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종일토록 마음이 불편했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새벽 식당 봉사가 오늘로서 4일이 지났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마무리하고 다 함께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
평소에 친분이 있는 J
_그녀는 나와 동갑이며 남편이 모 회계 법인의 고위직에 있다. 그녀와는 달리 남편의 인격은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좋은 분이다.
밥 먹다가 그녀가 갑자기 내게 묻는다.
자기야 끝내주지 않냐?
뭐가?
아니 있잖아~ 그 E 아줌마 남편
퇴직한 뒤 3년 만에 이번에 모 생명 대표 이사가 됐잖아.
자기 남편은 소식 없어?
만날 때마다 묻는다.
관심이라기보다는 가십거리에 대한 궁금증이다.
17년 알고 지내면서 파악된 그녀의 성격이다.
맛있게 밥 먹다가 기분이 슬슬 언짢아지기 시작.
남편은 지금 퇴직 후 동 회사 고문으로 지내는 중이다.
그리고 재취업에 그다지 큰 뜻이 없고 나 역시 평생직장생활에 시달린 사람을 다시 내몰고 싶진 않다.
그녀는 별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겠지만
그 질문이 나를 걱정해서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짜증이 확 솟구쳤다.
뭘 또 일을 하니?
평생 했으면 됐지
우리 남편은 더 이상 취업 안 하신다는데?
나도 남편 다시 일하는 거 내키지도 않고.
평생 일했는데 먹고 살 거 없겠니?
하고 싶은 거 하며 즐거이 살아야지
여행만 다녀도 부족한 세월이야 이제.
그녀 앞에서는 내가 가진 거에 몇 배는 부풀려 목소리 깔고 이야기해야 함을 이미 그동안의 사건들로 다들 알고 있기에 나 역시 별거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어머~
대단하시다 능력 있으시네...
그러고는 말이 끊긴다.
그리고는 이어서 하는 얘기들이 참.
있잖니 우리 남편회사가 미국에 아무개 회사하고 쪼인(야무지게 강조해서 발음해준다)해서 일하다 보니 화상회의다 뭐다 처리할게 많잖아.
그러다 보니 이 사람도 이제 늙네 불쌍해.
그리고 그 왜 있잖니 모 기업에 누구누구도 요청이 들어와서 윈윈하고 어쩌고 저쩌고.
진정 shut! shut up! 을 외치고 싶었음.
뭘 불쌍해
자기 부부 늘 행복하게 사는 듯 보이는데, 아니야?
능력껏 일하시고 부부가 행복하게 같이 나이 들어가면 감사하고 즐거운 거지.
안 그래?
아니 그래도.
참 그런데 자기 리프팅 좀 한번 해라(자다가 봉창?)
나이 들면 피부가 제일 중요하잖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뭔지
개구리 펄쩍대며 이리저리 뛰듯
이 얘기저 얘기 마구 떠들어대기
나이 오십넘어 그러고 싶은지.
잠자리에 들어 드는 생각이
아 내가 휘둘렸구나
그러니까 내 마음이 속상하지
왜 더 멋지게 응대하지 못하고
배배 꼬아서 대꾸했을까.
그리고 마음으로 마구 그녀에게 욕을 하고 있었다.
이 인간을 어떻게 밟아 버리지?
대꾸해주고 웃어주니 분별력이 아주 지랄 옆차기를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면서 동시에
나도 같은 수준으로 이렇게 떨어지는구나 싶어
더 속상해져 버렸다.
세상에 좋은 글귀들을 알고 있으면 뭐하나.
실제상황에서 나도 이렇게 인간적으로 속상해지고
입 밖으로 아주 야무지게 몰아붙이고 싶은 거 참는 거 보면 너나 나나 참 유치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아휴... 짜증 나(젠장)
오늘은 새벽 봉사를 다녀온 후
종일 소파에 누워 있을 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