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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Mar 21. 2019

인생의 연극


인생의 연극    


날마다 길을 걸었다. 

성주사드기지로 가는 길. 전쟁의 화염 속으로 들어가는 길. 평화의 새 시대를 걸어가게 될 길. 어떤 길이 될지 나는 알지 못한 채 길을 걸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차에 시동을 걸었다. 밤새 차가운 기온에 얼어붙은 차는 예열하는 몇 분 사이에 녹지 않았다. 찬서리가 하얀 차창을 더운 히터열로 쏘이면서 녹여 억지로 운전했다. 아침 일찍 달려간 곳은 소성리마을회관이었다. 차를 세워놓고 내려 목을 양쪽으로 돌렸다. 허리를 흔들면서 몸을 풀고는 성주사드기기를 향해서 걸어간다. 

경찰은 도시락을 받아들고 버스로 들어가고, 밥을 다 먹은 경찰은 양치질을 하고 있다. 입안에 칫솔을 넣고는 쓱쓱 싹싹 닦아대다가 뱉고는 입안에 물을 넣어 가글가글한다. 입안을 다 헹궜는지 과수원을 향해서 퉤 하면서 길게 뱉어낸다. 하얀 치약이 입안의 오물들과 뒤섞여서 소성리의 땅을 더럽히는 장면을 날마다 목격해야 했다. 칫솔질하는 저 경찰 놈의 입을 찍어주고 싶었다. 과수원을 향해서 퉤 하고 뱉어대는 저 주둥아리는 찍어두면 좋겠다. 내가 사진기를 들고 얼굴에 들이대면서 찍으려고 들면 저 놈이 뱉으려던 오물이 놀라서 자신의 입속으로 쑥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내가 영상촬영을 한다면 나는 저 놈들이 밥을 처먹고 이를 닦고는 아무렇게나 뱉어대는 오물덩어리의 현장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걸으면서 생각했다.     


진밭교에 다가가자 드러누웠던 평화가 나를 보고는 얼굴을 쫑긋 세운다. 두 발을 짚고 서서 나를 향해 두 발로 박수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반가운 포즈다. 평화에게 다가가면 내 다리에 코를 벌름거리면서 구석구석 냄새 맡는다. 내게서 유키와 미니의 자취를 탐색하는 듯 하다.  아침기도회는 시작되고, 한반도 평화기도문을 읽는 소리가 진밭에 울려 퍼진다.  

날마다 기도하는 강형구장로님과 김선명교무님과 백창욱목사님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성주사드기지로 걸었다. 

1월에 걷기 시작할 때는 세찬 칼바람 때문인지, 저질체력 때문인지 걷는 동안 호흡이 곤란했었다. 추워서도 벌벌 떨었지만, 숨이 가빠서 헐떡거렸다. 한파 속에서도 걷다보면 몸 안에 열이 올라서 얼굴과 귓불이 빨개졌었다. 소성리마을회관에서 성주사드기지 까지 2.4km 오르막길이었다. 

어제는 폭우가 쏟아진 덕에 세상이 다 씻겨진 듯이 깨끗하고 청정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봄이 성큼 다가온 걸 느꼈다. 바람은 경쾌하고 시원하다. 산은 온통 물을 머금고 솜털이 뽀송뽀송 피어오르고 있는 듯 하다.     

연극모임은 작년 늦은 가을부터 시작했었다. 일주일에 한번 또는 열흘에 한번 모여서 사드반대활동을 했던 경험과 감정을 나누었다. 모임은 한참동안 이뤄졌고, 연극을 하기 위해 감수성을 키웠다. 연극은 ‘소성리 평화 사절단’이 되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소성리 사드를 뽑는 만 명의 평화발걸음을 모집하러 다닐 계획이다. 내가 특별한 배역을 맡은 건 아니다. 누구나가 만 명의 평화발걸음이 되어야 하니까. 누구나 연극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 연극대사를 나의 언어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뭐라고 말할까? 

성주사드기지에서 아침 7시40분 또는 50분 경이면 아침 평화행동이 시작된다.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발언을 한다. 나는 내 언어로 발언하는데, 한편으론 연극대사를 만드는 과정이 되었다.   
  

나는 연극을 하듯이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지는요. 성주읍에서 올라온 주민입니다. 읍새댁이라고 합니다. 새댁은 아니고요. 여기 소성리 주민들이 연세가 많으시니까 저 같은 사람만 보면 새댁이, 새댁이 하면서 부릅니다. 

지는 원래 성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아니고예. 대구에서 살라고 이사 들어왔습니다. 제가 살던 대구는예, 제 남편이 야간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청할라면 전투기가 시도때도 없이 날라와서는 두-두-두-두 너무 시끄러운기라예. 사람이 잠을 자야 일을 할 수 있는데, 낮에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예. 그래서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서 다녔는데요. 성주가 대구에서도 가깝고, 공기도 좋고, 시골인데다가 집도 싸서 이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산 집이요. 대구에서는  어림도 없는 가격에 100펑도 넘는 마당 넓은 집이라예.  지은지도 얼마 안된 신식 주택이지요.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을 정도로 집이 좋아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거 맨크롬 기뻤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꺼? 여우 피하다가 호랑이 만난다고 사드라니요? 사드가 우리껏도 아니고, 미군이 들어온다니요. 내가 평생을 살라고 마음먹고 이주를 해 들어온 지역에 미군기지가 들어선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거주지를 옮긴다는 게 쉬운 일인 줄 압니까? 

그래도 임시배치라고 해서 우리가 열심히 반대한다고 알려내고, 잘 싸우면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나랏일 하는 사람이 민심을 읽고는 빼가지 않겠나? 하면서 온 힘을 다해서 날마다 성주사드기지로 올라와서 사드 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근데 인자 와서 또 정식배치라니요? 

인자 와서 정식배치를 하기 위해서 환경영향평가라니요? 

사드가 진짜로 필요한 거라면 와 진작에 안 하고, 임시배치한다고 해놓고, 남북이 대화하고, 북한이 비핵화해서 미국이랑 협상을 하면 뺄 수 있을 거처럼 떠들어대고는 인자 와서 정식배치한다고 우리를 못살게 합니까?

진정 필요한 거였으면 진작에 했었겠지요. 삼년을 넘게 사람들을 못살게 굴어놓고는 인자 와서 정식배치 절대로 안됩니다. 

당신들이 사드를 정식 배치한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 줄 압니까? 환경영향평가 해서 배치해도 타당하다고 하면 우리가 속을 줄 압니까?

안 속을 깁니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여기다 정식배치하면 미군이 영구히 주둔하면서 이곳 소성리 뿐 아니라 한반도를 위협할긴데 아니 될 말이지요. 

당장 사드 빼이소. 우리한테는 사드같은 거 필요없으니까요. 지금까지 쇼 한 것도 속터지는데 앞으로 더는 그 꼴 못보겠심다. “   

 

외치니까, 기억이 살아났다. 

내가 사드를 반대했던 이유들.   

  

“안녕하십니까. 지는 성주읍에 사는 주민입니다. 읍새댁이라고 합니다. 소성리할매들이 읍새댁아, 읍새댁아, 하고 부르대예. 진짜 새댁은 아니고예. 

우리 애가 초등학교 때 성주로 이사를 들어왔습니다. 성주로 들어서는 도로에 넓은 논과 밭을 바라보던 우리애가요. 뭐라고 하는지 압니까? 

‘흥... 롯데리아도 없고, 대형마트도 없는 곳에서 나보고 살라고? 이런 시골에서 어떻게 살라고’ 부모따라 이사를 오긴 왔지만 도시생활하던 우리 아이가 얼마나 기가 찼겠습니까? 이사 들어오고 나서 롯데리아도 생기고 대형마트도 생기긴 했지만, 

딸아이가 성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그 아이가 어느 날 저에게 그러더라구요. ‘엄마,,, 나 성주로 이사오길 잘 한 거 같아. 여기 애들이 너무 잘 해줘. 착하고 순박해서  내가 성주에서 학교다닌 게 행복해. 만약 대구에서 학교 다녔으면 왕따당했을지도 모르자나. ’ 하는거라예... 그 말을 듣고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주에 사드가 들어온다는 거라예. 사드가 뭔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그 때 사드 배치된다는 얘기 나와서 우리도 인터넷이다 뭐다 찾아보면서 많이 공부했습니다. 순식간에 성주사람들이 군청으로 모여들어서 촛불을 밝혔지요.. 사드반대한다고, 사드배치 절대로 안된다고 외쳤지요. 여러분들 다 아시지요?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그 때 정부가 뭐라했습니까? 북한의 핵위협 때문에 사드배치한다고 했자나요. 그런데 정말 그거 아니자나요. 북핵 때문에 사드배치하는 거 아니자나요. 중국 감시할라고 사드배치하는 거 다 알고 있대요. 그래도 정부가 하도 북핵 위협 어쩌고 저쩌고 하니까.. 그렇다 칩시다. 그라믄 인자 북한이 비핵화 노력하겠다고 했자나요. 남한이랑 대화하고, 미국과도 협상을 하고 있자나요. 통일이 곧 다가오고 있는데, 와 사드는 안 빼고 임시라고 놔둡니까? 임시로 배치해서도 안되는 걸 이제와서 또 정식배치하겠다고요? 아니 이게 말입니까, 막걸립니까. 

이제 와서 환경영향평가 해서 정식배치하겠다고요? 

정부는 입만 열면 거짓부렁을 밥 먹듯이 해대고 있자나요.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로 억지를 부리고 있자나요. 필요도 없는 사드를 와 정식배치한다고 난립니까? 그것도 우리가 원치도 않는 군사무기를 돈까지 줘가면서 와 해야 하는데요?

말이 안 됩니다. 우리는 가만 있을 줄 압니까? 절대로 가만히 못 있지요. 정말 필요하지 않자나요. 지난 삼년동안 다 보았는데, 효용성도 없다던데

이런 고철덩어리 사드를 소성리에 박을 이유가 없으니까 당장 사드 갖고 미국으로 가십시오.”  

  

연극대사를 만들기 위해서 시작한 외침은 연극대사가 아니다. 나는 연극을 하는 게 아니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성주읍 주민입니다. 여기 소성리마을 주민들은 저를 읍 새댁이라고 부릅니다. 진짜로 새댁은 아니고요. 이곳 소성리마을 주민들이 연로하시니까 저 같은 사람은 다 새댁이라고 합디다. 

사드는 처음부터 소성리로 배치된다고 한건 아니었어요. 성주읍에 있는 성산포대로 배치된다고 해서 성주주민들이 깜짝 놀라서 수 천명이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촛불을 들었죠. 그때는 우리도 참 순진하고 어리석었었죠. 미국이 사드를 배치할라고 하는데도, 백악관에 10만서명 청원운동을 해보자고 했었어요. 그 때 생각에는 미국에서 사드를 배치할라고 해도 우리 주민들이 절대 반대하는 의사를 보이면 미국도 어쩔 수 없어 배치를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죠. 젖먹던 힘을 다해서 성주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백악관 청원서명을 받았어요. 

성주군민이 4만5천명 정도 되거든요. 다 받는다고 해도 10만은 못 되자나요. 거기다 어린이와 학생들 빼고, 이래저래 빠지는 사람들이 있을거니까 많이 받아도 2만명을 넘기기 어렵다고 봤죠. 그런데 청원날짜까지 10만명이 넘게 서명을 한거에요. 그래서 백악관으로 우리의 바람이 들어간다는 거에요. 정말 대단했죠. 성주군민들 말고도 전국에서 사드를 반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미국에 사는 동포들도 나서주었어요. 백악관 앞에서 피켓팅한다고 알려왔더라구요. 성주사람들은 그 때 깨달았죠. 사드가 성주로 들어온다고 해서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요.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는거라는 걸요. 그 많은 사람들이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고 10만 청원서명에 동참했던 건 성주에 배치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한반도에 사드배치는 옳지 않다고 말하는 거란걸요. 

우리는 성주사드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한반도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쳤고, 한반도의 어디도 사드의 최적지는 없다고 말했죠. 그게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사드는 성주의 변두리이자 골짜기 소성리로 배치되고 말았어요. 임시배치라는 교묘한 말장난 같이 말이에요. 소성리는 성주자나요. 소성리에 배치된 사드는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자나요. 

10만청원서명만 하더라도 성주주민 뿐 아니라, 김천시민 뿐 아니라 한국의 국민들이 반대한다고 증명했자나요. 그리고 사드반대한다고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을 보이소. 국민이 사드반대하는 목소리 다 들었자나요. 그게 민심 아입니꺼? 

지난 3년동안 참 많이 싸웠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사람들은 지쳤죠.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이제 와서 사드를 정식배치한다고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고,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요? 그리고 이제 와서 절차를 밟는다고요? 

사람들 다 나가떨어지기만 기다리다가 이제 와서 당신들 뜻대로 하겠다고요? 

와 국가는 우리를 못살게 굽니까?

안됩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지요.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거니까요. 

광화문에서 사드는 적폐청산 6대 과제로 선정된 바도 있습니다. 사드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퇴출되어야 할 대상이었지, 배치하는 건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 될테니까요. 

내 살아있는 동안 사드를 뽑기 위해서 혼신을 다할 겁니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겁니다.”

   

사드를 정식배치하기 위한 절차를 밟겠다는 언론기사가 나왔다. 지금까지 사드는 임시배치라고 했었다. 임시나 정식이나 딱히 달라질 게 있을까 싶었지만, 정식배치란 말에 내 마음은 요동쳤다. 사드가 들어선 소성리 달마산에 미군기지 간판을 달겠다니. 또다시 내 안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점점 크게 올라오고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성주읍에서 산다고 읍새대기입니다. 저는 원래 성주주민은 아니고요. 대구에서 살다가 성주로 살라고 이사 들어온 지 8년 됩니다. 성주에 사니까 금방 딴 참외를 먹는데 얼마나 달고 싱싱하던지, 신선하니까 맛이 좋지요. 참말로 성주 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드가, 사드가 들어온다카대요. 사드가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지만, 군사무기자나요. 사드가 들어오면 군대가 들어온다는 건데, 이 작은 시골에 무슨 군대가 들어선단 말인가 싶어서 놀랐죠. 그런데 군대도 한국군대도 아니고 사드를 운영하는 건 미국 군대라카대요. 그래서 더 놀랐죠. 그 때 사드가 뭔가 싶어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었습니다. 진짜로 어마어마한 전쟁을 일으키는 무기대요. 성주주민들은 결사반대했었어요. 한반도 사드배치 하면 안된다고 막 싸웠어요. 그러다가 성주라도 저짝 구석진 대로 사드 넣으면 안 괜찮겠나? 하는 소리가 들리대요. 그카니까 옆에서 우리집 앞마당에 위험하고 드러운 물건 들이면 싫은데, 남의 집 앞마당에 갖다놓아서야 되겠나? 카면서 뭐라고 하대요. 위험물건 우리집 앞마당 아니라 남의 집 뒷마당에 둬도 불나면 그 불길 우리집으로 오는 법이라고 하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된 마당인지 사드가 성주읍 성산포대가 아니라 소성리로 보내진다고 하더라구요. 지는 읍에서 사니까, 멀리 떨어지고 외진 구석마을에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해봤는데, 지는 소성리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처음에 사드배치 하지말라고 싸울 때 한반도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지 말라고 했자나요. 사드의 최적지는 한반도 어디에도 없다고 막 떠들어댔자나요. 그런데 소성리는 괜찮나? 소성리도 성주에 있는 마을인데, 한반도의 작은마을인데...

그래서 혼자 살짝 소성리마을로 가봤다 아입니까. 

소성리로 들어서는데 작은 저수지가 햇빛에 넘실거리는기라예. 얼마나 이쁘던지,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는데 사람이 잘 안 보이더라구요. 나이 칠순이나 팔순 넘은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바구를 즐기고 있대요. 참 평화로와 보이더라구요. 이 노인들이 다 죽고나면 마을에는 아무도 안 살까 싶지만은 노인들은 몇 대에 걸쳐서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살아온 사람들이고, 지금은 도시로 떠나갔지만 곧 돌아올 자식들 위해서 땅을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더라구요. 마을이 마치 이쁜 치마폭에 둘러싸인 것 맨크롬 작고 아담하고 이뻐서 마을을 바라보는데 눈물을 펑펑 흘렸더랬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전쟁무기가 들어온다니 말이에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나서부터 지는 읍에서 소성리로 매일, 아니 매일은 아니고예, 자주 올라왔어예. 사드를 운영하기 위해서 군대가 들어오고, 장비가 들어오고, 기름이 들어오고, 경찰이 들어오고, 사드가 들어오고, 우리는 들어오는 군대를 막고, 경찰을 막고, 장비를 막고, 기름을 막고, 싸워야 했지요. 앞으로도 싸울거고요. 

소성리, 한반도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겠지요.“    


처음 소성리에 발을 들였을 때,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이 평화로운 땅에 전쟁무기가 왠 말인가?    


“안녕하십니까? 어제 제가 소성리마을을 둘러봤던 이야기 했자나예? 소성리 마을을 둘러보다가 마을사람들은 사드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라는고 궁금한기라예. 그래서 마을의 노인 한 분께 여쭤보았어예. ‘어르신 사드가 이 마을로 들어온다고 카는데, 어떡합니까?’ 하고 여쭈니까 그 어른이 하시는 말씀이요... 참.. 그 어른은 그 때는 소성리마을의 노인회장님이셨어요.  노인회장님은 원래 소성리가 고향인데, 왜관의 미군기지에서 30년을 넘게 군무원으로 일했다고 하대요. 그 때는 먹고 살라고 취업이 된 곳이 왜관 미군기지 였었는데, 처음에는 엄청 무시당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해요. 그래도 군무원은 좀 안정적인 직장이자나요. 그러니까 아니꼽고 더러운 일이 많아도 참고 일은 했지만, 노인회장님은 사드가 소성리로 들어온다고 하니까 펄쩍 뛰는 거에요. 왜관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30년을 넘게 지켜봤으니까 미군기지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거죠.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폐기름을 밖으로 방출해버린대요. 그래서 왜관의 강이나 흙에는 폐기름으로 오염이 돼서 엉망인데, 미군부대는 나몰라라 생까고 만다는 거죠. 한국정부는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고, 가만히 놔둬버리고, 사드가 들어온다니까 노인회장님은 미군부대가 소성리 달마산에 들어오면 여기 땅은 다 버린다고 한탄을 하시더라구요. 왜관 미군기지는 그래도 평지지만, 성주는 가장 상류에 미군기지가 생기니까 폐기름이나 위험한 물질을 마구 버려대면 땅을 오염시키고, 물을 오염시킬 텐데 농사가 어떻게 되겠냐는거죠. 

노인회장님네야 연금 받고 생활하는 지라 농사는 얼마 안 짓지만, 고향땅이 못쓰게 될테니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보수적이라면 남들 못지않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노인회장님조차도 사드는 절대로 들어와서는 안된다면서 길에서 피켓을 들고 일인시위도 하고, 데모하러 서울도 가고, 소성리로 사드를 밀어넣은 성주역적 김항곤군수한테 항의할 때는 체면 같은거 다 관속에 넣어두고 쫓아다니면서 항의를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안보를 위해서 사드를 들여야 한다고 위정자들은 말하자나요? 도대체 그 안보는 누구를 위한 안보입니까? 사람을 살리는 안보를 해야지 왜 사람을 죽이는 안보를 할려고 듭니까? 성주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소성리 달마산에 미군기지가 들어서고, 사드가 운영되면 미군이 함부러 버려대는 폐기름이며 위험한 실험물질이며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그 안에서 일어날텐데, 땅이 오염되고 물이 썩어나면 이 땅에서 농사짓고 살아가야 할 민중의 삶은 파탄이 나고 말텐데, 이게 누구를 위한 안보란 말입니까?

사람 살리는 안보를 해야지요. 사드가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신음하게 만드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사드를 정식배치하겠단 말입니까. 

한반도에 미군기지 120개에서 줄이고 줄여서 87개라고 하대요. 줄이고 줄여서 87개 만들어놨는데 왜 한 개 더 늘릴 궁리를 하십니까? 

한반도의 미군기지 더 이상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도 물러설 곳이 없자나요.”     


연극대사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드기지 앞에서 외칠 말들은 무수히 많다. 

한 단어로 정리하면 사드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사드갖고 미국가!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주한미군 철수하라!

그래 떠나라. 

미제국주의자들 폭삭 망해라.     

「열매의 글쓰기 2019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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