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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un 12. 2019

목탁을 쥔 손

목탁을 쥔 손


찰흑 같은 어둠을 뚫고 쏜살같이 내달렸다. 소성리마을은 평온한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고, 조금만 더 위로 진입하여 진밭교로 가는 길목에는 여전히 경찰버스의 시동 켠 소리가 요란스럽다. 대형 경찰버스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으니 너른 도로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답답한 건 차의 크기만큼이나 시끄러운 소음때문이리라.  

진밭의 평화교당을 바라보면서 차를 세웠다. 시동을 끄고 라이트를 껐다. 잠시 잠이 덜 깬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진 후 차문을 열었다. 한 발을 땅에 내딛는 순간 나는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고요한 진밭을 깨우는 또 하나의 소리가 울렸다. 

달마산을 향해 어깨를 깊숙이 숙여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어슴푸레 보였다. 

모진 추위를 이기고 봄을 맞이하는 어느 날 새벽이었다.  달마산을 향해 경건한 기도를 드리는 김선명교무님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의 손에 쥔 목탁소리는 소성리 주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달마산의 생명들을 깨우는 소리로 들렸다. 

목탁소리는 청아했다. 

교무님의 몸짓은 가벼워보였다. 주저하지 않았다. 

몽골텐트로 만들어진 평화교당이 진밭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도 대견해보였다. 

평화교당으로 들어선 교무님은 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세상은 고요했다. 잠에서 깨어난 이들이 기지개를 펴는 시간에 고요한 침묵은 결코 무겁지 않았다.      

나는 잘 몰랐다. 나는 제대로 보지 못 했다. 

원불교 교무님들이 성지를 수호하기 위해 2년이 넘는 시간을 고행하면서 이겨내고 있었다는 것을. 이겨내야 할 것은 국가공권력의 폭력과 미제국주의의 전쟁망령뿐만 아니었으리라. 

그의 손에 쥔 목탁은 청아한 소리를 내면서 진밭의 모든 생명을 깨우고 있었지만 그는 홀로 진밭의 새벽을 열고 있었으니, 고독한 시간을 견뎌온 그의 어깨가 아래로 깊숙이 내려가는 모습에 나의 마음이 경건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열매의 글쓰기 2019년 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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