하루에 하나씩 내게만 그 빵을 주셨고 난 너무나도 행복하게 빵을 먹는 그 시간을 기다렸었다.
온갖 종류의 빵을 다 먹어 보았지만 그 어린 시절
쵸코빵만큼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빵은 여태껏 없었다.
p.s.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니 참 좋으네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 주절주저리 늘어놓을 공간이 생기니 기분이 좋아져 코가 실룩실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