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 없는 시대

by Eric

미국인에게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의 젊은이들은 군대 소집의 명령을 받았는데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병력도 부족하고 군사교육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전장에 투입 되는 경우가 허다해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도 전쟁터로 떠나는 신병들도 두려워 하긴 마찬가지.

하여 미국 정부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위가 어두워진 저녁에 입영 열차를 출발시켰는데, 한 번은 수도 위싱턴의 Union Station에 추운 겨울날 열차 플랫폼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타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두려워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돌리던 노인이 있었다.

북새통을 이루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모자를 푹 쓰고 코코아 쟁반을 들고 다니며 젊은이들에게 돌리고 있던 그 노인을 그중에 눈썰미가 좋은 청년 몇몇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혹시,.. 당신이...."

바로 그 다리를 절던 그 노인은 다름이나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 였고 밤마다 백악관을 몰래 나와 코코아를 젊은이들에게 대접했던 것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꼴로 전용기를 타고 자신의 휴양지가 있는 플로리다를 들리고, 러시아와의 비밀문서로 이슬람권 국가에 대한 행정명령 발동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민주당이 탄핵 시도를 하니 마니로 취임식 이후 바람 잘날 없는 그의 맨해튼의 삐까뻔쩍한 트럼프 타워를 때마침 점심시간에 지나다, 문득 이 에피스드가 떠오르면서 대통령 부재의 한국을 떠올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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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를 유명한 강사나 선생은 많으나, "스승이 없는 시대"라 희화해 부르는데, 정치적으로도 정당 정치의 패착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인해, 국민의 귀에 거슬리는 따끔한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정치적 스승이 없고, 인기 있는 대통령과 스타 수상은 많아도 진정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찾기가 세계적으로 점점 어려워져 가는 추세다.

시대를 거슬러 2500여 년 전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 노나라의 제후, 계장자가 공자에게 정치의 핵심을 묻자, 공자는 주저치 않고 "솔선수범"이라 하였다. 시대를 풍미하고 싶은 권력욕의 정치가는 많으나, 이런 솔선을 행해 국민으로부터 마음을 얻는 훌륭한 지도자는 점점 찾기 어려운 요즘이 되어가고 있다.

위기에 처한 국민의 세월호 7시간은 허송으로 보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남은 인생이 위기에 처하자 검사 조서 7시간은 밤을 새우며 꼼꼼히 살피고 귀가하는 전직 대통령의 뒷모습을 대선 후보자들이 봤다면, 국민의 나라 어르신에 대한 기대치는 화려한 미사여구나 정치적 슬로건이 아닌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솔선해서 행함에 있음을 깊이 새겨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